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건강에 좋고 안전한 식품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말에 휩쓸려 상품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발표된 식용유 관련 연구의 상반된 결과 때문에 소비자 선택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우려된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에서 보듯이 식용유 중에서 좋은 식용유와 나쁜 식용유가 존재할까?
 
압착 식용유는 무조건 좋은 기름인가?
식물성 식용유를 생산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씨앗이나 열매 등의 유지작물을 강하게 눌러 짜내는 압착법과 노르말 헥산과 같은 유기용매로 추출하는 용매추출법이다.

압착법은 보통 올리브 열매나 참깨처럼 기름성분이 많은 원료에서 식용유를 추출할 때 쓰인다. 수율이 낮다는 단점은 있지만 용매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압력으로만 기름을 뽑아낸다는 장점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건강한 기름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압착법으로 추출한 식용유를 선택하고 있다.

용매추출법은 1900년대 초 영국에서 최초로 상용화됐는데, 압착법의 단점인 낮은 수율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노르말 헥산을 사용한 유지추출공정은 개발 당시 새로운 유지공급원으로 각광받던 대두와 맞물려 인기를 끌었고, 대두의 대폭적인 생산량 증가와 함께 저렴한 값의 식용유 공급을 주 도했다. 동시에 식용유를 사용하는 전 세계의 식문화 발달에 기여하고, 여러 식물 유지공급원을 통한 식용유 제품의 개발을 이끌기도 했다. 만약 용매추출법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식용유는 지금처럼 저렴하지 않았을 것이며, 우리 국민들이 사랑하는 치킨의 인기도 지금 같지 않았을 것이다.

유지의 정제 및 추출방식과 유해물질 생성
한국에 용매추출법을 도입한 대두유 공장이 생긴 것은 불과 50여 년 전으로, 1969년 동방유량(현 사조해표) 공장이 가동된 이후 국내 식용유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명절 선물로 설탕과 식용유 세트가 인기를 끌었던 것도 식품 원료가 귀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건강한 기름의 대명사로 올리브유가 등장했다. 인터넷 사용이 대중화 되면서 올리브유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심혈관에 좋은 지중해식 식단으로 언론에 소개되면서 건강한 식용유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압착 방식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좋은 기름의 대명사가 됐다.

올리브유가 크게 유행한 이후 건강에 관심을 둔 소비자를 중심으로 압착방식의 다른 식용유에 대해 점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압착유시장이 활발하게 형성되진 않았다. 대형 식용유업체들이 포도씨유, 캐놀라유, 쌀눈유 등 다양한 용매추출법의 식용유를 지속적으로 출시하면서 국내 식 용유 시장은 점점 규모가 커짐과 동시에 제품이 다양해지고 있다.

식용유는 크게 튀김용, 샐러드용으로 구분된다. 조리특성에 따라 튀김용은 고온에서 산화안정성과 아크릴아마이드 생성량, 산화에 의한 알데하이드 생성량이 중요한 품질 요소이고, 샐러드용은 맛, 풍미, 건강 기능성 등이 소비자 선택의 중요 요인이다. 일부에서는 용매추출법의 식용유로 튀김요리를 하면 트랜스지방이나 벤조피렌, 유독성 지방산화물 등이 다량 생성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트랜스지방은 가열처리와 무관하고 기타 유독성 산화물들은 유지 정제의 여부에 따른 것이지 추출방식에서 달라지지 않는다.

식물성 기름은 정말 몸에 좋을까?
최근 식물성 기름에 대한 상반된 기사가 눈길을 끈다. 서울대병원이 식물성 기름을 먹을 때 한국인의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성인 1,6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식물성 기름을 많이 먹는 사람은 적게 먹는 사람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복부비만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6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특히 이런 효과는 고지혈증에서 두드러져 식물성 기름을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로운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질 위험이 54% 감소한다고 보도했다.

반면, 영국 데일리메일은 튀김 요리에는 식물성 기름보다 돼지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열을 가한 식물성 기름을 섭취하면 암과 심장질환, 치매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틴 그루트 벨트 영국 드몽포르대학 교수는 옥수수유와 해바라기유로 튀긴 피쉬앤칩스를 섭취했을 때 신체 내에서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지 연구한 결과, 튀김 요리의 식물성 기름은 1일 안전 수치의 200배 양의 독성 알데하이드 를 생성한 것을 밝혀냈다. 이는 버터, 돼지기름 같은 동물성 기름을 사용했을 때보다 많은 양이었다.

이렇듯 식품을 흑백논리로 판단하는 소비자는 상반된 두 개의 연구결과를 보고 과연 어떤 기름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용량과 용법의 문제일 뿐, 처음부터 좋은 기름, 나 쁜 기름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용유의 종류보다는 용법과 용량이 중요
한국이 가난했던 시절엔 저렴한 제품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식품 생산의 가장 큰 미덕이었다. 식용유도 예외는 아니어서 식물성 유지 공급원이 적은 시절에는 우지나 라드 등 동물성 지방이 주된 지방공급원이었다.

1900년대 초반 대두의 대량 재배와 용매추출공정 보급이 인류의 식용유 활용을 완전히 변화시켰고, 저렴하고 공급량이 풍부한 식물성 기름이 식용유의 주요 공급원이 됐다. 이후 생산과잉이 발생하면서 소비 촉진을 위해 식물성 기름이 동물성 기름보다 더 건강하다는 마케팅을 펼쳤고, 그 말은 그대로 진실처럼 굳어졌다.

식품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뜬금없이 생기는 오해와 편견이 시장의 흐름을 좌우하기도 한다. 똑똑한 소비자라면 식품을 흑백논리로 보지 말아야 한다. 식품은 처음부터 선악으로 볼 것이 아니라 용법과 용량이 더 중요하다.

정광호 ㈜아이엔비 대표이사는 서울대학교 농화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해태제과 식품연구소와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아이엔비는 미강 등 국산 농산자원 유래의 바이오 소재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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