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개정된 식품위생법에 따라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7년 5월 19일부터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가 시행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식품산업계는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는 법 취지대로 제도를 완벽하게 시행하기도 어려우며, 법의 실효성마저도 알 수 없는 졸속 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식품저널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의 입법 취지와 시행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과 바람직한 정책 방향에 대해 식품산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2015년 5월 개정된 식품위생법에 따라 2017년 5월부터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가 시작된다. 그러나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는 식품산업계에 부담을 주는 반면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나트륨 함량 평균에 맞춘다면 비교 표시조차 무의미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법은 2015년 5월 18일 공포된 개정 식품위생법에 따라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7년 5월 19일부터 시행된다.

개정 식품위생법은 ‘제11조의2(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 등) ① 식품을 제조ㆍ가공 또는 수입하는 영업자는 총리령으로 정하는 식품의 나트륨 함량을 동일하거나 유사한 식품 유형의 나트륨 함량과 비교하여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게 색상ㆍ모양을 이용하여 포장지 겉면에 표시하여야 한다. ②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제1항에 따른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 기준 및 방법을 정하여 고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식품위생법 제11조의 2(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 등)

① 식품을 제조ㆍ가공 또는 수입하는 영업자는 총리령으로 정하는 식품의 나트륨 함량을 동일하거나 유사한 식품 유형의 나트륨 함량과 비교하여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게 색상ㆍ모양을 이용하여 포장지 겉면에 표시하여야 한다.

②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제1항에 따른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 기준 및 방법을 정하여 고시하여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5년 6월 29일부터 7월 19일까지 국민신문고 정책토론 코너를 통해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 도입에 대한 대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통해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를 알리고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을 유도하는 한편, 합리적인 표시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이 개정된 지 1년이 넘어선 지난 6월 2일 국수, 냉면, 유탕면류(조미식품을 포함한 것에 한함), 햄버거, 샌드위치를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 대상으로 정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하고 7월 13일까지 의견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식품업계 관계자는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 시행시기가 1년도 남지 않았음에도 대상식품이 확정되지 않고, 또 표시기준 등이 나오지 않아 제대로 시행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5월 개정 식품위생법이 공포되자 식품산업계는 법의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식품업계가 지적하는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법의 문제에 대해 알아보자.

1. 올바른 식품 선택 저해
영양성분 표시의 근본 목적인 ‘균형 영양 섭취’를 위한 올바른 식품 선택 저해

식품의 영양성분 표시의 근본 목적은 소비자가 식품을 선택할 때 영양성분의 함량을 알 수 있도록 해 영양성분의 균형 섭취를 도모하는데 있다. 이에 따라 나트륨은 이미 법에 근거해 1일 영양성분 기준치 2000㎎과 1일 영양성분 기준치 대비 %를 가공식품 제품 용기 뒷면의 영양성분표에 표기토록 하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는 나트륨에 대해 표시 우선순위도 제일 앞으로 하여 소비자들이 보다 알기 쉽게 할 예정이다.

그런데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법에 따라 기준치가 기존의 1일 영양성분 기준치가 아닌 ‘동일하거나 유사한 식품 유형의 나트륨 함량과 비교하여’ 설정된 기준치로 제시된다면,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혼선을 주어 올바른 식품 선택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현행대로 1일 영양성분 기준치 대비 %를 표시해도 식품 간 나트륨 함량의 많고 적음을 충분히 비교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개정 법률대로 비교 표시하게 되면, 소비자가 식품 간 나트륨 함량 단순 비교치만 보고 식품을 선택하게 될 수 있다. 결국 소비자는 하루에 섭취해야 할 나트륨 양 대비 해당 식품을 통한 섭취량을 인지함으로써 소비자의 균형 섭취를 돕기 보다는 타 제품 대비 나트륨 함량의 많고 적음만을 인지하게 해 1일 적절 섭취량에 대한 인식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2. 형평성 논란
식품 표시의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

