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법률용어의 중요성과 사례

 
김태민
스카이법률특허사무소
변호사

김태민 변호사(스카이법률특허사무소)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일반원칙 20)에서 ‘규격’은
‘최종제품에 대한 규격을 말한다’ 정의

용어의 정의에 대한 식품위생법 제2조에 대해서 벌써 네 개의 강의가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이유는 그만큼 중요하기도 하지만 실제 사건 및 소송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슈가 된 영양성분 표시와 GMO 완전표시제, 3-MCPD 기준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잘못된 해석 등 모든 것이 용어와 연관돼 있다.

서울고등법원(춘천) 2014노44사건은 식품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볼 수 있는지, 그리고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원재료는 과연 식품위생법의 범주 안에 포함되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이었다. 우선 식용유지에 대한 정의를 먼저 알아야 하는데,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는 ‘유지를 함유한 식물(파쇄분 포함) 또는 동물로부터 얻은 원유나 이를 원료로 해 제조ㆍ가공한 것으로 콩기름, 옥수수기름, 채종유, 미강유, 참기름, 들기름, 홍화유, 해바라기유, 목화씨기름, 땅콩기름, 올리브유, 팜유류, 야자유, 혼합식용유, 가공유지, 쇼트닝, 마가린, 고추씨기름, 향미유 등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유지를 함유한 식물 또는 동물로부터 얻은 원유, 원유를 원료로 해 제조ㆍ가공한 각종 기름 등이 식용유지류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원유’다. 대두나 옥수수 등에서 추출해 정제하기 전의 원유는
각종 유기물이 포함돼 그 상태로는 섭취가 불가능하고, 이를 섭취할 수도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식품위생법 제2조 식품의 정의에 따를 경우 섭취 가능한 음식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과연 원유를 식품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만일 원유를 식품으로 보지 않는다면 당연히 식품위생법으로 관리ㆍ처벌 등이 불가능해지므로 이는 각종 사건과 소송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실 이 문제는 비단 원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무수히 많은 중간완제품 등이 연관되므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에 대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권해석을 통해서 ‘원유는 가공식품을 생산하는데 사용되며, 원유를 생산하는 영업자가 식품 제조ㆍ가공업 등록을 했고, 품목제조보고 신고를 마쳤다면 이는 식품으로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식품의 유형은 기타가공품에 해당된다’고 회신했다.

식품위생법에서는 반제품과 원재료라는 용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특히 원재료에 대해서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 특성과 목적에 따라 식물성 원료와 동물성 원료로 구분하고 있으나, ‘이 분류에 의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분류 자체가 무의미하며, 실제로 식용유지 원유와 같이 정제 등 가공공정을 통해서 식품에 사용되는 원료와 직접 사용되는 것을 명확하게 구별해 정의하지 못하고 있어서 혼란이 있다.

또한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일반원칙 20)에서 규격은 최종제품에 대한 규격을 말한다고 정의함으로써 원유를 포함한 중간제품이나 반제품에 대해서는 고시를 명확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다. 오히려 중국에서는 이와 같은 식용유지 원유에 대해서 상세하게 각종 기준 및 규격을 규정하면서 관리하고 있는 것을 보고, 식품안전에 있어 중국보다 선진국이라는 생각이 사라져 버렸다.

위 사건에서 법원은 ‘원유가 식용이 불가능하다고 해 식품위생법상 식품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권해석을 인정했다. 법령 제정의 목적을 고려한 판결로 보이나, 명확한 해결을 위해서는 조속히 식품위생법과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을 개정해서 중간제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기준 및 규격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