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만큼 오래된 산업은 없을 것이다. 인류가 이 세상에 나타나면서부터 존재했고, 계속 끊이지 않고 이어질 산업이 바로 식품산업이다. 식품산업은 항상 인류와 함께 해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산업에 비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식품산업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새로운 형태나 개념의 식품이 출현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현상에 맞춘 신개념 식품
국가경제 전 분야에 있어 기존 성장동력의 한계가 노출되고 있는 요즘, 국내 식품산업에서도 미래 먹거리를 위한 혁신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90년대 말 이후 국내 사회환경은 크게 변화해왔다. IMF로 유발된 경제적 사회적 변화와 함께 여성의 고학력화와 취업률의 증가는 식생활 문화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아침식사 준비시간 부족으로 이동하면서도 간편하게 먹는 식사대용품과 간편조리식 시장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최근 쿡방의 인기와 함께 요리하는 남자가 늘어나고, 집에서 가족이 모두 모여 앉아 밥을 먹는 빈도수도 줄어들고 있다. 늦어지는 퇴근 시간과 요리 준비의 어려움 등으로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최근 편의점 등에서 도시락 등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사회 변화는 식품산업에도 변화를 요구하게 되었다.

쌀 소비 견인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
쌀가공산업에 대한 관심과 기술 개발은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새로운 쌀 소비를 창출할 수 있는 혁신적인 가공기술과 제품이 나온다면 국내 식품시장 판도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식사 문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쌀가공 제품의 수요가 높은 것도 현실이 다. 여기에 쌀수입 개방에 따른 국내 쌀시장 변화도 고려해야 할 요 소이다.

막걸리ㆍ떡ㆍ쌀빵ㆍ쌀국수 등에서 벗어나 시장 요구에 맞춰 혁신적인 새로운 쌀가공식품이 필요하다고 본다. 쌀가공식품 하면 우리와 동일한 쌀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권인 일본을 염두에 두기 쉬운데, 일본보다는 미국 또는 유럽 시장에 출시되어 있는 제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례로는 프랑스의 ‘리올레 riz au lait’와 미국의 ‘Rice Cake’를 들 수 있다. 리올레는 쌀과 우유, 설탕을 기본 원료로 한 일종의 라이스 푸딩으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한 끼 간단히 해결하고 싶을 때 좋은 디저트이다. 한식 궁중요리인 타락죽과 비슷한 형태인 리올레는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만들 수 있어 프랑스에서도 인기 있는 메뉴이다.

미국에 있는 라이스케이크는 보통 생각하는 케이크빵의 형태가 아니라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뻥튀기 모양의 과자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감미료로 조미가 되어 있지만, 미국시장에서 유통되는 라이스 케이크는 거의 대부분 조미가 되어 있지 않거나 소량의 소금으로 간을 하여 유통된다. 라이스 케이크는 Gluten-free, Non-GMO인 건강 스낵으로서 건강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에게 whole grain을 섭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농수축산 반가공품과 반가공 기술
데우기, 끓이기와 같은 간단한 조리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반가공품 시장이 유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미 외국에는 델리카트슨 등과 같은 반조리 제품을 판매하는 체인점이 인기를 끌고 있으나 우리나라엔 아직 그만한 바람은 불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외국은 집 앞 가게에서 퇴근길에 반조리식품을 사서 조리하지만, 한국은 별도로 마트에 가서야 구입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이마트 등을 중심으로 반조리 제품이 다양하게 개발 판매되고 있으나, 이들 마트에서 판매하는 반조리제품은 너무 완성형이라 조리하는 재미가 부족하며, 식당에서 사먹는 것과 가격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비슷한 가격이면 식당에서 먹으려고 하지 누가 집에서 귀찮게 직접 조리해서 먹으려고 할까?

국내 농수축산 반가공품 시장이 성장이 더딘 이유는 관련 기술이 아직 개발될 여지가 많고 이력추적 및 품질관리 등에 있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원료 생산단계에서부터 철저한 품질관리와 함께 효과적인 저장가공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덧붙여 비싼 패키지 기술보다도 외국처럼 싸고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인 한국형 저장가공 기술의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착즙만 해도 해외에서는 간단하게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외국과 같은 가공비용만으로 그만한 품질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혁신적 식품과 기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국내 식품산업계에서 사용되는 원료를 보면 수입되는 것이 너무 많다. 많은 국가들에서 식품산업의 발전과 함께 전반적인 1차 산업의 규모와 수준이 향상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가공식품원료가 수입에 의존하므로 1차 산업으로 파급효과는 적은 편이다. 수입원료 대체기술, 물성과 관능 등 분야에서 기존 제품의 획기적 개선 기술 개발이 시급하고, 동물성 원료의 식물성 원료로 대체 등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기술도 함께 개발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날로 올라가는 식재료 가격을 절감시킬 수 있는 해결방법이다. 원가절감을 위한 신기술 개발이야말로 시장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해결해야 할 식품기술은 많다. 국가가 육성해야 한다기보다는 누군가 장인정신을 가지고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해결될 문제가 아닐까 한다.

정광호 ㈜아이엔비 대표이사는 서울대학교 농화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해태제과 식품연구소와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아이엔비는 미강 등 국산 농산자원 유래의 바이오 소재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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