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 교수의 농식품 비즈니스 이야기 29.

 

2016년 5월 31일에 오픈한 '카카오 드라이버'가 국내 대리운전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매우 크다. 카카오 드라이버는 참으로 편리한 서비스다. 가히 혁신적이라고 말할만 하다. 대리기사들도 좋아하고, 소비자들도 만족해한다. 그런데 실은 이 카카오 드라이버가 대단한 기술적 혁신이 적용된 새로운 서비스는 아니다. 앱스토어를 뒤져보면 이와 거의 유사한 서비스들이 이미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물론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리운전 시스템을 가지고 있던 대한민국에 카카오 드라이버라는 플랫폼으로 또 다른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 카카오 드라이버의 출시
카카오가 카카오 네비라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고, 그 플랫폼 위에 카카오 드라이버를 올린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마이크로 소프트가 윈도우를 팔 때 미디어 플레이어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번들링(끼워팔기) 한 것, 네이버가 네이버 맵에 네이버 네비를 슬쩍 번들링한 것과는 달리, 카카오 드라이버는 번들링을 통한 시장 진입을 하진 않았다. 카카오 드라이버를 쓰기 위해서는 따로 앱을 다운 받아서 설치해야 하고, 전화번호 인증도 다시 해야 하는 등 기존의 카카오톡과의 연동도 거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카카오는 단지 소비자들이 불편해하고, 대리기사들이 불편해하는 대리운전 서비스 플랫폼 시장의 문제를 모바일 기술로 풀어나가고자 한 것이며, 여기서 특별한 기술적 진보 없이 단지 브랜드 네임과 고객의 신뢰, 그리고 편리함으로 시장진입을 한 것이다. 소비자 쪽에서는 콜센터에 전화하지 않아도 되고, 기사에게 일일이 위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며, 또 가격으로 협상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현금을 준비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도 좋다. 택시 미터기처럼 거리와 시간을 바탕으로 돈이 올라가니 도착한 후 요금으로 싸울 일도 없다.

대리기사 쪽에도 매달 보험금 조로 내야하는 5만~10만원을 내지 않아도 되고, 수수료도 덜 내도 된다. 콜을 부른 소비자들에게 바로 전화 걸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통화 요금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지도 기반으로 콜이 들어오기 때문에 일부러 엉뚱한 주소를 말하는 악질적인 손님들은 이제 없어질 수 밖에 없고, 만취하여 요금을 지불하지 않는 손님도 이젠 끝. 카카오 드라이버로 번 수입은 내일 아침에 바로 통장에 딱 입금된다.

하지만 카카오 드라이버의 과금체계가 유연하지 못하다는 대리기사들의 불만도 있고, 소비자들도 카카오 드라이버가 더 비싸다는 이야기를 한다. 특히 단거리로 움직일 때는 기존의 대리운전 콜센터를 이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나온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모든 서비스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다.

카카오 드라이버와 골목상권
카카오 드라이버의 서비스 출시를 가장 경계하고 싫어하는 곳은 기존의 대리 콜센터이다. 전국에는 수 천개의 크고 작은 콜센터가 있다. 자신의 사업 분야에 새로운 기업이 진입을 하니 경계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에 대해 전략적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대리 콜센터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은 세 가지 밖에 없다.

첫째, 소비자들에게 낮은 비용 청구, 대리기사에겐 낮은 수수료 부과를 보장한다. 둘째, IT 기반으로 프로세스 관리를 하는 카카오 드라이버가 도저히 제공할 수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셋째, 기존의 업체들이 함께 뭉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공동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카카오 드라이버와 승부한다. 이 세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경영학 관점에서 전략적 대응이다.

하지만 기존의 대리 콜센터들이 소상공인연합회를 내세우며 선택한 것은 정부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골목상권 파괴', '소상공 생존권 위협'이라는 뻔하디 뻔한 단어로 카카오 드라이버를 시장에서 퇴출시켜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정부가 현명하다면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좋고, 대단히 현명하다면 네이버, KT, SKT 같은 카카오를 견제할 수 있는 대기업들이 대리운전 시장에 들어오도록 독려하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해지면 소비자와 대리기사 모두에게 더 많은 편익이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외식업과 골목상권
최근 대리운전 시장에서 이러한 상황은 마치 최근 몇 년간 우리 외식업 시장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을 연상시킨다. 대기업이 외식업 시장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중소 외식업체들은 어떤 전략적 선택이 있을까?

정상적이고 공정한 룰의 경쟁 시장에서는 첫째,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음식을 판다. 둘째, 대기업의 획일화된 서비스와 음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음식을 제공한다. 셋째, 체인이나 조합 등을 만들어서 식자재 공동구매 등을 통한 공동대응을 해 나간다.

이 세 가지의 전략적 대응이 있다. 이러한 전략적 대응도 물론 있었지만, 대기업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은 역시 외식업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이라는 비(非)시장적, 반(反)시장적 규제였다. 점입가경이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세 번째 전략적 옵션으로 시장에서 성공한 업체에 대한 기존 중소업체의 규제 요구에서 찾을 수 있다.

백종원이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의 확장과 성공에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기존 중소업체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출점을 제한해 달라는 요구를 거침 없이 하고 있다. 그들은 백종원은 실력으로 승부하지 않고, 미디어 출연과 그 이미지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는 경쟁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백종원 말고도 많은 사업가들, 많은 셰프들이 미디어에 잦은 출연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업체가 전부 성공하고 있지는 않고, 백종원만큼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거의 없다.

