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꽃샘추위도 물러가고 새봄이 왔다. 새봄을 맞으러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남녘의 바람은 그대의 가슴에 파릇한 새싹처럼 싱그러움을 선물하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따뜻한 바람으로 남녘엔 벌써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들녘엔 푸름이 가득하였다. 월출산은 이미 여러 차례 올랐지만 오늘은 30여 년 만에 해제된 새로운 코스로 등반하기로 하였다.
 
오늘의 산행은 영암실내체육관 맞은편인 산성대 주차장에서 시작하였다. 산길로 들어서는 길목은 잘 정비되어 있었고 숲으로 들어서자 산길 주변엔 아름드리나무로 가득하였다. 30여 년이란 오랜 세월 동안 휴식년제로 묶여있던 산길이라 깊고 깊은 숲속의 느낌을 주었다.

 

산성대골 계곡을 따라 가파른 오르막 산길을 올랐다. 진달래나무의 가지 끝에 꽃을 피우려고 붉은 몽우리가 맺혀있고 다른 나무들도 잎사귀가 돋아나려고 노란빛과 푸른빛을 띄우기 시작하였다. 오늘 오를 첫 번째 봉우리인 485봉을 거쳐 산성고개에 올라섰다. 이 고개에서 내려다보면 영암들녘이 푸르게 들어오고 산기슭의 과일밭엔 하얀 꽃으로 봄날을 알리고 있었다.

 

산성고개에서 가파른 오르막 산길을 오르면 590봉에 이르고 좀 더 전진하면 월출산 천황봉(809.8m)에 이른다. 이곳은 천기와 지기가 묘한 기운을 내뿜어 큰일을 앞둔 사람들이 기를 받으러 온다고 알려져 있다. 아무튼 우리 산객들도 좋은 기를 받아 건강하고 향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며 바람재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특히 정상에서 바람재 구간은 온통 바위산으로 월출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바람재에서 경포대 계곡으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바람재에서 조금 내려가면 계곡엔 물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숲속에서 땀을 흠뻑 흘린 산객에겐 가장 반가운 것이 맑은 물이 흘러가는 소리일 것이다. 이 계곡의 중간쯤 내려가니 수량이 많아지고 계곡엔 맑은 물소리로 가득하였다. 널따란 반석 같은 바위와 풍광이 아름다운 금릉경포대에 이르니 계곡엔 맑은 물이 힘차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산우들과 널따란 바위에 앉아 눈을 감았다. 계곡 주위엔 아름드리나무로 가득하고 힘차게 흘러내리는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세상의 시름걱정을 모두 잊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숲속에서 잠시나마 몰입(flow)하며 행복하였다. 나는 이 시간이 “머물고 싶은 시간” 이라고 말하고 싶다. 올해에도 나는 머물고 싶은 시간들을 만들며 행복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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