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스카이법률특허사무소 변호사

김태민 변호사(스카이법률특허사무소)

법률은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생물과 같이 살아 움직일 수 있다
따라서 기존 판결에 의존하기보다 전문가와 상의해서 대응방안 강구해야

중국에서 수입한 양파와 건고추가 상해서 정상적인 판매가 불가능한 것을 알고도 수입 및 판매를 한 이유로 기소된 전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직원에게 농수산물품질관리법 상 농산물이라는 정의를 적용하지 않고, 식품위생법 상 식품의 정의대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1심의 판결이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뒤집혀 결국 양파와 건고추도 식품원재료이지만 직접 섭취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고, 식품위생법 상 식품에는 자연식품과 가공ㆍ조리된 식품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최종적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다.(대법원 2016도237)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보면 양파와 건고추가 농산물이든 식품이든 무슨 상관인지 의아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양파가 식품이냐의 문제는 비단 최근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1970년대에도 대법원에서 판결이 있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나 1979. 4. 24. 선고된 대법원 79도33 판결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음식물 관념 내지 일반적인 식생활 상황에 비추어서 양파 그 자체가 바로 음식물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양파는 식품위생법 소정의 식품이라 볼 수 없고 따라서 동법 제23조, 제22조의 영업허가 대상인 식품이 될 수 없다”라고 판단했기에 이번 사건의 당사자가 1970년대에 기소되었다면 무죄를 받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짐작할 수가 있다.

하지만 1980년 대법원은 조금은 다른 판결을 선고하는데 콩나물이 식품인지가 쟁점이 된 사건인 대법원 89도1348 판결에서는 “식품위생법 제2조제1호의 식품에는 자연식품, 가공 및 조리된 식품이 모두 포함되므로 콩나물은 위 식품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1970년대 양파가 식품이 아니라는 판결과 달리 해석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양파와 건고추 사건에서 재판부는 기존 대법원 79도33 판결에서 양파가 식품이 아니라는 내용을 뒤집었는데, 이는 우리 사회의 식습관이나 보편적인 음식물 관념의 변화와 무엇보다 식품관련 법령의 개정으로 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1989. 7. 1. 선고된 대법원 88도2312판결에서 “식품위생법 제2조제1호는 식품이란 모든 음식물(의약으로 섭취하는 것은 제외한다)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식품에는 가공 및 조리된 식품뿐 아니라 ‘자연식품’도 포함된다”고 선고한 것을 따르는 판결로 볼 수 있다.

결국 법률이란 국민 상호간의 약속이므로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서 마치 생물과 같이 살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품 관련 사건에 있어서도 기존 판결에 무조건 의존할 것은 아니고 전문가와 상의해서 대응 방안을 강구할 필요성이 절실한 것이다.

상기 사건에서 농수산물품질관리법이 아닌 식품위생법이 적용될 경우 상한 부분의 정도에 따라 제4조제1호인 썩거나 상하거나 설익어서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에 해당될 수 있으며, 이 정도에 이르면 식품위생법 제94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병과할 수 있는 중형을 받을 수 있고, 정도에 따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2조(부정식품 제조 등의 처벌)에 해당되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도 있다.

법원에서 판단하는 정의 조항의 의미에 따라서 단순히 벌금 몇 백만 원인지 중형인지가 갈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모든 법령을 제ㆍ개정하는 경우 정의 조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법률전문가들의 조언이 절실하다는 것을 관할 행정기관이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의를 규정하는 조항이 모든 법률의 제정 목적 다음에 위치하고 있는 이유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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