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식품 소비는 ‘엄격한 표시제도에 기반 한 계몽과 홍보’만이 해답

하상도 중앙대 교수, “국민 세금 들여 ‘관리전담기관’까지 지정해 예산 투입은 넌센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0일 나트륨, 당류, 트랜스지방을 ‘건강 위해가능 영양성분’으로 정하고, ‘건강 위해가능 영양성분 관리 주관기관’ 지정요건 및 절차 등을 마련한 식품위생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식품저널은 특별기획으로 입법예고안에 대한 식품영양관련 학계와 식품산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바람직한 식품안전 정책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편집자 주>

“법적으로 양에 제한 없이 사용 가능토록 허용한 안전한 식품ㆍ영양소에 대해 그 함량을 규제하는 것은 시장에서 ‘자율’로 할 일이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으로 ‘강제화’하는 것은 지나친 시장 간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5월 29일 개정ㆍ공포된 식품위생법 제70조의7(건강 위해가능 영양성분 관리)에 따라 식품의 나트륨, 당류, 트랜스지방을 ‘건강 위해가능 영양성분’으로 정하고, 교육ㆍ홍보를 하는 주관기관을 지정하기 위한 내용을 담은 식품위생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8월 10일 입법예고 했다.

사람 생명에 꼭 필요한 필수영양소이고, 양(量)에 의존해 과량일 때만 위험성을 주는 ‘나트륨, 당류, 트랜스지방’ 등과 같은 영양소와 음식들에 대해 안전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위해가능’이라는 말을 법(法)으로 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동안 식약처에서 저감화 대책 수립이나 대국민 캠페인을 위해 선언적으로 ‘위해가능 영양성분’이라는 용어를 써 오던 것에는 나름대로 의미와 목적이 있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대통령령으로 법에 이들 영양소를 ‘위해가능 영양성분’으로 정해 나쁜 독(毒)으로 몰아가는 정책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모든 음식과 영양소는 양면성이 있다. 나쁜 면만 보고 문제로 삼으면 이들 세 가지 영양소를 포함해 우리가 먹는 모든 식품과 영양소가 나쁜 ‘독(毒)’으로 전락될 수 있다. ‘설탕, 소금, 지방’은 잘 사용하면 몸에 약이 되고, 지나치게 탐닉하거나 중독되면 독(毒)이 되는 양면적 성격을 갖는 ‘불가근불가원’의 물질이라 특히 균형된 시각으로 다뤄야 한다.

모든 정책이 그러하듯 이 제도도 일장일단이 있다. 그 취지는 ‘가공식품 중 함량을 줄임으로써 국민의 영양소 과잉 섭취를 예방하자’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식품은 의약품과 달리 섭취량을 조절할 수가 없다. 강제급식도 아니고, 처방전을 받아 식품을 정량만 구매, 섭취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공식품으로부터 아무리 영양소의 양을 줄인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섭취량을 높인다면 개별 식품의 영양성분 규제가 전혀 의미 없어지기 때문이다.

음식과 영양소가 원인이 되어 건강을 해치는 것은 복합적이다. ‘비만 등 음식 유래 질환’이나 ‘건강을 잃은 원인’을 음식이나 영양소에 돌리지 말고 편식, 과식, 폭식 등 ‘나쁜 식습관’이나 운동부족 등 ‘나쁜 생활습관’에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허가된 식품의 영양섭취 불균형이 유발한 인체 위해는 개인이 식습관으로 조절하는 것이지 정부가 식품에 함유된 영양소의 양을 규제하는 공급억제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강제적 ‘공급억제 정책’은 단기에 효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산업 전반에 끼치는 부작용도 크고 영양 유래 질환 저감화에 크게 기여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이런 내용을 ⌜식품위생법⌟ 에 명시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법은 비록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과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긴 하지만 명칭의 상징성으로 볼 때 식품의 ‘위생과 안전’을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적으로 양에 제한 없이 사용가능토록 허용한 안전한 식품과 영양소에 대해 그 함량을 규제하는 것은 시장에서 ‘자율’로 할 일이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으로 ‘강제화’하는 것은 지나친 시장 간섭이고 건전한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라 생각한다.

이 제도는 국회의원이나 소비자단체 입장에서는 소비자와 국민의 눈높이에서 충분히 제안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전문 행정부인 식약처’가 입법부 등에서 받은 다양한 제안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행정부는 정책을 취함에 있어 소비자의 생명과 아울러 국가 경쟁력을 고려한 비용과 편익 그리고 사회경제적 여건 등 다각적인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양과잉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다. 섭취량을 줄이는 방편으로 판매단위당 용량, 1회제공량 등 무리한 공급억제 정책을 법으로 강제화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영양정책’은 소비자의 계몽을 위해 자발적, 선언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강제화한다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음식의 섭취는 결국 ‘먹는 사람의 몫이고 선택’이므로 건강하고 건전한 식품 소비는 ‘엄격한 표시제도에 기반 한 계몽과 홍보’만이 해답이라 생각한다.

국민의 세금을 들여 ‘관리전담기관’까지 지정해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것은 넌센스다. 게다가 보건복지부의 영역인 ‘영양관리, 건강관리’ 업무를 안전관리가 주 업무인 식약처에서 간섭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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