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성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김관성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2016년 달력이 두 장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날씨도 제법 서늘해져 이제 아침, 저녁에는 외투를 입지 않으면 차가운 바람때문에 어깨를 웅크리게 됩니다.

매일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면 우리 처와 관련된 뉴스가 보도된 것은 없는지 살펴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요즘 며칠사이 식중독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연이어 보도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이는 솜이불을 꺼내 덮고 보일러까지 틀고 있다는데 이런 날씨에 식중독이라니?

30℃가 넘는 한여름에는 휴게소나 백화점에서 김밥이나 샌드위치처럼 미생물 번식이 쉬운 즉석식품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미생물이 좋아하는 덥고 습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현명한 조치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주로 날씨가 무더운 한여름에 식중독 주의를 강조합니다. 물론 이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식중독 예방은 한여름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한겨울에도 예외는 없습니다. 미생물은 저마다 생육 가능한 온도 범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장균 같은 미생물은 30~35℃에서 높은 활성을 보이지만, 리스테리아 같은 경우 10℃ 이하의 저온에서도 잘 자랍니다. 특히 노로바이러스는 냉동‧냉장 온도 조건에서도 수년 동안 감염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겨울 식중독의 주범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식중독 발생 통계를 보면 전체 식중독 발생 건수 중 36%만이 여름에 발생하였으며 나머지 약 64%는 봄, 가을, 겨울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식중독에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조리한 지 몇 시간 지난 음식이나 날 음식을 먹는 것을 꺼려합니다. 하지만 날씨가 선선할 때에는 아무래도 무더운 날씨였을 때보다 우리의 이런 안전의식이 조금 느슨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계절에도 여름 못지않게 식중독이 높은 수준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이번 여름은 정말 유난히 덥고 힘들었습니다. 도시락 싸들고 나들이하기 좋은 서늘한 날씨, 맑고 높은 하늘, 아름다운 단풍 경관이 우리에게 찾아왔지만 이런 중에도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식중독은 1년 365일 우리 곁에서 머물고 있다는 사실! 그는 우리가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어김없이 불청객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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