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조합BLENDING
커피마다 장단점이 다르다면 그 장점을 합하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A커피는 향은 좋은데 산미나 바디가 약하고 B커피는 향은 약한데 나머지가 좋다면, A와 B를 혼합하면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단독으로 모든 것을 만족하는 커피는 양도 적고 가격도 비싸기 쉬우니 취향에 맞추어 커피를 조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 셈이다.

조합(블렌딩)은 크게 프리믹스 법과 애프터 믹스법이 있다. 애프터 믹스법은 전통적으로 많은 전문 커피 로스터가 사용하는 방법으로 각각의 커피는 각자의 최적화된 풍미에 로스팅하여 블렌딩 된 것을 말한다. 즉, 각각의 커피가 다른 시간과 온도의 설정을 갖는다.

혼합 후 로스팅 방법과 로스팅 후 혼합 방법의 차이

대부분의 조합은 수세식 건조방식에 의한 고품질 브라질 아라비카를 기반으로 한다. 그것에 와인의 신맛 또는 화려한 과일 향을 내기 위하여 아프리카산 커피를 추가하거나, 또는 깨끗한 신맛을 위하여 고지대의 중앙아메리카산 커피를 넣기도 한다. 그리고 일부 로스터들은 바디를 높이기 위해 약간의 로부스타를 추가하기도 한다. 로부스타는 저렴한 비용으로 바디를 높이며 풍부한 거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조합은 원료가 약간 변해도 배합비의 조정으로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쉽고, 일관성 있는 품질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이런 배합표는 회사별로 노하우로 관리되며 각각의 커피성분들에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생두의 품종 가공에 따른 풍미의 일반적 경향

조건(대표 품종)

향기

신맛

바디감

쓴맛

안정성

중남미 고지대 수세식 아라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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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저지대 수세식 아라비카

×

×

아프리카 고지대 수세식 아라비카

×

아프리카 저지대 수세식 아라비카

×

×

아시아 고지대 수세식 아라비카

중남미산 건조식 아라비카

아프리카 건조식 아라비카

아시아 건조식 아라비카

건조식 로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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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식 로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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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더 알고 싶은 커피학, 히로세 유키오
안정성 : 추출액의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가 빠른지 느린지

조합향을 만들기 위해서는 분석이 먼저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런 커피의 조합만으로 해소할 수 없는 욕구가 있거나 커피나무가 열대화로 사라져 원두를 구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커피 맛을 즐길 수 없게 될 것인가? 아니다. 커피나무 없이도 커피 향을 얻을 수 있다. 바로 향기물질의 조합에 의한 조합향이 있다.

커피의 경우 주로 원두를 쓰지 조합향을 쓰지 않는데 다른 분야의 경우 많은 조합향이 쓰인다. 소위 합성향이라는 것이다. 발효 등에 의한 분해와 가열에 의한 풍미는 풍부하고 훌륭하지만, 향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딸기 향을 원한다고 딸기 향을 만들 수는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천연물을 혼합하여 딸기 향과 사과 향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향은 그 향을 분석하여 구성하는 냄새물질을 하나하나 조합(compounding)하여 만드는 수밖에 없다.

모든 향은 향기성분의 조합이다. 어떤 향이든 그 향에 사용된 향기성분과 비율을 정확히 알고 있고, 그 향기성분을 구할 수 있다면 만들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천연향과 합성향으로 구분하는데, 사실 합성향보다는 조합향이 적합한 말이기는 하다. 조합되는 향기성분은 합성의 성분도 있지만 천연의 성분도 있고 천연추출물을 베이스로 단품을 추가하여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천연향은 천연의 복잡한 조성은 그대로인 채 향기성분 위주로 농축한 형태이고, 조합향은 실제 향을 부여하는 물질 하나하나를 이해하고 이를 조합하여 만든다. 조합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자.

천연물(커피) 향기성분의 분석
식품은 보수적이다. 따라서 기존의 익숙한 천연물의 흉내가 조향의 기본적인 과정이다. 가장 일반적인 과일을 분석해도 상당히 여러 가지 성분을 가지고 있다. 향기성분의 조성은 과일마다 다르며, 같은 과일도 품종, 산지, 기후 등 여러 가지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과일의 부위에서 향기를 포집하는 방법에 따라서도 향이 달라진다. 보통 천연물의 향기성분 조성을 분석하면서 조향이 시작이다.

- 향기성분의 수집
천연물에서 향기성분을 꺼내는 것이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다. 추출하는 방법에 따라 향기성분이 달라지고 분석하는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분석기기가 굉장히 민감해졌지만 향기가 아주 사소한 양이라 분석을 위해서는 충분한 농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희석이 필요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추출, 용매 휘발, 수분 제거 과정에서 향기성분의 불균일한 손실이 있고 산화도 일어나 결과가 흔들리기 쉽다.

