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나목(裸木)의 숲은 멀고 먼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계절의 강물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한겨울의 강추위를 몰고 왔다. 어김없이 흐르는 계절의 강물에 소백산 기슭에도 하얀 눈이 내리고 나목의 숲에 부는 바람이 차갑게 불어오고 있다고 한다.
 
소백산 기슭의 산기슭엔 더욱 더 춥게 느껴질지 모른다. 한 겨울에도 계곡엔 맑은 물이 힘차게 흘러내리지만 정수는 계곡을 따라 소백산을 오른다고 한다. 계곡의 맑은 물소리와 나목의 숲에 부는 맑은 바람을 내가 사는 곳으로 보내주고 싶다고 한다. 정수는 가끔 소백산 계곡에 펼쳐진 작은 마을의 풍광과 마음을 담아 전하여 준다. 나도 어제 저녁 송년회에 참가하여 늦은 시간에 귀가하였다. 하여 수원 근교의 광교산을 오르기로 하였다.

수 백 번을 오른 산이다. 잠시 눈을 감고도 오를 수 있는 산이지만 계절에 따라 다르고 하루 중에도 아침과 저녁이 다르다. 어느새 펼쳐진 나목의 숲엔 겨울이 깊어가고 있음을 알린다. 옷을 벗은 겨울나무들이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다정한 친구로 맞이하고 있었다. 나는 나목의 숲에서 맞이한 얼굴에 스치는 바람을 소백산 기슭의 정수에게 보내고 싶다.

 

소백산 기슭의 작은 마을을 둘러싼
나목의 숲엔
돌아선 마음처럼 차가운 바람이 분다.

수원 광교산 기슭의 작은 마을을 둘러싼
나목의 숲에도
돌아선 마음처럼 차가운 바람이 분다.

나목의 숲에 부는 차가운 바람을
따스한 남쪽나라 먼 곳으로 여행을 보내면
나목의 숲은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긴 잠을 청한다.
 
--- 시인 김현구, 나목의 숲에 부는 바람 ---
 
나목의 숲에 부는 바람이 돌아선 마음처럼 차갑게 불어오고 있다. 소백산 기슭이나 수원 광교산 기슭에도 나목의 숲은 긴 잠을 청하며 따스한 봄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수는 나목의 숲에 따스한 바람이 불어올 때를 무척 기다린다고 한다. 봄꽃이 피면 온 산을 물들이는 붉은 진달래꽃이 그의 마음도 붉게 물들인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봄은 멀리 있고 나목의 숲에 부는 바람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차가운 돌에도 오래 앉아 있으면 따뜻해지는 법이다. 그는 나목의 숲에 부는 차디찬 바람에도 불구하고 소백산을 오르며 소백산의 경관과 바람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나도 나목의 숲인 광교산을 오르며 차가운 바람을 즐기고 있다. 광교산과 소백산이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정수가 보내주는 소백산 기슭의 풍광과 마음이 있어 이웃마을에 사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정수야! 또 다음 주에 연락하기로 하자.

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