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재 박사
한국식품연구원
안전유통연구본부
식품표준연구센터

한규재 한국식품연구원 안전유통연구본부 식품표준연구센터 박사

코덱스 규격은 분쟁발생 시 해결 수단
전통식품은 경쟁력 높은 전략 수출식품

지난 5월 초순 서울 한강변에서 중국 단체 관광객 8천명을 대상으로 벌어진 ‘삼계탕’파티가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이는 모 방송국이 대박을 터뜨린 연속극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사실 삼계탕 맛집은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일본이나 중국 관광객의 필수 관광코스 중 하나이다. 아이돌 그룹으로 대표되는 K-pop과 방송 드라마가 선도하는 한류는 자연스럽게 K-food의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전통식품을 세계적인 식품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 ‘전통식품의 국제규격화 사업’이다. 1995년 당시 농림수산부는 이를 중점 정책사업으로 추진하였고, 한국식품연구원이 이를 위한 코덱스 규격 개발 연구를 수행한 결과 2001년 김치, 2009년 고추장ㆍ된장, 2015년에 인삼제품이 코덱스 규격으로 등재되었다.

김치 코덱스 규격은 채소류 발효식품으로서는 유일하게 코덱스에 등재된 규격이다. 지난 2006년 미국의 한 건강전문지가 김치를‘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그 후 우리는 김치를 얘기할 때마다 이 기사를 금지옥엽 같이 홍보하여 왔지만 그 전문지의 지명도나 권위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여 왔다.

그런데 김치가‘Kimchi’라는 명칭으로 FAO와 WHO가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기구(코덱스)의 규격으로 등재되었다는 것은 바꾸어 말해 세계적으로 품질과 위생안전성이 인정된 채소류 발효식품은 김치가 유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만으로도 김치 코덱스 규격은 매우 가치 있고 유용한 홍보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고추장을‘핫소스’또는‘칠리소스’로 소개하였다. 그러나 발효식품으로서 고추장은 칠리소스와는 엄연히 구별된다. 고추장 코덱스 규격은 김치와 마찬가지로 우리 고유 명칭 그대로‘Gochujang’으로 등재되었는데, 이는 고추장이 칠리소스와는 다른 특성을 갖는 제품임을 국제사회가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려인삼은 우리나라, 우리 국민 모두의 자부심이다. 그러나 세계적 관점에서 바라본‘고려인삼’은 그리 녹록치 않다.

오랜 세월 동안 인삼은 식용보다는 주로 약용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세계 각국은 WHO의 약용식물도감에 수록된 ‘Radix Ginseng(인삼뿌리)’에 근거하여 자국의 관련 법령을 제정하였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인삼은 대부분 국가에서 식품이 아닌 약품 또는 식이보조제로 분류되어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인삼제품 수출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추진된 인삼제품의 코덱스 규격화는 장장 15년여에 걸친 식품/약품 논쟁 끝에 2015년 세계규격으로 채택되었다. 이제야 인삼이‘식품’으로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인삼제품 코덱스 규격은 인삼을‘식품’으로 인정한 세계 최초의 국제공인문서이며, 코덱스 규격화는 인삼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코덱스 규격화의 영향으로 중국은 2012년 9월 신자원식품법 개정을 통해 5년근 이하 인삼을 약품이 아닌 식품으로 재분류하였는데,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더 많은 국가들로 파급될 것이며 우리나라의 수출시장 환경을 크게 호전시킬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경제성 분석 결과, 김치 코덱스 규격화는 2001년부터 2012년 기간 중 연간 269억 원의 수출 증대 효과를 가져왔으며, 2005년에 촉발된 기생충알 파동으로 인한 수출 감소분을 대부분 상쇄시킨 것으로 분석되었다. 일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김치 코덱스 규격은 2014년 기준 146억 원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추장은 규격화가 완료된 2009년에 비해 2014년에는 수출량 163%, 수출액 197%가 증가하였다.

코덱스 규격은 교역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예를 들어 삼계탕의 미국 수출과정에서 불거진 인삼의 식품원료 허용 문제와 중국이 자국의 파오차이에 대한 미생물 기준을 김치에 적용함으로써 수출이 전면 금지되었을 때 코덱스 규격은 이들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되었다.

전통식품은 일정한 지역에서 전래, 발전되어 온 식품이기 때문에 소비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를 국제화하는 일은 자칫 전통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 전통식품은 그 특이성으로 인해 가장 경쟁력이 높은 전략 수출식품의 하나이며, 세계화 가능성이 매우 높은 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 식품에 대한 국제규격 설정은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확보하게 됨은 물론 국제적인 관심도를 불러일으켜 국제 소비시장 확대와 수출경쟁력 제고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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