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투바초콜릿

초콜릿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 ‘빈투바 초콜릿’

최근 몇 년 사이 쿡방 열풍으로 공장에서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았던 영역에서도 자기만의 레시피로 남과 다른 차별화된 맛을 내는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꼼꼼하게 원산지별 특징을 잡아내고, 직접 로스팅한 커피로 소비자들에게 특색 있는 맛을 공급하는 카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영역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젤라또와 빈투바 초콜릿이다.

신기술과 함께 소형화, 다양화하는 제과산업
국내 식품산업은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많이 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유해한 합성첨가물을 넣는다든지 대량으로 싸게 수입하는 해외 원료만 쓰고, 한국의 고유한 맛을 낼 수 있는 국산 식재료에 대해서는 무관심해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과 같은 정성스런 식품은 식품공장에서는 만들어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최근 원료를 고급화하고 차별화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고급 콘셉트의 신제품이 하나 둘 등장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식품산업은 싸고 양 많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 대세이다. 소비자들의 감성은 이전보다 더욱 다양하고, 까다로워지고 있는데, 대형 식품업체들은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를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다.

가정에서 직접 조리할 때와 공장에서 대형 설비로 만든 맛이 다를 경우가 많은데, 쿡방에서 인기를 끈 메뉴를 그대로 양산화 공정에 적용할 경우 많은 문제가 초래된다. 그동안 식품가공업은 대형설 비로 대량생산, 경제적인 가격에 적당한 수준의 맛있는 제품을 생산하는데 집중해왔다. 이런 모델은 마켓리더를 빠른 시일 내에 추적해 따라잡기에 효율적일 수 있으나, 소비자들의 감성 변화에 대한 대응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에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을 찾아 위탁 생산함으로써 미성숙한 니치 마켓(Nitch Market)에 대응해왔다.

▲ 빈투바 밀링 머신

다양함이 장점인 ‘빈투바 초콜릿’
‘빈투바 초콜릿(Bean to Bar Chocolate)’은 카카오빈(Cacao bean)에서 소형 제조설비로 한 번에 직접 로스팅하고, 탈피ㆍ리파이닝ㆍ콘칭을 거쳐 만드는 초콜릿을 뜻한다. 원래는 카카오 원료의 산지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유통업체를 피해 생산자 및 소비자가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공정무역 대안 초콜릿을 가리키는 의미였지만, 최근에는 초콜릿에 관심 있는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내가 직접 만드는 DIY 초콜릿으로서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기존 제과업체의 초콜릿 제조공정은 카카오매스와 카카오버터를 해외 유통업체로부터 수입해 설탕과 함께 혼합한 후 리파이너에서 분쇄하고, 콘체에서 하루동안 콘칭작업을 해 초콜릿을 제조한 다음 템퍼링 후 틀에 부어 굳혀 만든다. 공정 중 전용 리파이너와 콘체가 필수적이며, 설비가 대형화할수록 좀 더 생산단가가 낮아지고, 맛도 좋아지므로 초콜릿 제조업에서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형화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카카오빈에서 바로 로스팅과 분쇄, 껍질 분리 후 설탕과 혼합한 다음 밀링ㆍ콘칭해 만드는 빈투바 초콜릿은 카길이나 커피로스터와 분쇄기 등 간단한 설비만으로도 가정이나 업소에서 직접 만들 수 있어 제조경비가 저렴하고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한 맛의 초콜릿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는 특징이 있다.

초콜릿의 핵심 제조기술은 고운 입자를 코코아버터와 같은 유지에 잘 분산시켜서 굳히는 것인데, 기존에는 롤밀로 고운입자를 만들어 콘체에서 잘 분산시키는 방법을 사용했으나, 새로운 빈투바 제조기술은 단순하지만 성능은 중급 이상인 그라운드밀로 고운입자를 만들면서 분산시켜 만든다. 최근 국산 설비 제조업체가 이 밀링머신&콘체를 카페 또는 중소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전용화해 판매하고 있을 만큼 국내 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DIY 제과기술 발전이 불러오는 새로운 기회
카페를 창업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경쟁이 심화하면서 외부에서 공급받던 식재료와 제품을 매장에서 스스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커피를 직접 볶고, 생지를 직접 구워 다양한 빵과 과자를 판매하는 카페도 늘고 있다.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젤라또샵이나 빈투바 초콜릿 카페도 등장했다.

종전에는 대형설비가 있는 공장에서 제조해 납품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메뉴도 신기술의 발전 과 아이디어 공유로 새로운 제조방법이 개발됐다. 대형기계 대신 가정용이나 카페용 소형기계가 도입돼 기존 유통망에서 구입하던 것과는 다른 특색 있는 제품을 전문 카페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조금 더 발전하면 국산 제철과일로 만드는 맛있는 젤라또, 독특하면서도 맛있는 초콜릿 디저트를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대형 제조업체들은 값싼 수입원료, 식품첨가물 등을 사용해 이윤을 극대화했으나 제조가 대기업을 떠나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에게로 넘어오게 되면 신선한 원료와 제철 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식품산업 발전과 소비자 만족, 국내원료 산업의 발전이 동시에 이뤄지는 등 식품산업 전반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먼 곳에 있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기존의 것을 재해석해 새로운 참여 동기가 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해 연결시켜주는 것, 기존 경제 주체가 담당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대응, 이 모든 것이 창조경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공장에서 만들던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이제는 카페에서 직접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다. 식품제조업의 영역에서 즉석식품제조업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제조업 유형의 변경이 아니라 배달앱을 타고 door-to-door로 유통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정광호 ㈜아이엔비 대표이사는 서울대학교 농화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해태제과 식품연구 소와 CJ 제일제당 식품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아이엔비는 미강 등 국산 농산자원 유래의 바이오 소재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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