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의 크로스 오버 기술
고기 아닌 고기, 훼이크미트(Fake meat)는 개발 역사가 상당히 오래되었고, 세계적으로 많은 제품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고기 특유의 맛과 식감을 재현하기 힘들어 최근까지도 고기를 기피하는 채식주의자들이나 먹는 맛 없는 식품으로 인식되어 시장점유율은 미미했다. 최근 구글이 창업 4년차의 작은 벤처기업 하나를 인수하려다가 퇴짜를 맞은 사건이 있었는데, 구글을 퇴짜놓은 겁 없는 기업이 하는 사업이 바로 식물성 재료로 고기를 만드는 일이었다.

맛있는 콩고기가 푸드 벤처붐 이끌어
2015년 10월 26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은 햄, 소시지, 베이컨, 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높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도 암 유발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발표 즉시 세계가 술렁였고, 채식주의자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반면 육류를 즐기는 사람들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WHO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특히 독일과 같은 소시지를 전통식품으로서 즐겨왔던 나라에서는 정부에서 나서서 “가공육류를 석면이나 담배와 같은 범주에 넣는다면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걱정을 시킬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양”이라고 해명했다.

중요한 것은 가공육이나 붉은 고기 자체가 아니라 양이라고 하지만, WHO의 발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어 이번 기회에 식생활 패턴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샐러드나 발효식품의 형태로 채소 섭취량을 늘리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일부에서는 가공육 대신 식물성 고기를 섭취하려는 행동도 취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식물성 원료로 고기나 육가공제품을 대체하려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고, 이런 경향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구글이 인수하려다가 퇴짜 맞은 기업, 임파서블 푸즈(Impossible Foods)에 관한 이야기이다.

▲ 베지푸드가 생산한 콩으로 만든 고기. 사진은 채식뷔페 장안농장에서 메뉴로 나오는 콩고기채소볶음

임파서블 푸즈는 2014년 10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홍콩 최고 부자인 리카싱(李嘉誠)의 투자사 호라이즌스 벤처스, 구글 벤처스, 코슬라 벤처스 등에서 7500만달러(약 86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어 2015년 10월 기존 투자자를 비롯해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 대표, UBS, 바이킹 글로벌 인베스터스 등으로부터 1억800만달러(약 1200억원)를 추가 유치했다.

스탠퍼드대 생화학과 교수 출신인 패트릭 브라운 임파서블 푸즈 최고경영자(CEO)는 대학 근처 레드우드시티에서 회사를 창업했다. 그는 30년 넘은 채식주의자이지만 자신이 실험실에서 식물을 원료로 개발 중인 햄버거 패티를 두고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음식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육식을 하는 사람이 고기 대신 먹고 만족할 수 있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그간 고기를 대체할 수 있다는 식물성 고기는 의지가 없다면 먹기 힘든 맛 없는 식품의 대명사로 꼽혀왔는데,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이제는 육식을 즐기는 사람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높여놓은 것이다. 필자도 2012년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Natural Product Expo’에서 콩으로 만든 대체 스테이크를 먹어보고 기존의 비린내 나는 대체육에 대한 선입관을 버릴 수 있었다.

기존 제품을 위협하는 계란대체품의 성장
동물성 단백질이 식물성 단백질보다 영양분 조성이나 맛, 물성 등에서 좋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사실이지만 동물성 단백질은 가격 상승이나 광우병 및 조류인플루엔자 등 질병으로 인한 안전 및 알러지 문제 등으로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동물성 단백질의 대체품으로서 오래 전부터 시도되어 왔던 소재가 바로 대두단백인데, 계속적인 연구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도 늘어가고 있다.

Unilever 사내 벤처에서 출발한 Alleggra Food사는 2005년 Alleggra라는 계란 대체소재를 출시한 바 있다. Alleggra는 대두단백으로 만들었지만 계란과 비슷한 물성을 지녀 베이커리 및 파스타, 각종 서양요리에 계란단백 대체재로 판매 중에 있으며, 계란단백의 원조 대체소재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대두단백으로 계란을 대체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식물성 마요네즈인 Just Mayo는 최근 기존 식물성 대체품의 시장 한계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에게 맛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Just Mayo는 미국 고급형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인 홀푸즈마켓과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 세이프웨이, 월마트 등 메이저 유통업체에서 일반 마요네즈 제품과 나란히 진열되어 경쟁하고 있다. Just Mayo는 기존 식물성 대체 마요네즈와 달리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제품 판매를 담당하는 미국 Hempton Creek사가 대체 마요네즈 판매량이 날로 늘어나는데 위협을 느낀 Knor 브랜드를 소유한 식품 대기업 Unilever사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해프닝은 식물성 원료로 만든 육가공 대체품이 어느 수준까지 왔나 잘 보여주는 사례로 기존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는 동물성 단백을 식물성 단백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점점 커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는 유명 벤처투자사들이 IT, 바이오 다음으로 농업 관련 기술이 유망하다고 하여 대체식품소재 관련 회사를 비롯한 농산업관련 회사에 투자를 검토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투자자들이 쉽게 투자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는 회사는 많지 않지만, 임파서블 푸즈 같은 기업이 하나 둘 등장할 경우 대체육 시장은 식품산업의 블루오션으로 핵심에 자리 잡게 될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미래환경을 생각하는 대체육 시장
전세계적으로 육류의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증가하는 육류 소비량에 따라 가축을 키우기 위한 사료 소비도 증가해 빠른 속도로 육류 섭취를 늘리다보면 사료로 쓸 식물자원이 부족해져서 목초지의 사막화가 점점 더 진행될 것이라고 하는 예상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곡물이나 콩 등으로 만드는 대체육 시장의 성장은 미래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어 공중보건과 환경 이슈 면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현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과는 별도로 국내 대체육 시장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해외에서 기술트렌드를 참고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대체육제품을 육성해보는 것도 검토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정광호 ㈜아이엔비 대표이사는 서울대학교 농화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해태제과 식품연구소와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아이엔비는 미강 등 국산 농산자원 유래의 바이오 소재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