모든 식품은 영양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즉, 소비자 개개인은 특정 가공식품만을 통해 나트륨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섭취하는 모든 식품을 통해 나트륨을 섭취한다. 물론 단계적 확대라고 하지만, 특정 식품 유형의 산업에만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한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회복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정 가공식품들만을 대상으로 추가적이고 의무적인 영양성분 표시를 하게 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3. 비교 표시 방법론의 문제
우수한 식품임에도 나트륨 성분 기준으로 나쁜 식품 오인 우려

동일한 식품 유형이라고 해도 가공형태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서 나트륨 함량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 설정이 어렵다. 나트륨 함량을 비교하기 위한 기준을 과학적인 근거 없이 설정할 경우 업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 적절한 균형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우수한 식품임에도 불구하고 나트륨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나쁜 식품으로 오인 받을 수 있다. 즉, 나트륨 성분 하나로 좋은 식품과 나쁜 식품으로 구분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동일 유형에서 다양한 제품군을 판매하는 회사가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로 오인 받을 소지가 높다. 평균 기준치를 설정해 비교 시 시장점유율이 높은 회사는 부정적 이미지의 제품이 다수 발생할 수 있다. 개별식품의 평균값과 중앙값을 정할 때 모집단의 선택에 있어 동일 카테고리 내 모든 제품을 선정할 것인지, 시장점유율을 고려한 모집단을 선택할 것인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어느 특정 업체가 나트륨 함량이 높은 제품을 시판해 나트륨 영양성분의 평균값을 올리게 될 경우 이 제도의 취지와 다르게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시장 변화가 반영되도록 주기적으로 실태조사를 하여 평균값을 개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4. 모호한 용어 정의
‘유사한 식품 유형’의 정의 설정이 어렵다

예를 들어 이번에 먼저 시행하려는 라면의 경우에도 크게 봉지면과 용기면으로 나뉘고, 봉지면은 다시 유탕면류와 국수류(생면류)로 나뉜다. 유탕면류와 국수류는 각각 비빔타입, 국물타입으로 나뉜다. 용기면의 경우는 큰사발, 컵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특히 국물타입과 비빔타입은 나트륨 함량에 큰 영향을 준다. 과연 어디까지가 ‘유사한 식품의 유형’인지, 구분이 어렵다.

만약 해당 식품 유형의 제조업체들 간 과도하고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개별제품의 나트륨 함량을 평균 함량에 맞춘다면 비교 표시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5. 이미 나트륨 함량을 저감화 했는데...
나트륨 저감화 한계 발생…저감화 추진 의지 저하 우려

정부 정책에 따라 식품업계는 이미 나트륨을 저감화 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식품업체들이 평균 기준치 이하로 개선된 제품을 개발했다고 해도 지속적 제도 운영을 위해 다시 평균 기준치를 설정한다면 나트륨 함량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제품 본연의 특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어 이 법은 현실적으로 적용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식약처의 나트륨 저감화 사업에 일찌감치 참여했던 식품업체들의 상대적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즉, 나트륨 저감화 사업을 추진해 나트륨 함량을 많이 낮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준치를 설정할 때 다시 나트륨을 낮추는 작업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이처럼 개정 법률은 소비자의 나트륨 영양성분 균형 섭취를 돕는다는 목적에 비추어 실효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6. 포장지 변경에 따른 경제적 부담 증가

포장지 변경에 따른 불용자재 발생 및 폐기물 발생으로 인한 중소기업 부담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 시장 변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일정 주기로 시중 제품의 함량을 재조사해야 하는데, 기준치가 변경될 때마다 포장재가 변경되어 경제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다.

또한 평균값 개정에 따른 포장지 적용 유예기간을 고려했을 때 변경사항을 적용한 제품들이 시중에 진열ㆍ판매되고 있는 기존 제품들과 함께 판매됨으로써 소비자의 오인과 혼동을 초래할 수 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