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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STORY] 오키나와 흑당과 단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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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0  11: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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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inawa Black Sugar and Sweet Sorghum

토종 감미소재의 상품화 가능성
일본에 가면 거의 모든 판매점에서 취급하고 있는 천연 감미소재로 오키나와 흑당이라는 제품이 있다. 처음에는 오키나와 지방의 관광 특산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마케팅에 성공해 일본 전역으로 확산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제품이 되었다. 오키나와 지역이 주는 ‘장수’ 이미지와 함께 거둔 건강감미료의 성공사례로 지방의 생산자와 도시 소비자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제품이다.

한국에서도 이를 본받아 흑당을 상품화하려는 시도가 몇 번 있었지만, 오키나와처럼 사탕수수가 자랄 수 있는 지역이 없어 흑당제품은 상품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재배 가능한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작물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 단수수 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단수수
70년대까지만해도 우리나라 들판에 단수수라는 작물이 있었다. 수수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단수수는 줄기에는 하얀 설탕가루가 붙어 있어 수수와 구별할 수 있는 점이었다. 단수수는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간식거리로도 많이 이용되었다. 늦가을 이삭이 팰 때면 새를 쫓으러 나간 아이들이 줄기를 잘라 씹어 먹던 달콤한 먹거리였다. 경제 발전과 함께 먹을거리가 풍부해지면서부터 단수수는 어느새 우리나라 들판에서 사라져갔다.

이렇게 사라져가던 단수수는 2000년대 중반 단수수를 활용한 바이오에탄올 생산 가능성이 제시되면서부터 재조명되기 시작했는데, 단수수는 재배기간이 4개월로 짧은 편이고, 당도는 15~20 브릭스 정도로 국내 다른 작물에 비해 높은 편이며, 다른 목질계 바이오매스보다 리그닌 함량이 낮아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200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단수수를 활용한 바이오에탄올 생산연구를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라남도 장흥군과 함께 바이오에탄올 실증연구에 나섰다는 소식이 있다. 브라질에서는 사탕수수를 활용해 바이오에탄올 양산에 나선 사례가 있는 만큼 불가능한 계획은 아니다. 연간 수백에서 수천만톤씩 사탕수수 원당 및 옥수수에 의존하는 국내 감미료 시장을 생각해보면 토 종 단수수로 식량자급률을 높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단수수는 늦봄인 5월에 파종하여 가을인 9월 말에 수확하기 때문에 보리와 밀 같은 동계작물과 연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쌀 생산이 과잉됨에 따라 벼 재배면적 감축이 요구되고 있는 현실에서 보리나 밀, 단수수 재배를 병용한다면 국내 농업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단수수는 식물분류상 사탕수수와 같은 벼과의 작물이기 때문에 쌀 농사의 대안으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 단수수 알곡

오키나와 흑당으로 본 단수수의 상품화
오키나와 흑당은 전통적으로 커다란 가마솥에 오키나와산 사탕수수 즙을 넣고 수분이 모두 증발할 때까지 한참을 끓여 만든다. 사탕수수처럼 원당을 만든 후 당밀을 제거하여 정제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탕수수 착즙액 100%를 그대로 끓여 농축하기 때문에 사탕수수액에 미량 포함되어 있는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 파이토케미컬 등이 포함되어 있어 건강한 설탕으로 유명해진 것이다.

단수수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천연감미료로 만들 수 있다. 다만, 사탕수수 설탕보다는 흡습성 강한 포도당과 과당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 것이 상품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적절한 가공기술이 적용되면 충분히 결정 형태로 설탕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국산 천연감미료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 해외 단수수 시럽 제품

국내에서 재배 가능한 단맛 농산물
설탕을 얻을 수 있는 대표적 농산물로 사탕수수와 사탕무가 있다. 사탕수수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며, 온대 및 서늘한 기후에서는 사탕무가 많이 재배된다. 국내 기후에서 사탕수수 재배가 어렵다면 사탕무를 재배하면 어떨까? 수입되는 사탕수수 설탕에 비해 가격은 비싸겠지만, 생산과 판매이익이 국내 농가로 유입된다는 점에서 단수수 못지 않게 파급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사탕무를 대량으로 재배해 이를 정제설탕으로 만들어 일반 유통 채널에 판매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국내에서도 현재 설탕 대신 사용하고 있는 매실엑스 같은 감미료들이 있지만, 그 내용물의 절반 이상이 설탕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정제설탕의 대체품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맛과 물성 등이 중요한 가공식품용 감미료시장은 어쩔 수 없겠지만, 건강과 맛, 가치가 중요하게 생각되는 가정용 감미료는 국산 농산물 유래 감미소재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그 이전에 설탕 규격을 사탕수수 유래 설탕만 충족하도록 규정해놓은 국내 법규가 먼저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2015년 농림수산식품 수출입동향을 보면 연간 농축산물 및 식품 수입에 의한 무역적자가 약 240억 달러정도 된다. 이들 적자의 대부분은 설탕, 밀, 옥수수, 식용유, 유가공품 등 기초 농축산물소재 수입에 의한 것으로 지속가능한 국내 농식품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들 수입소재를 국산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절실하다. 단수수, 사탕무 등과 같이 잊혀진 작물을 발굴해 상품화한다면 수입품 대체와 함께 쌀농사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안으로 추진해보면 어떨까 생각된다.

정광호 ㈜아이엔비 대표이사는 서울대학교 농화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해태제과 식품연구소와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아이엔비는 미강 등 국산 농산자원 유래의 바이오 소재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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