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계절이 가고 세월의 강물도 흘렀다. 산행을 하며 이마엔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우연히 시작하였던 산행은 아름다웠다. 우거진 숲속과 맑은 계곡의 아름다운 자연으로부터 글쓰기를 배웠다. 자연이 가르쳐 준대로 나는 받아쓰기만 하면 되었다. 힘든 땀방울과 글로 식품저널 독자 및 가족 여러분과 행복한 동행을 할 수 있었다.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붉은 닭띠의 해이다. 닭을 상징하는 계유오덕(鷄有五德)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머리의 관은 ‘학문’, 발톱은 ‘무예’, 싸움을 잘 하는 것은 ‘용감’, 모이를 나눠 먹는 것은 ‘인정’, 시간을 알려주는 것은 ‘신뢰’를 의미한다고 한다. 닭의 해인 새해에도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고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리라 생각한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깊고 맑으며 우거진 숲속을 향하여 떠나는 행복한 동행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인생길에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힘들 때 기댈 수 있고
아플 때 곁에 있어 줄 수 있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줄 수 있으니
서로 위로가 될 것입니다

--- 시인 용혜원, 동행 ---

 

나는 지난 13년 동안 우리의 산하를 직접 발로 밟고 뛰었다. 때로는 힘들고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식품저널 독자 및 가족이 보내주는 따뜻한 마음으로 행복한 동행이 되었다. 멀리 남아공, 브라질 그리고 캐나다 등에서 따뜻한 마음을 보내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동행해 주는 이가 있으면 이 세상은 더욱 더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힘들 때 기댈 수 있고 아플 때 곁에 있어 줄 수 있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줄 수 있으니’ 라고 노래하였던 용혜원 시인의 마음에 다가서고 싶다. 작년까지 주로 주말 산행을 하며 자연에 다가섰는데 새해부턴 주중 산행도 겸하려고 한다. 오갈 때 붐비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숲속에서도 호젓한 산행을 할 수 있어 좋을 것이다. 숲속은 도시보다 호젓한 곳이지만 주말보다 주중의 호젓한 숲속을 찾고 싶다. 거기엔 숲속의 진면목이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동행하는 마음은 사랑하는 마음이 수반되어야 한다. 사랑하는 마음은 따뜻한 마음과도 일맥상통한다. 사랑받기 보다는 먼저 사랑해야 한다. 시인 유치환 님은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라고 노래하였다.

절반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말라
절반만 친구인 사람을 접대하지 말라
절반만 잘 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지 말라
절반의 인생을 살지 말고, 절반의 죽음을 죽지 말라

--- 시인 칼릴 지브란, 절반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말라 ---

우리의 산하와 자연을 찾아가는데도 열정을 불살라야 한다. 절반만의 열정과 사랑으론 이룰 수 없다. 나는 우리의 산하를 깊이 사랑한다. 길고 가파른 숲속 길을 오르며 나의 열정을 불사르고 싶다. 칼릴 지브란의 시에서 ‘절반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말라’고 하였듯이 나의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싶다. 숲속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아주 조금씩 움직이며 숲속의 사계 (四季)를 만들어 간다.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만물이 미미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봄날의 바람이 무엇을 쓸 것인지 가르쳐주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서 자연은 아름다운 사랑의 글을 쓰라고 가르쳐 준다. 그러니 자연이 가르쳐 준대로 받아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정유년 올 한해도 식품저널 독자 및 가족 여러분과 동행하고 싶다. 우리의 산하와 숲속을 거닐며 얻은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보내드리고 싶다. 숲길을 걸으면 세상의 근심과 걱정이 모두 사라진다. 숲길을 걷는 순간만큼 아무리 큰 걱정이 있어도 모든 걸 잊게 해 준다. 숲길은 우리 인생을 깨끗하고 맑게 씻어준다. 나에게 고귀한 선물을 준 숲길과 동행하고 싶다.

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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