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전
한국식품연구원 박사

허행전 박사, 한국식품연구원 대사영양연구본부 영양식이연구단

개인의 건강·질병 정보와 식품의 영양·건강기능 정보 연계한
모바일 헬스케어 시스템 개발 필요

‘식약동원(食藥同原)’이란 말이 예부터 전해 오듯 현재 내 몸과 마음의 건강상태는 그동안의 식습관을 반드시 반영한다. 먹을 것이 부족하여 영양소 결핍이 주된 문제였던 과거와 달리 현대인에게는 영양소 결핍과 과잉 그리고 에너지 섭취 부족과 과잉이 혼재한 복마전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식습관의 변화는 많은 건강상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식이 조절(다이어트)은 건강한 삶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수 덕목이 되었다. 식이 조절 방법은 보통 대중매체를 통해 노출되는 유명인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특정 식품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에 기반을 두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효과가 없거나 효과는 있지만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최근 스마트기기의 저변 확대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발전으로 모바일 헬스케어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으며, 그 사용자를 중심으로 식이 조절 방법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현재 건강/운동 범주에 있는 대표적인 앱은 사용자가 입력하거나 웨어러블 기기가 측정한 건강 지표, 운동량과 식단의 열량, 기본적인 영양소 함량 정보를 개별적으로 제공하여 사용자가 체계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앱이 식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데에는 국가 주도로 구축된 영양정보 데이터베이스의 도움이 크다.

미국 농무부가 구축하여 공개하고 있는 영양소 데이터베이스는 자세한 영양정보와 기본적인 식물성화합물(phytochemical) 함량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활용도가 가장 높다. 국내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재료와 외식의 기본적인 영양정보와 식물성화합물 함량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영양학회는 식재료와 외식의 자세한 영양정보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나 안내서가 제공해주는 정보를 모바일 헬스케어 시스템에서 활용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개인의 식품 섭취량을 측정하고 이 정보를 앱에 입력하는 데 있다. 그 다음은 개인이 섭취한 식품의 영양정보와 신체 건강정보를 연계하는 데 있다. 현재까지 구축된 식품의 영양기능과 건강기능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거나 미비할 뿐 아니라, 인체 건강 지표와의 연계성 연구는 폭넓게 이뤄지고 있지만 임상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영리 기업 주도로 스마트 의료/헬스 기기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전산화 기술의 발달로 건강/의료정보 빅데이터 규모는 급속도로 증대하고 있다. 그러나 식품의 영양/건강 정보는 식약처/농진청과 영양학회 주도로 체계화하고 있으나 아직 신뢰도와 적용 범위는 다른 기술의 발전에 미치지 않고 있다.

국민이 주 사용자가 되는 모바일 헬스케어 시스템은 생애주기에 맞춰 개인의 건강정보를 제공해주고, 직접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건강검진을 통해 지속적으로 구축된 건강정보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생체지표 그리고 식단의 영양정보로 대표되는 생활습관 정보가 필요하다.

만일 모바일 헬스케어 시스템이 잘 구축되었다면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다. 홍길동 씨는 건강검진을 통해 혈당 수치가 당뇨 위험군에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의사는 식이 조절과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혈당을 낮출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굳어버린 습관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일 운동량을 측정하는 밴드와 체중/체질량지수 등을 측정하는 체중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모듈을 갖춘 스마트폰, 그리고 건강정보와 식단정보를 제공하는 앱을 연계한 모바일 헬스케어 시스템을 통해서 혈당을 관리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단기적으로는 앱이 제공하는 당뇨 개선 식단을 섭취하며 지속적으로 혈당을 측정하여 식후 혈당을 관리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운동량과 체중/체질량 정보를 시각적으로 전달받음으로써 건강관리에 편리성을 제공해 줄 것이다. 이러한 관리에도 불구하고 혈당이 내려가지 않거나 증가한다면 제때 병원의 의료서비스를 받아 건강이 악화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식품의 영양/건강 정보를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시스템은 대부분 체중 조절을 위한 열량 정보 제공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아직 정보에 제한이 많고 식품의 건강기능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개인의 건강/질병 정보와 식품의 영양과 건강기능 정보를 연계한 모바일 헬스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관련 기초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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