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강의 7. 법률 용어와 기준의 명확성

2015년 개정된 식품위생법에 따라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7년 5월 19일부터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가 시행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식품산업계는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는 법 취지대로 제도를 완벽하게 시행하기도 어려우며, 법의 실효성마저도 알 수 없는 졸속 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식품저널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의 입법 취지와 시행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과 바람직한 정책 방향에 대해 식품산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김태민
스카이법률특허사무소
변호사

김태민 변호사(스카이법률특허사무소)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 문제점은?

“식품 등의 표시기준으로 모든 표시사항을 의무로 규정 불구, 추가적으로 불명확한 기준 설정이 예상되고 있는 비교 표시와 색상ㆍ모양을 통한 표시까지 강요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영업자의 자유권을 지나치게 제한 우려”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지역, 분야 등에 따라서 같은 용어지만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법률에서는 사용되는 용어가 명확해야 하며, 누가 보더라도 동일하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분쟁의 해결을 위해서 어떤 해석이 맞는지를 매번 결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 용어를 반드시 정의해 놓고 있다.

특히 이런 용어의 명확성과 더불어 법률 규정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식품위생법에서는 구체적으로 기준이 필요하지만 법령에서 정할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이 방대할 때 고시로 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식품의 기준 및 규격」과 「식품 등의 표시기준」이다. 이 고시들에는 ‘기준’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내용 역시 각종 식품의 유형과 원재료의 관리 요령과 기준, 규격 확인을 위한 시험 방법, 해당 식품유형에 대한 표시 사항 등이 매우 상세히 나열되어 있다. 식품관련 영업자 혹은 공무원이 이 고시에 나와 있는 기준을 보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기준이 제시되어 있고,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2015. 5. 18. 개정된 식품위생법 제11조의2(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 등)를 보면 “식품을 제조ㆍ가공하거나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수입ㆍ판매하는 영업자는 총리령으로 정하는 식품의 나트륨 함량을 동일하거나 유사한 유형의 식품의 나트륨 함량과 비교하여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게 색상과 모양을 이용하여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2항에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 기준 및 방법 등을 정하여 고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특히 “유사한 유형의 식품의 나트륨 함량”에 대해서 과연 명확히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유사한 유형의 식품 나트륨 함량’과연 명확한 기준 제시할 수 있을 지 의문
얼마나 정확하게 동종 식품의 나트륨 기준을 반영한 것인지 문제될 수 있어

가공식품에만 나트륨 비교 표시 적용…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제외국과 비교 통해 식품산업 발전 조장하겠다는 식약처장 발표와도 상충되는 제도 우려

우선 식품의 유형은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식품 종에서 분류(세분류를 포함한다)하고 있는 농축과ㆍ채즙, 과ㆍ채주스, 발효식초, 합성식초 등을 말한다(다만, 식품유형이 없는 것은 식품 종을 식품유형이라 할 수 있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즉 소분류로서 같은 유형이라 할지라도 제품의 종류가 수십 가지에서 수만 가지에 달할 정도로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시행일이 2017. 5. 19.로 예정된 법령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와 같이 무궁무진한 식품에 대해서 기준을 설정할 지 아직 알 수가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유사한 유형의 식품에 대해서 나트륨 함량의 대푯값을 정할 경우 그 값이 얼마나 정확하게 동종 식품의 나트륨의 기준을 반영한 것인지 문제가 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규정이 강행규정이라는 것이다.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와 같이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게 색상과 모양을 이용하여 표시와 관련해서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제12조(영양성분의 함량 색상ㆍ모양 표시)가 있다. 그러나 이 법령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어린이 기호식품 중 총리령으로 정하는 식품에 들어 있는 총지방, 포화지방, 당(糖), 나트륨 등 영양성분의 함량에 따라 높음, 보통, 낮음 등의 등급을 정하여 그 등급에 따라 어린이들이 알아보기 쉽게 녹색, 황색, 적색 등의 색상과 원형 등의 모양으로 표시(이하 “색상ㆍ모양 표시”라 한다)하도록 식품 제조ㆍ가공ㆍ수입업자에게 권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서 영업자에게 자율적으로 표시를 위임하고 있다. 강행규정은 법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성이 인정되고 절실할 때라야만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식품위생법은 위해방지와 올바른 정보 제공을 통한 국민보건 증진이 목적인 법률이다. 이미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통해서 나트륨 등 국민보건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표시사항을 표시하도록 의무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으로 불명확한 기준 설정이 예상되고 있는 비교 표시와 색상 모양을 통한 표시까지 강요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영업자의 자유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국민이 섭취하는 식품은 가공식품 이외에 일반 농ㆍ임ㆍ수ㆍ축산물 등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가공식품에만 나트륨 비교 표시제를 적용하는데 대한 형평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제외국과 비교를 통해 식품산업 발전을 조장하겠다는 최근 식약처장의 발표와도 상충되는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가 최근 진행되고 있으므로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전향적인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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