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진어묵의 수제어묵

겨울철 포장마차에서 어묵 한 꼬치와 국물로 허기를 채우며 추위를 달래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어묵은 주머니가 얇은 서민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어묵의 이미지가 새롭게 바뀌고 있다. 깔끔한 인테리어의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각양각색의 어묵을 입맛에 따라 고르는 모습이다. 어묵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꾼 삼진어묵의 베이커리형 매장을 들여다본다.

▲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입점한 삼진어묵의 베이커리형 매장에서 어묵을 고른 소비자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

판교 현대백화점 식품관 매출 1위 고수
삼진어묵이 ‘어묵 베이커리’ 사업을 시작한 2013년 12월 당시에는 매출이 82억원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5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2015년 8월에 오픈한 판교 현대백화점 식품관에서 경쟁업체들과 매출 1~2위를 다투다 작년 3월부터 꾸준히 1위를 지키고 있다. 수도권 주요 백화점 식품매장에서도 삼진어묵은 어묵 분야에서 매출액 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부산의 작은 어묵공장인 삼진어묵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뭘까?

삼진어묵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튀긴어묵을 기준으로 1. 해동한 냉동 연육에 소금, 밀가루, 전분 등을 넣어 기계로 배합하고 2. 자동화된 기계나 기술자가 어묵 모양을 만든 후(성형) 3. 150-180°C의 온도로 튀기고 4. 튀겨낸 어묵 표면에 남아 있는 기름을 탈유기로 제거한 후 5. 포장 및 유통을 위해 급속 냉각하여 제품 온도를 내리고 6.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포장한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은 소매유통점과 외식업체(죠스떡볶이 등), 삼진어묵이 직접 운영 중인 전국 17개의 어묵베이커리로 배송된다.

▲ 삼진어묵의 어묵모듬

어묵 장인을 우대하는 삼진어묵의 기업 문화
삼진어묵이 2013년에 처음 선보인 어묵 베이커리라는 콘셉트는 앞서 언급한 6가지 과정 중 2번 과정과 연관이 있다. 삼진어묵은 자동화 기계로 어묵을 성형하기도 하지만 숙련된 어묵성형 장인들이 직접 성형하기도 한다. 기계는 동일한 모양으로 대량 생산하는데 효율적이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에는 어려움이 않다. 어묵 베이커리에서는 다양한 제품 구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어묵 장인들은 다양하고 정교한 제품, 공기 함량이 적어 더 탱글한 식감의 제품 등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다.

과거 100여개가 넘는 부산의 소규모 어묵공장들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사람이 직접성형하던 과정을 자동화 기계로 대체해 생산성을 높였다. 숙련된 기술자는 하루에 연육 400kg을 어묵으로 만들어내지만 기계는 불과 1시간 만에 약 200~300kg를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자동화 기계는 생산 효율을 높이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어묵업체들은 앞다투어 자동화 기계를 도입했다. 삼진어묵도 신기술을 받아들이며 기계로 어묵성형을 시작했다. 그런데 삼진어묵은 기술자가 직접 성형을 하는 과정의 일부를 남겨두었다.

▲ 해동
▲ 배합
▲ 성형 및 튀김
▲ 탈유
▲ 포장
▲ 배송

삼진어묵의 두 가지 전략
자동화 기계는 가격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어묵의 주요 경쟁력은 적절한 가격과 청결한 제조과정 등이 손꼽힌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어묵을 일상재(commodities)로 인식했기 때문에 차별화된 품질이나 제품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러한 국내 어묵시장에서 삼진어묵이 고급스러운 ‘어묵 베이커리’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어묵성형 장인을 존중하는 삼진어묵의 기업문화와 ‘차별화된 품질과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일상재로 간주되어 가격이 가장 중요했던 어묵시장은 포화되었다고 여겨졌으나 다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삼진어묵은 어묵베이커리에서 다양한 어묵을 선보이는 전략과 포장마차 속 친근한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해가는 두 가지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삼진어묵이 최근 주요 편의점과 손잡고 간편식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삼진어묵 주먹밥, 따뜻한 어묵탕 등 겨울철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쉬운 곳에서 판매하고 있다. 삼진어묵은 어묵베이커리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면서 어묵 시장의 크기를 키워나가고, 이를 기반으로 대중화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어묵 베이커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고민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삼진어묵 베이커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많은 소비자들이 새롭고, 신기해서 매장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모양의 어묵이 진열되어 있지만 먹다 보면 맛과 식감이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한 때의 트렌드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꾸준한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제 2의 혁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어묵은 반찬과 찌개를 만드는 재료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어묵 베이커리에서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 메뉴의 재료로서만 뿐만 아니라 옛 은사님을 찾을 때 묵직하게 들고 갈 수 있는 선물용, 또는 점심식사 대용, 혼술용 안주로 떠올릴 수 있는 확장성이 필요하다. 각 상황에 맞는 재료와 포장, 매장의 환경, 종업원의 제품 추천 서비스까지 이루어진다면 어묵시장 규모는 더욱 커지지 않을까?

이동민 서울대학교 푸드 비즈니스랩 선임연구원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농업농촌관련 연구소에서 컨설팅 및 교육 전문가로 일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에서 농식품 산업의 가치창출, 소비자 마케팅 등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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