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산행과 글쓰기는 나의 두 번째 일이 되었다. 나는 산행을 시작한지가 무척 오래되었다. 매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지도 13년이 되어가고 있다. 적극적으로 매주 산행을 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13년 전 어느 날 산악회의 산행을 따라갔다가 거의 죽는 줄 알았다. 산을 오르고 싶은 의욕만 있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자연에 다가가는 마음과 가파른 산을 오를 수 있는 체력이 구비되어야 한다.

첫 산행이 나에겐 무척 힘들었다. 이마엔 굵은 땀방울이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여섯 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계곡의 맑은 물에 발을 담갔다. 잠시 동안의 발 담금 이었지만 산행의 피로를 깨끗하게 씻어 주었다. 토요일의 첫 산행에서 돌아와 생각하였다. 숲속에서 바라보는 맑은 하늘, 산길의 향긋한 흙 내음, 파릇하게 피어난 잎새,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이 손에 잡힐 듯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젊었을 때 문학에 대한 관심이 약간 있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그 분야는 잊고 살았다. 그러니까 그 산행을 하지 않았다면 현재 나의 글쓰기는 없었을 것이다. 우연히 13년 전 아내를 따라 산행을 한 것이 내 글쓰기의 단초가 되었다.

 

주말과 기다림
자연에 한 발짝 다가서는 산행에 재미를 붙이면서 주말이 기다려졌다. 토요일엔 원거리 산행을 하였고 일요일엔 근거리 산행을 하였다. 특히 토요일의 원거리 산행을 떠나려면 금요일 저녁부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였다. 토요일 새벽 시간에 떠나려면 금요일부터 산행준비물을 챙겨야 하고 더욱 더 중요한 것은 멀리 떠날 일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였다.

살아가면서 나는 산행에 푹 빠져보았다. 깊고 깊은 숲속을 다리가 아파오는 긴 산행을 경험하였다. 마라톤 선수가 장거리 코스를 달리면서 쾌감을 느끼는 runner’s high를 맛보듯 나는 하루 산행으로 8시간에서 12시간에 이르는 긴 산행을 하면서 더욱 더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쾌감뿐만 아니라 깊고 깊은 숲속을 걸으면서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맑고 깨끗한 숲을 걷는 것이 나에겐 재밌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글쓰기와 글로벌 커넥션
오직 산행으로만 끝냈다면 그 효과가 나에게 한정되었을 것이다. 글쓰기로 많은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상대와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재료가 아닐 수 없다. 글은 타인을 설득하는 힘이 있고 좋은 글은 그 자체로도 사랑의 마음과 맑은 향기를 품어내고 있다.

나는 주말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글을 써 오고 있다. 이젠 약 700편의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을 쓰는 순간엔 글쓰기에만 몰두하기에 재미도 있고 행복감에 젖어들고 있다. 이순이 지난 나의 글쓰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로 13년을 지속하다 보니 글을 어떻게 시작하고 끝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전개해야 하는지 스스로 조금은 터득하게 되었다.

나는 나의 글을 지인들에게 매주 화요일 보내고 있다. 화요편지라고 한다. 이 화요편지도 첫 산행으로부터 시작되었으니 13년이 되어간다. 처음엔 주위의 몇 분에서 시작하여 오늘날 1,000명 이상의 선생님들에게 보내고 있다. 주로 국내의 교수님들이 대부분이지만 남미, 북미, 아프리카 그리고 유럽까지 지역도 글로벌화 되었다.

산행과 글쓰기가 나에게 준 것들
산행으로 자연에 한 발짝 다가서고 아름다운 자연을 알게 되었다. 이마엔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산우들과 마음을 나누게 되었다. 이것저것 복잡한 사회에서 맑은 숲과 맑은 바람과 더불어 산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큰 축복이 되었다. 산사람들과는 산에서나 하산 후에 막걸리나 소주를 나누는 것도 좋은 일이다. 여기엔 복잡한 계산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산행은 A라는 시작점에서 B라는 목적지까지 누구나 평등하게 걸어야 한다. 그러기에 산에 오면 누구나 평등한 산사람이 되고 싸움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된다.

이 세상엔 이곳저곳에서 싸우며 경쟁하고 있다. 일터나 가정에서 더 큰 떡을 차지하려고 싸운다. 세상 사람들이 더 큰 것을 차지하려고 싸우지만 떠날 때는 모든 것을 버리고 가야한다. 깊고 깊은 아름다운 4계절의 숲을 거닐다보면 일터나 가정에서 더 갖고 싶은 욕망과 탐욕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다. 산등성이에서 맞이하는 맑은 바람과 계곡의 맑은 물은 세상의 그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랫동안 산을 올랐다. 숲속을 거닐며 대자연의 품에 안기는 자체가 큰 기쁨이고 즐거움이었다. 언제나 힘든 산행이었지만 마음만은 늘 가벼웠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고 그것을 여러 분야에 응용하고 있다. 산행과 글쓰기가 나에게 준 것들을 생각하면 늘 고마움이 앞선다.

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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