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처리는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변화…인체 이용 영양분 많아져

식품가공기술 중 열처리는 가열 중 품질 변화, 영양소 파괴, 생리활성물질 손실 등의 우려로 비열처리 가공방식이 선호되는 경향이 있으나, 최신 연구결과에 따르면 열처리에 의해 오히려 영양소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어 열처리 기술에 대한 관심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광호 아이엔비 대표이사는 “식품 총 영양소 함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3대 영양소는 가열조리 중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변화하여 가열 전보다 이용할 수 있는 영양분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열처리가 음식물의 소화를 돕고 항산화 활성을 가진 플라보노이드와 폴리페놀, 카로티노이드와 같은 영양소의 소화이용률을 높이는데 기여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까지 보고된 다수의 연구결과를 볼 때 데침이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적정한 시간의 조리과정을 거칠 때만 이러한 효과가 나타난다”며, “이러한 사항을 주의 깊게 잘 지키면서 열처리를 활용한다면 더 건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식품 조리방식으로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정광호 대표가 영양소 섭취에 도움을 주는 식품의 열처리에 대해 다룬 기고문 전문.

 

식품가공기술 중 열처리는 저장기간 연장과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왔으나 가열 중 품질 변화 및 영양소 파괴, 생리활성물질 손실에 대한 우려로 비열처리 가공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최신 연구결과에 따르면 열처리에 의해 오히려 영양소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어 열처리 기술에 대한 관심이 재조명되고 있다.

불에 익혀 먹는 것은 영양분 섭취를 늘리는 방법
전통적인 식품가공방법으로서 열처리는 인류가 불을 발견했을 때부터 있어 왔으며, 인류는 불을 이용해 다양한 식재료를 식품으로 조리ㆍ가공하여 섭취해 왔다. 불로 조리함으로써 세균이나 기생충을 사멸시키고, 독소 등도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

식재료 중 식물은 보통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방어체제를 가지고 있다. 일례로 콩은 단백질 중 트립신 저해 인자를 가지고 있어 포식자가 자신을 먹으면 소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설사와 복통을 일으키도록 하며, 감자는 싹에 솔라닌이라는 독소를 가지고 있어 발아기에 자신을 먹으면 소화기관의 마비를 가져오게 만든다.

아름다운 장미에 가시가 있는 것처럼 영양분이 많은 식물일수록 독소를 가지고 있어 자신들을 쉽게 먹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식물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탄닌, 식이섬유, 피틴산 등은 포식자들이 자신을 섭취하기 어렵게 하기 위한 소화방해인자(antinutrient)이다.

그러나 인류는 불을 활용하여 식물의 이러한 자기방어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그들이 보호하려던 영양분을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해 섭취한다. 자연 상태에서는 소화방해인자와 결합되어 소화하기 어려웠던 영양소를 열로 결합을 파괴시킨 결과, 사람이 식사를 통해 흡수하는 영양분의 양은 크게 늘어났다. 쌀ㆍ콩ㆍ밀ㆍ감자ㆍ옥수수 등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식품들이 그 좋은 예이다.

열에 의한 영양소 파괴는 생각보다 적어
보통 영양소라고 하면 비타민이나 미네랄, 또는 특별한 기능성 물질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식품의 영양소는 크게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3대 영양소로 나눌 수 있으며, 이들이 식품 영양소 총 함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비타민과 미네랄을 더해 5대 영양소로 분류한다.

식품 총 영양소 함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대 영양소는 가열조리 중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변화하여 가열 전보다 이용할 수 있는 영양분이 많아진다. 문제는 비타민ㆍ미네랄ㆍ항산화 물질 등인데, 미네랄은 금속이나 열에 쉽게 파괴되지 않고, 플라보노이드ㆍ폴리페놀 등 항산화물질은 고열에도 강한 것이 특징이다. 열에 의해 파괴되는 성분은 비타민C 등 일부 성분에 불과하다.