- 분석
분석하고자 하는 정보에 따라 사용하는 기기가 달라진다. 향기물질의 양만 알고자 하면 GC면 되고 향기물질의 냄새를 알고자 하면 GC/Olfactometry 그리고 그 성분의 이름까지 알고자 하면 GC/MS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IR 혹은 NMR가 쓰이기도 한다.

a.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Gas Chromatography
GC는 향을 매우 섬세하게 분리하는 기계이자 감지하는 기계이다. 향에는 수십~수백 가지 물질이 혼합되어 있는데 미세한 관을 지나면서 물질이 하나하나 분리되고 그 양이 측정된다. 측정의 감도가 높아서 피코그램(10~12g) 단위의 적은 양도 감지한다. 이것은 거꾸로 단점이기도 하다. GC 컬럼에 매우 적은 양을 넣기에 분리되어 나오는 양이 매우 적어 NMR 혹은 IR 같은 다른 기계로 분석하기 곤란하다.

b. 질량분석기 Mass Spectrometry
MS는 다행히 매우 미량으로 분석 가능한 장비이다. 그래서 GC와 결합시켜 분리된 물질이 무엇인지 기존의 피크 형태와 비교하여 자동으로 찾아내는 장비이다. GC-MS가 있으면 미량의 향만 있어도 어떤 성분이 얼마만큼 있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피크의 비교로 가장 유사한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 가끔은 틀릴 수도 있다.

c. GC/Olfactometry(GC/O, GC-MS/O)
GC로 냄새를 분석하면 여러 피크가 나오는데 냄새물질은 역치의 차이가 심해 실제 그런 물질이 냄새에 역할을 하는지 판단이 어렵다. 따라서 냄새의 분석과 동시에 그것이 어떤 냄새이고 얼마나 강한 것인지는 인간의 후각을 동원해야 한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GC-Olfactometry라는 방법인데, GC로 냄새성분을 분석하고 동시에 후각(olfactometry)으로 냄새의 강도 및 특성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 방법은 기기분석법의 장점인 냄새성분 분석과 관능법의 장점인 냄새 강도 및 특성 분석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이 직접 냄새를 판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므로 피로, 객관성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기타 여러 결점도 있지만 아직은 GC/O가 향료과학자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장비이다.

- 핵심 향기성분의 분석방법
처음에 분석기기로 향기성분 분석을 시작했을 때는 어떤 식품의 향기성분만 전부 분석하면 그대로 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오랜 숙련기간이 필요한 조향사가 필요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를 성공한 회사는 없다. 향은 아주 많은 성분이 들어있지만 이것 모두가 향에 기여하지는 않고, 20~30개 성분으로 충분히 재현 가능하다. 그래서 어떤 향기성분이 기여하는지 핵심물질을 찾는다. 역치를 알아내 이것을 감안하는 방법이다. 벌써 45년 전부터 시도된 것이다. 향료물질의 농도에 그들의 역치를 대입하여 공헌도를 계산하고 일정 값 이상만 반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그런 분석치로는 상품성 있는 향을 만드는 것은 부족하고 그저 조향사의 업무를 줄여주는 역할 정도만 한다. 우리가 아직 향과 후각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향은 여전히 조향사의 예술적인 재능을 사용해야 한다. 조향을 하는데 있어서는 기기의 결과에 너무 얽매이거나, 조향사의 주도적 역할을 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분석 결과 어떤 성분이 비록 상당량 존재하고 향의 강도에 중요한 것이라도, 분석된 양보다 훨씬 많이 또는 훨씬 적게 사용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물질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향기물질은 아래와 같다.

비교적 단일 향기성분의 영향이 큰 물질

이름

대표성분

감자

Methional (2,3-Dimethyl pyrazine)

겨자

Allyl isothiocyanate

계피

Cinnamic aldehyde

고수

Linalool

노루발풀

Methyl Salicylate

들깨

l-Perillaldehyde

라임

Terpinolene (Terpinolene, γ-Terpinene)

레몬

Citral (Citral, γ-Terpinene)

메이플

Methyl cyclopentenolone

바나나

Isoamyl acetate

바닐라

Vanillin (Guaiacol, Linoleic acid)

버섯

1-Octen-3-ol

스페어민트

l-Carvone (Limonene, Menthone)

아니스

Anethole

야자

γ-Nonalactone

오이

trans-2-cis-6-Nonadienal

유카립터스

Eucalyptol

인삼

2-Methoxy-3-isopropyl pyrazine

자몽

Nootkatone (Myrcene, Nootkatone)

정향

Eugenol

파인애플

Allyl Hexanoate

페퍼민트

l-methol (Eucalyptol, Menthone)

