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eology of sweetness
설탕이나 다른 당류 저감은 식품업계의 해묵은 숙제이지만, 그간 단맛을 어떻게 대체할 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맛의 대체개념으로만 생각하고 추진해 온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설탕은 단순히 단맛을 주는 소재로서 뿐만 아니라 식품의 물성(rheology)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본고에서는 설탕의 레올로지 특성을 고찰해보고 좀 더 업그레이드 된 당류 저감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설탕물의 단맛 특성
설탕용액은 대략 10% 이하의 낮은 농도에서는 끈적임이 적어 거의 순수한 물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그러나 설탕은 농도가 진해질수록 끈적임이 생겨 50% 이상의 고농도가 되면 물엿이나 올리고당처럼 걸쭉한 느낌을 갖는 액체가 된다.

설탕물 농도에 따른 점도는 감미질에도 영향을 주는데, 연한 설탕물은 깔끔한 단맛을 주는 반면, 진한 설탕물은 끈적끈적한 단맛을 느끼게 해준다. 보통 설탕을 다른 감미료로 대체할 경우 지표로 삼는 상대 감미도는 10% 이하의 연한 농도에서 비교 측정한다. 그 이유는 물성과 점도에 의한 감미도의 변화를 최대한 줄여 감미 소재 자체의 감미도만 비교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설탕을 줄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문헌에 나타난 상대감미도 수치만 보고 대체 소재를 사용해 레시피를 조정할 경우 기존 설탕 사용 제품보다 대체로 낮은 감미도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농도와 점도를 적당히 조절해 물성에 따른 설탕 감미도 변화를 보정해 주면 된다.

점도에 따른 설탕 감미도의 변화는 아스파탐ㆍ수크랄로스ㆍ스테비아 추출물 등의 고감미 소재를 사용할 경우 확연하게 드러나는데, 고감미 소재를 사용할 때는 벌크 소재(Bulking Agent)라 하여 적당한 점도와 텍스추어를 느낄 수 있는 저감미 소재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전략이 될 수 있다. 올리고당이나 수용성 식이섬유ㆍ덱스트린 등이 이러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소재이며, 역설적이지만 체내 이용률이 낮은 저칼로리 저감미 벌크 소재는 다른 감미 소재들과 함께 개발되어야 할 필수 소재라고 볼 수 있다.

재결정성은 대체가 어려운 설탕의 주요 속성
설탕은 결정화(Crystallization)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수분 5% 이하의 초고농도 설탕용액은 실온에 가만히 방치해두면 저절로 결정이 생겨 커다란 결정덩어리가 된다. 이를 재결정성(re-crystallized character)이라고 부른다.

설탕 대체 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솔비톨ㆍ말티톨 등 당알코올류는 결정 형성 능력이 설탕보다는 떨어져 제조 공정상 결정 형태로 만들 수는 있어도 이를 적용한 식품가공공정 중에서는 결정화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대체당 소재의 한계로 설탕의 재결정성을 중요하게 이용하는 과자류ㆍ베이커리ㆍ건강식품ㆍ각종 슈거 베이스 믹스제품에서 당류를 대체 또는 저감화 할 때 일부 설탕 대체 소재는 결정 형성 능력이 부족해 설탕 대체 목적의 사용이 까다로운 편이다. 특히 비교적 저가에 공급되는 일부 당알코올 소재나 식이섬유, 올리고당은 결정 형성이 되지 않기 때문에 캔디 등 당이 농축된 형태의 제품을 만들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반면 결정 형성이 되는 대체당 소재는 고순도로 제조해야 하므로 가격이 다소 비싸지고, 결정 형성이 된다고 해도 설탕이 나타내는 재결정 특징과는 다소 차이가 있으므로 퐁당(fondant)이나 글레이즈처럼 쫄깃한 물성을 내거나 광택을 내는 등 특수한 응용제품으로 만드는 데는 아직까지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

 

아이스크림 당류 저감시 빙점강하 효과 고려해야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설탕 등 당류를 넣는 이유는 맛을 내기 위함도 있지만, 빙점을 시켜 제품을 먹기 좋게 만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순수한 물은 0℃에서 얼지만, 소금이나 설탕이 용해된 물은 어는 점이 낮아진다. 이런 특징을 빙점강하 효과라고 하며, 빙점강하는 물에 녹인 물질의 분자량, 분자 크기, 이온세기 등에 따라 다소 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이스크림은 빙점강하 효과를 이용한 식품으로 품온이 -20℃정도로 꽁꽁 얼었지만 스푼으로 떠먹거나 깨물어 먹을 수 있다. 만약 빙점강하 효과가 없다면 -20℃의 아이스크림은 단단한 얼음덩어리이기 때문에 스푼으로 뜨거나 깨물어 먹을 수 없을 것이다.

아이스크림이나 빙과류에서 단순하게 고감미 소재로 단맛만 조정해 당류를 저감하고자 한다면 이런 방식으로 당을 저감화한 제품은 얼음처럼 꽁꽁 얼어서 소비자들이 먹기가 힘들게 될 것이다. 따라서 빙점강하 효과를 갖는 벌크 소재를 반드시 함께 처방해줘야 하는데, 그중 원가절감을 위해서라면 가급적 적게 넣고도 빙점강하 효과가 우수한 소재를 넣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그간 국내에서 논의된 당류 저감 전략에서 맛이 아닌 다른 속성, 특히 물성에 주목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일단 설탕부터 식품에 어떤 물성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체계적으로 분석 연구된 사례가 부족하기 때문에 주목받기 힘들었던 측면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 말고도 당류의 흡습성이나 흐름성 등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품질요소도 적지 않다. 맛 풍미 대체 외에도 이러한 물성적인 특성을 고려해 좀 더 개선된 당류 저감 전략이 다양하게 연구되기를 기대한다.

정광호 ㈜아이엔비 대표이사는 서울대학교 농화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해태제과 식품연구소와 CJ 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에서 근무했다. ㈜아이엔비는 미강 등 국산 농산자원 유래의 바이오 소재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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