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호 박사
한국식품연구원

박재호 박사, 한국식품연구원 기능성식품연구본부 감각인지연구단

건강을 조절할 수 있는 후각수용체의 가능성
식품 화장품 임상분야 파급효과 기대

동물에게 후각은 먹이를 찾거나 천적을 미리 피하거나 짝짓기 등 생존에 필요한 생체 기능이다. 사람에게 후각은 유해한 냄새를 감지해 위험을 피하는 생존 관련 역할도 하지만 생존과 직접적인 관련보다는 음식 냄새, 환경 등 삶의 질적 측면에서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후각의 기능은 최근 연구에 의해 건강과도 연관되어 있음이 알려지고 있다.

후각을 인지하는 첫 단계는 후각신경세포에 존재하는 후각수용체가 냄새 물질과 반응하여 화학적 결합을 전기적 신호로 변형하는 것이다. 이후 전기적 신호가 뇌에 전달되어 냄새를 인지하게 된다. 후각 관련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사건은 2004년 액셀 박사와 벅 박사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이다. 두 박사는 냄새 수용체와 후각 시스템 구조에 대한 발견을 인정받아 상을 받았으며 이후 후각과 관련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후각수용체는 인체 유전자 중에서 가장 큰 그룹을 차지하여 약 1000여개의 후각수용체 유전자가 존재하고, 약 400개는 냄새를 인지하는데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후각수용체 관련 연구는 복합적 신호의 해석과 실험적 방법의 한계로 다른 분야에 비해 연구가 더디게 진행되었다. 후각수용체는 한 개의 수용체가 여러 물질과 반응할 수 있으며 반대로 한 개의 냄새 물질이 여러 후각수용체와 반응하므로 실험적 제어가 어려워 산업적 활용이 높음에도 노벨상 이후 큰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10여 년 전부터 Omics 기술과 분자생물학적 발달로 후각수용체가 후각신경세포 이외의 세포 및 조직에서 발현됨이 알려지게 되었으며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Pavlath 교수 그룹은 2009년 향수에 많이 사용되는 합성물질인 라일랄과 반응하는 수용체가 근육에서 발현되고 있으며 근육 재생을 촉진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견은 근육세포에 존재하는 라일랄수용체를 자극할 수 있으면 사고, 노화에 의해 줄어든 근육을 인위적으로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다.

최근 한국식품연구원에서는 동일한 수용체가 인체의 관상동맥, 대동맥에서 발현되고 있으며 세포와 동물 실험을 통해 라일랄수용체 자극이 신생혈관 형성을 촉진한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신생혈관의 생성은 관상동맥환자 등에게는 이로울 수 있으나 암환자 등에게는 해로울 수 있어 그 활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혈관내피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를 자극하는 물질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라일랄수용체는 정자의 운동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으며 궁극적으로 난자와 정자의 수정 과정에도 생리적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늘어나는 불임 관련 사회적 문제 해결과도 연관되어 추후 연구를 통해 임상적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

인도에서 명상 등에 사용되는 샌달우드향과 반응하는 수용체가 피부세포에서 발현하고 피부의 상처 치유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Benecke 교수 그룹에서 최근 발표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후각수용체의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뒷받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 최근 후각수용체가 비만과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가 학회에 보고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후속 연구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비만 관련 질병 치료, 다이어트 등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는 비만 해결을 위해 후각-비만 관련 연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증가하는 후각수용체의 다양한 생리적 기능에 관한 연구는 후각수용체의 역할이 냄새인지를 넘어 우리의 건강까지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화장품, 식품, 임상 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되었듯이 후각수용체의 생리적 기능에는 이로움과 해로움이 존재할 수 있어 주의 깊게 접근하지 않으면 건강에 오리혀 독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