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철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정문철 한국식품연구원 안전유통연구본부 저장유통연구단 책임연구원

사과 구입 시 맛, 가격, 조직감 우선적으로 고려
단맛, 과즙량, 사과향, 아삭한 조직감 선호

정부에서는 신선 과채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품종 개발과 아울러 산지 유통조직을 강화하고 유통시설의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신선 과채류의 품질을 해석하고 그 품질을 통한 지역 및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든 상태이다.

신선 과채류의 경쟁력 향상은 고품질의 신선식품 생산과 출하 기술이 필수적으로, 상품적 가치가 상승된 신선 과채류의 유통을 위해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정보를 정확히 해석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생산자가 추구하여야 할 품질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사과를 비롯한 국내 신선농산물의 표준규격은 소비자의 객관적인 기호도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아래와 같이 단지 외관, 무게, 색택 등을 제한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품질에 대한 정의는 과거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품질의 특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특성을 계량화하여 소비자들에게 원하는 특성의 품질을 지닌 제품을 일관성 있게 생산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예로서 사과의 주산지인 미국 Washington주의 경우 사과 품종별 당도 및 경도와 같은 품질 특성 조건을 만족시켜야 시장에 출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월 1일 이전에 수확한 Red Delicious의 경우 당도 11 이상, 내부 경도 최소 12pound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국내 사과 품질은 중량을 기반으로 균일한 외관 특성 등 외부적 품질지표를 기준으로 등급화하고 있으며, 산지별 품질 차별화 전략으로서 당도만을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행 국내 농산물 표준규격이 크기 위주로 규정됨에 따라 농산물 공판장에서도 더 세분화된 크기 위주의 사과 규격을 운영하고 있고, 크기가 큰 사과가 ‘특 사과’란 의미로 더 높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농산물 표준규격이 색상이나 결점과의 혼입을 억제하는 기준 등으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측면이 있지만, 크기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시장에서는 크기가 큰 제품이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생산자들은 크기가 큰 농산물을 수확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대과 위주의 사과는 선물용 및 제수용의 개념에 기반한 외형적인 품질특성으로서 실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품질 특성과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크기가 큰 사과를 소비자들이 더 선호하는지를 조사하고 크기에 따른 맛의 차이를 구명하여 보았다. 먼저 20~60대에 이르는 전국 성인남녀 약 2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은 아주 큰 사과보다 보통 크기의 사과를 선호하고 있었다. 이같은 결과는 313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기호도 검사 결과와도 정확히 일치했으며, 실제 당도를 비롯한 39개 항목에 걸친 품질분석 결과(최대 88 반복 실험)에서도 크기에 따른 유의적인 품질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크기가 큰 사과가 더 맛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온 기존 구매 관행에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암시한다.

동 결과는 크기가 농산물의 맛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만큼, 소비자가 정말 선호하는 품질기준을 제시하여 고품질의 제품이 높은 가격으로 유통될 수 있는 소비자 중심의 품질규격 기준안을 개정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한국산 사과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과의 크기를 크게 하기 위한 방안으로의 품종개량이 아닌, 실제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을 만족하는 방향으로 품종을 개발하고, 그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저장ㆍ유통 기술이 개발ㆍ보완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품질이 무엇인지 구명할 필요가 있다. 2000명의 전국 성인남녀들은 사과 구입 시 맛, 가격, 조직감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품질적인 면에서는 단맛, 과즙량, 사과향 및 아삭한 조직감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소비자 3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자 기호도 검사결과와 매우 일치하는데, 사과의 품질은 맛의 기호도가 가장 높은 영향을 미치며, 그 특성으로는 사과맛, 단맛, 다즙성, 아삭한 조직감 등의 순서로 구성되었다.

사과맛에 대한 정의는 일정량의 총 유기산 함량에서 sucrose와 fructose의 함량에 의해 결정되었고, 소비자가 느끼는 아삭한 조직감은 blade probe 측정 시 파열음이나 count peaks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사과 품질은 약 1000개의 사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과맛 성분으로는 당산비, 단맛 성분으로는 fructose, sucrose, sorbitol. 총 유리당 함량 및 가용성 고형분이 선정되었으며, 신맛 성분으로는 적정 산도, 신선도 지수로서는 저작음, butyl butanoate, 총 페놀함량 및 DPPH 등이 소비자가 선호하는 사과의 품질 인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용성 고형분은 현재 사과의 당도를 판정하는 유일한 품질 인자로 활용되고 있으나, fructose나 sucrose로 사과의 단맛을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현재 당도 계측기로 활용되는 NIR시스템은 사과가 오래 저장되어 신선도가 떨어질 경우에는 정확성에도 문제가 있어 개선이 요구되었다.

이와 관련해 식품연은 현재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단맛, 신맛, 색 및 시들음 현상을 비파괴적으로 동시에 계측할 수 있는 소형 종합 계량시스템을 제작하고 있으며, 동 장치는 2017년 말에 완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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