더본코리아의 성공은 위에 언급하였던 세번째 전략, '체인이나 조합 등을 만들어서 식자재 공동구매 등을 통한 공동대응을 해 나간다'에서 탁월한 성과에 기인한 것이지, 백종원이 단지 미디어에 자주 나왔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무리 유명인사가 식당을 오픈해도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소비자는 그 식당을 두 번 찾지는 않는다.

하지만 더본코리아의 식당 재방문율은 대단히 높다. 더본코리아의 성공한 브랜드들의 특징은 식자재 구매 및 유통에 있어서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고, 저렴한 식자재를 바탕으로 한 가성비 좋은 음식을 만들어 가맹사업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실은 더본코리아가 보유했던 브랜드의 절반 정도는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성공의 이면에는 실패도 있다. 백종원은 대단한 자본가도 아니고, 1993년 작은 식당으로 출발하여 2015년 매출 1239억원을 기록한 자수성가형 사업가이다.

대기업이 주도한 패밀리레스토랑형 한식뷔페는 전국적인 한식의 열풍을 불러왔고, 이로 인해 외식업계 전반적으로 한식의 바람이 일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우리 한식은 팬시한 것'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도 대기업의 패밀리레스토랑형 한식뷔페에 기인한다.

하지만 중소 외식업체들은 여전히 ‘우리동네’에서 한식뷔페를 퇴출시켜 달라는 요청을 끊임없이 동반성장위원회에 말하고 있다. 이런 논의에서 소비자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다. 외식업의 발전도 안중에 없다.

외식업은 서민들의 산업이며, 골목상권의 전유물이라 누구든 크게 성공해서도 안 되고, 대규모 자본도 들어와서도 안 된다는 논리다. 나만 먹고 살면 된다는 논리인데, 이 논리가 선거라고 하는 정치적인 이슈와 결부되면서 상당한 호소력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골목상권을 보고하는 것이 더 정의롭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누군가 성공하려면 누군가는 망해야 한다
누군가가 망해나가지 않으면서 누군가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초고도 성장하는, 인구(시장 크기)가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사회 말고는 없다. 누군가가 망해나가지 않으면서 그 산업의 경쟁력 향상과 성장을 기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시장 퇴출이 있어야 새로운 시장 진입이 있고, 경쟁이 심화되고 경쟁력이 올라가고 산업이 성장하며, 소비자는 행복해진다.

글로벌 시장을 보면 외식업은 대기업의 체인과 아주 로컬화된 개별 업체로 복잡하게 얽혀 있고, 맹렬히 경쟁하고 있으며, 균형을 맞추고 있다. 로컬업체는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특화된 음식과 서비스로 사랑받고, 대규모 체인은 보통 중저가 시장에서 가성비로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의 외식업체, 대규모 외식 체인을 규제하자는 여론의 바탕에는 이들이 외식업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정의로운 것이라는 착각과 함께 시장의 경쟁을 너무 좁게 판단하는 오류가 있다. 대기업이나 대규모 체인의 시장 규제는 기업의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낳는다. 이는 외식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소비자의 후생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동네 김밥집의 경쟁자가 대기업의 한식뷔페일까? 동네 까페의 경쟁자가 대기업의 커피체인뿐일까? 외식업에서 경쟁 제한 규제의 가장 큰 반사 이익은 식품제조업, 유통업에서 가져가게 되어 있다.

예컨대 현재 동네 김밥집을 가장 압박하는 대체재는 3000원 정도 밖에 안하는 편의점의 도시락과 간편식이고, 동네 까페를 압박하는 대체재는 편의점에서 팔리는 700원짜리 컵커피와 매일 아침 집으로 바로 배송해주는 신선하게 갓 브류어링한 유제품 제조업체의 커피이다.

교통과 유통업이 극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경쟁의 범위를 좁게 판단해서는 안된다. 외식업이 경쟁을 제한하며, 자신들끼리 적당히 경쟁하고, 적당히 나누어 먹겠다고 생각할 때 소비자들은 대체재 산업으로 넘어가 버린다. 대체재 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외식업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섞여서 주류시장과 틈새시장을 촘촘히 메꾸고 서로 경쟁하고, 또 공동으로 대체재 산업에 장벽을 쳐야만 대체재 산업의 위협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외식산업의 경쟁력도 올릴 수 있다.

카카오 드라이버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되는 콜센터 사장님과 직원들, 대기업, 대규모 외식 체인 때문에 폐업하는 영세 외식업체 사장님과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우리에게 제대로 된 복지 시스템이, 경쟁에서 퇴출된 국민도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복지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재분배가 중요하다. 경쟁을 제한하지 말고 부추기되, 경쟁에서 밀려난 자들이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더 이상 치킨 프랜차이즈가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의 무덤이 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기업가정신 교육이 필요하다. 그것이 정부의 역할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비용이 수반된다. 시장에서 승리한 자들이 그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승리한 자들에겐 그런 책임이 있다. 복지 시스템의 시작은 여기서 출발하고, 산업의 성장, 국가 경제의 발전은 여기서 시작한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Food Business Lab 교수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식품 마케팅ㆍ식품 및 바이오산업 전략 등을 가르치며, 농식품 분야 혁신 경영 연구를 위한 Food Business Lab.을 운영하고 있다. Food Business Lab.은 농업, 식품가공, 외식 및 급식, 유통을 포함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비즈니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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