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평소에도 일찍 일어난다. 산행을 떠나는 토요일은 더욱 더 일찍 일어난다. 아름다운 숲속을 거닐 수 있음은 내 가슴을 뛰게 한다. 깊고 깊은 숲속의 산길과 계곡은 언제나 나를 유혹하며 나를 부르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 쉽게 요동칠 수 있는 것이라면 숲속의 흙과 계곡의 맑은 물은 영원히 변치 않으며 내 가슴을 뛰게 할 것이다.

요즘 차가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숲은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차가운 바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만이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오늘처럼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면 숲속은 따뜻함으로 가득해진다. 옷을 벗은 나무들은 하얀 이불을 덮고 산객을 맞이한다. 서화담과 매월당이 자주 소요하였다는 소요산을 오르고자 한다.

오늘 산행의 시작점인 동두천시의 소요산 입구 주차장에 이른 아침 도착하였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우리 일행을 제외하곤 다른 산행객이 보이질 않았다. 산하대장이 우리 일행 4명을 이끌고 첫 번째 오를 공주봉을 향하여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 산길이라 쉽게 오를 수 있었다. 공주봉에 다가설 즈음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하얀 눈이 내리는 공주봉에서 동두천 시가지를 내려다보았다. 멀리 미군기지와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

 

공주봉에서 능선의 산길을 걸어야한다. 소요산의 정상인 의상대(536m)로 능선의 산길을 걸었다. 의상대에 도착하여 기념촬영을 하고 올라온 산길을 내려다보았다. 북쪽으로는 한탄강이 흐르고 남쪽으로는 서울방면의 산맥이 굽이쳐 흐르고 있었다. 정상에서 따뜻한 물 한 모금 마시고 나한대, 칼바위, 상백운대, 중백운대 그리고 하백운대를 거쳐 자재암이란 산사에 도착하였다. 이 산사는 신라시대의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설명서가 붙어있었다.

이 산사(山寺)에 이를 즈음 하늘에선 하얀 눈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펑펑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아름다운 산사에 하얀 눈이 펑펑 내리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산사를 둘러보고 108계단을 통하여 내려오면 요석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원효대사는 요석공주와 인연을 맺은 후 파계승이 되었으나 이곳 소요산에 머물면서 다시 수행에 전념하였다고 한다.

오늘 오른 소요산은 고려 974년(광종 25년)에 소요산이라 부르게 되었는데 서화담과 매월당이 이곳을 자주 소요(逍遙)하였다고 하여 소요산이란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전체 코스를 돌아오는데 4시간 정도 걸려 나에게는 산행시간이 부족하였지만 경기도의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곳이라 한 번쯤 찾아볼만한 곳이다.

나는 올해에도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들을 찾고 싶다. 소백산 기슭에 귀촌하여 살고 있는 정수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이 겨울이 지나면 소백산에도 봄이 올 것이다. 다 나누지 못했던 그의 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막걸리를 함께 마시고 싶다. 벌써부터 소백산 기슭의 양지바른 곳에 무거운 대지를 밀어내고 올라오는 새싹이 그립다. 거기엔 정수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봄날의 새싹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