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변호사의 식품 법률 강의 14. 행정법의 일반원칙① 신뢰보호의 원칙

 
김태민
스카이법률특허사무소 변호사

김태민 변호사(스카이법률특허사무소)

행정법의 일반원칙이라 함은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최소한의 원칙을 말한다. 기본적으로는 법률 제정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정의의 원칙이며, 행정기관은 국가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국민에게 이런 기본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결국 이러한 행정법의 기본원칙은 헌법원칙이 구체화된 것으로 △신뢰보호의 원칙 △자기구속의 원칙 △비례원칙 △신의성실의 원칙이 있다.

신뢰보호의 원칙이란 행정기관의 어떠한 행위의 존속이나 정당성을 국민이 신뢰한 경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국민의 신뢰는 마땅히 보호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신뢰보호의 원칙은 흔히 ‘금반언(禁反言)의 원칙’과 동일한 것으로 설명되는데 문언 그대로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후행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행정기관의 행정행위에 신뢰보호의 원칙이 모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일정한 조건이 부여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선 행정기관이 국민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를 밝혀야 하고, 그러한 행정기관의 공적 견해가 정당하다고 신뢰한데 대하여 국민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그 국민이 견해를 신뢰하고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하며, 이후 행정기관이 기존 견해와 다른 처분을 함으로써 기존 견해를 신뢰한 국민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해야만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경우 대법원에서는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 선고 2001. 9. 28. 2000두8684)

사실 대법원 판례와 같이 세부적인 요건을 일반 국민들이나 영업자들이 꼼꼼히 따져 보기는 어렵지만 실제 행정기관의 처분 사례를 보면 결국 기존의 다른 영업자에게 행한 행정처분과 달리 법령 개정도 없었는데 특정 개인에게만 행정기관이 다른 처분을 했거나, 법령이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이전 법령을 적용하여 처분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하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행정처분이 내려지는 경우보다 행정기관이 기존과 다른 입장을 표명하거나 특정 개인에게만 다른 태도를 보일 경우에도 해당 행정기관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져 버리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경우 식품안전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신뢰가 최우선적으로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식품, 의약품, 의약외품 등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유사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은 혼란에 빠지고 있으며, 기존 식약처의 견해 표명과 달리 소송이 진행되는 개별 사건에서는 원칙과 명분도 없이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살충제 성분 치약 사건이나 과거 벤젠 비타민음료 사건 등에서 식약처는 위해성분이 검출된 것은 사실이나 검출량에 따라 위해성을 판단해 보건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면서 국민을 안심시켰고, 실제로 과거 벤젠 비타민음료 사건에서는 해당 영업자에 대해서 구체적인 행정처분도 하지 않은 채 구두 권고가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 필자가 진행하고 있는 벤젠 향미유 사건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경인지방식약청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되었으니 그 자체로 위해하므로 검출량과 무관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물론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은 여전히 규정된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조건이 부여되지 않은 등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주장을 지방청에서 견지하려면 최소한 전문지식이 있는 관련부서와 협의를 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법령과 전문지식에 무지한 주장을 다른 기관도 아닌 식약처가 한다는 것은 행정법의 신뢰보호의 원칙과 무관하게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식품안전의 기본원칙이 되는 ‘Dose makes Poison(적절한 양이 독과 약을 구분하는 기준이다)’이라는 명제를 식품안전의 총괄 행정기관인 식약처가 뒤집어 말하는(反言) 행위를 하는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을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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