피스타치오

Benzladehyde

자료 : 서울향료 교육자료

주 향기물질과 보조 향기물질

계피

Cinnamic aldehyde, Cinnamic acetate, Camphor

Phenylacetaldehyde, 2,3-Pentanedion, 2-Phenethyl alcohol

녹차

Linalool oxide, Ionone

딸기

Butyric acid, Hexanal, Furaneol, Methyl butyrate

땅콩

2,5-Dimethyl pyrazine, Hexanal, Nonanal

라이찌

Citronellol, Geranial, Furaneol

망고

cis-3-hexenol, Terpinene, delta-3-Carene

메론

Ethyl (methylthio)acetate, Ethyl Acetate, Octanol

바나나

Isoamyl acetate, Eugenol, Isoamyl valerate

Ethyl decadienoate(cis-4 trans-2)

버터

Diacetyl, Lauric Acid, Butyric acid, delta-Decalactone

복숭아

γ-Decalactone, Ethyl acetate, cis-2-Hexenol, γ-Undecalactone

블루베리

Isobutyl-2-butenoate, Ethyl isovalerate, Raspberry ketone

블루치즈

2-Heptenone, Diacetyl, Butyric acid

사과

Hexyl acetate, Isoamyl acetate, Hexanal

살구

γ-Decalactone, Isobutyric acid, trans-2-Hexenol

아몬드

Benzaldehyde, Furfural, Methyl methoxy pyrazine

오렌지

Limonene, Linalool, Octanal

옥수수

Dimethyl Sulfide, Hexanal, Ethyl phenyl acetate

우유

delta-Decalactone, delta-Dodecalactone, Butyric acid

자두

γ-Decalactone, Ethyl acetate, cis-3-Hexenol

체리

Benzaldehyde, Benzyl alcohol, trans-2-Hexenal

초콜릿

γ-Decalactone, Isovaleraldehyde, Trimethyl pyrazine

커피

Furfuryl mercaptan, pyrazine, 4-Vinyl phenol

코코넛

γ-Nonalactone, delta-Octalactone, Ethyl laurate

포도

Methylanthranilate, Ethyltrans-2-butenoate, cis-3-Hexenol

프룬

Benzyl 4-heptanoate, Dimethyl benzyl carbinyl isobutyrate

헤즐넛

Methylthiomethyl pyrazine, 2,4-Decadienal

자료 : 서울향료 교육자료

- 커피의 핵심 향기성분
커피 향은 1000가지 이상의 휘발성 물질로 만들어졌다. 핵심적인 역할은 30개 미만이다. 하지만 이런 물질을 조합한다고 커피의 전체 풍미를 제대로 재현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향과 맛이 조합된 물리 화학적 현상의 연구를 통해 풍미를 좀 더 제대로 설명하려고 하기도 한다.

원두에서 핵심적인 향기물질

향기물질

향조

Methanethiol

Putrid, cabbage-like

2-Methylpropanal

Pungent, malty

2-Methylbutanal

Pungent, fermented

2,3-Butanedione

Buttery

2,3-Pentanedione

Buttery

3-Methyl-2-buten-1-thiol

Animal-like, skunky

2-Methyl-3furanthiol

Roasted meat-like

Mercaptopentanone

Sweaty, catty

2,3,5-Trimethylpyrazine

Roasty, musty

2-Furfurylthiol

Roasty, coffee-like

2-Isopropyl-3-methoxy-pyrazine

Peasy

Acetic acid

Vinegar-like

Methional

Cooked potato

2-Ethyl-3,5-dimethyl-pyrazine

Roasty, musty

(E)-2-Nonenal

Fatty

2-Vinyl-5-methyl-pyrazine

Roasty, musty

3-Mercapto-3-methyl-butylformate

Catty, roasted coffee-like

2-Isobutyl-3-methoxy-pyrazine

Paprika-like

5-Methyl-5H-6,7-dihydro-cyclopentapyrazine

Peanut-like

2-Phenylacetaldehyde

Honey-like

3-Mercapto-3-methylbutanol

Soup-like

2/3-Methylbutanoic acid

Sweaty

(E)-β-Damascenone

Honey-like, fruity

Guaiacol

Phenolic, burnt

4-Ethylguaiacol

Clove-like

4-Vinylguaiacol

Clove-like

Vanillin

Vanilla-like

자료 : Espresso coffee, Andrea illy 외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커피의 핵심 향기물질 차이

향기물질

농도(ppm)

아라비카

로부스타

2-Ethyl-3,5-dimethylpyrazine

0.326

0.940

2,3-Diethyl-5-methylpyrazine

0.090

0.310

Guaiacol

3.2

28.2

4-Ethylguaiacol

1.61

18.1

4-Vinylguaiacol

55

178

자료 : Food chemistry 4th, H.D. Belitz 외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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