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성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

임주성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

수미 감자는 1시간 경과 전 갈변현상 나타나
‘신선편이용 감자’는 6시간 후도 그대로 유지

감자는 전 세계적으로 120여 나라에서 재배되는 세계 4대 식량작물이다. 현재 세계 생산량은 3억8000만 톤가량이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에서는 기아문제 해결을 위하여, 유럽과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칩 등 감자가공품의 원료로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 감자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재배가 비교적 쉽고 90~10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ha당 적게는 20톤에서 많게는 40톤까지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흔히들 ‘감자’하면 중년이나 노년층은 따뜻한 아랫목에서 어머니가 쪄 주신 감자를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나 불 지피던 아궁이에 감자를 던져두었다가 검댕 숱이 입가에 묻는 줄도 모르고 호호 불며 먹었던 어린 시절 추억들을 떠올린다. 불과 30~40년 전까지 감자는 우리네 식탁에서 친숙한 밥 대용이었으며, 안주 등 부식이었다.

하지만 생활이 풍족해지면서 감자에 대한 소비용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던 구황작물, 부식류에서 감자칩, 감자빵, 감자라면 등 스낵류, 과자류로 용도가 늘었고, 나아가 간편식, 감자화장품 등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쓰임새도 매우 다양하게 확장되었다. 또한, 감자 가공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수량성을 넘어 각각의 제품 또는 소비 용도에 맞는 원료감자의 품질에 대한 요구가 까다로워졌다.

원료 감자의 품질은 생산방법이나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근본적으로는 감자의 유전적 특성, 즉 부모로부터 타고난 품종 고유의 형질에 따라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감자 가공품의 종류나 소비 용도별로 알맞은 품질을 유전적으로 타고난 품종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지역 축제의 활성화로 감자전, 감자옹심이와 같은 감자 전통식품에 대한 관심과 1인 또는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신선편이 식품 소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감자전이나 신선편이 식품을 조리 또는 가공하기 위해서는 감자 껍질을 깎
고 갈거나 슬라이스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때 세포벽이 파괴되면서 세포내 효소가 산소와 접촉하여 갈색색소가 형성된다. 갈색으로 변색된 감자는 품질과 상품성 모두 떨어지게 된다.

갈변을 늦추기 위해서는 염류나 환원제 같은 화학물질이 활용되기도 하는데, 인체 유해성에 대한 부담 등으로 반감이 큰 실정이다. 이 때문에 천연 갈변 저해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수행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그리 크지는 않다. 그럼 선천적으로 갈변이 잘 안 되는 감자는 없을까? 그런 감자가 있다면 감자를 미리 깎아놓거나 갈아두었다가 조리할 수 있어서 전문음식점이나 축제장, 그리고 신선편이 제품을 가공할 때 매우 편리할 것이다. 또한 인공화학제 처리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 농업연구소에서는 전통적인 육종방법으로 갈변이 늦은 감자 계통을 육성하여 품종화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 감자는 품종에 따라 갈변되는 빠르기가 천차만별이다. 어떤 품종은 깎자마자 진한 갈색으로 변하는가 하면, 어떤 품종은 완전히 갈아놓아도 색이 천천히 변해간다. 현재 감자전이나 신선편이식품 가공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 품종은 ‘수미’라는 감자인데, 껍질을 제거한 후에 갈변이 잘 되고 전분함량도 적은 단점이 있다.

수미 감자와 이번에 개발되고 있는 감자 계통을 완전히 갈아서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갈변 차이, 갈변을 일으키는 효소의 활성 등을 비교해 본 결과, 수미감자는 1시간이 경과하기도 전에 색깔이 육안으로 쉽게 구분될 만큼 갈색으로 변한 반면, 새롭게 개발된 감자 계통은 6시간 경과 후에도 밝은 색택을 유지했다. 이러한 갈변 진행의 차이는 갈변을 일으키는 효소(PPOㆍPolyphenol oxidase)의 활성이 달랐기 때문인데, 새롭게 개발되는 감자 계통에서보다 수미에서 PPO 활성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갈변 늦은 감자 계통은 갈변 특성 외에도 수확량이 수미보다 8~15% 더 많았다. 특히, 감자 가공에서 중요한 품질로 여겨지는 건물함량은 수미가 16%였던 반면, 갈변 늦은 감자 계통은 20% 내외로 높았고 전분 함량도 수미보다 많아 감자전이나 신선편이식품 조리ㆍ가공에 유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갈변 늦은 감자 계통은 빠른 시일 내에 품종화되어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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