최근 지속된 연구에 따르면, 가열 그 자체보다는 가열시간이 비타민C 파괴와 더 연관되어 있다. 비타민C는 가열하지 않고 저장 보관하거나 빛에 노출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파괴된다.

구우면 오히려 증가하는 영양소
기존 상식과는 달리 야채나 과일을 구워서 먹을 경우 몸에 좋은 영양소들이 오히려 증가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미국 코넬대 식품과학과 Rui Hai Liu 교수 연구팀이 2002년 4월‘Journal of Agriculture and Food Chemistry’지에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토마토를 섭씨 87도에서 2분ㆍ15분ㆍ30분간 가열처리한 결과, 라이코펜 함량이 각각 6%ㆍ17%ㆍ35% 늘었다고 보고했다.

라이코펜은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으로 강력한 항산화제로서 항암이나 전립선질환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 토마토 내 비타민C 함량은 처리시간에 따라 각각 10%ㆍ15%ㆍ29% 만큼 줄었지만, 더 강한 항산화력을 가진 라이코펜이 늘어나 항산화작용은 오히려 28%ㆍ34%ㆍ62% 만큼 더 늘어났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 사례가 보고된 바가 있다. 2008년 충북대 식품공학과 정헌상 교수팀이 한국식품과학회지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멜론ㆍ사과ㆍ토마토ㆍ참외ㆍ수박ㆍ바나나 등의 과채류를 열처리하여 비열처리군과 항산화 활성을 비교 측정한 결과, 가열처리한 과채류 모두가 열처리하지 않았을 때보다 항산화능력이 증가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앞서 언급한 코넬대 식품과학과 Rui Hai Liu 연구팀에서 2002년 7월에‘Journal of Agriculture and Food Chemistry’지에 발표한 또 다른 결과에 의하면 고열ㆍ고압 조건이라 모든 영양소가 다 파괴될 것만 같은 옥수수 통조림 제조 시에도 항산화물질이 44%나 늘어났다고 한다.

이렇게 열처리를 하면 몸에 유용한 항산화 능력이 늘어나는 이유는 열처리에 의해 식이섬유 등의 식물 조직 안에 있던 유용한 폴리페놀 성분 등이 조직 밖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이며, 라이코펜과 같은 지용성 물질은 높은 온도에서 물에 더 잘 추출 되는 경향이 있다.

폴리페놀의 경우는 데침(bleaching)에 의해 조직이 연화되고 섬유가 벌어지면서 식물 밖으로 유리 용출되는데, 이때 폴리페놀은 식물 내부와 끓여낸 물에 고르게 분포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데침 시간을 잘 조절하여 폴리페놀의 손실을 줄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유리된 성분은 소화관 내에서 이전보다 쉽게 흡수 이용될 수 있다. 열대지방에 가면 파인애플이나 망고 등 각종 과일을 꼬치에 꿰어 바비큐로 먹는 메뉴가 있는데, 이런 요리에도 이런 원리가 깃들여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열처리 가공방법의 한계와 부작용도 동시에 경계해야
열처리가 영양소 이용을 증가시킬 수 있으나, 항상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일정 온도 이상으로 가열할 경우에 발생하는 벤조피렌, 아크릴아마이드와 같은 발암물질의 생성을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븐구이나 튀김, 직화구이 등을 할 때 조리시 갈변반응이 일어나면서 생성되는 색소들이 항산화 활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항산화효과를 올릴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식재료를 300℃ 이상을 넘겨 오래 구울 때는 항산화효능을 갖는 색소 생성과 더불어 벤조피렌을 생성할 우려가 있고, 그보다 낮은 150℃ 정도의 온도 조건에서도 설탕과 아스파라긴산이 반응하여 위해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가 생성될 수 있다.

물론 일상적인 가열조건에서는 이들 물질이 다량 생성될 우려는 없으나, 조리 온도와 시간이 이들 위해물질들의 생성에 직접적으로 관련 있으므로 불에 구울 때나 오븐에 구울 때, 기름에 튀길 때는 정해진 조리시간을 지켜 이들 위해물질의 생성을 가급적 차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열처리가 음식물의 소화를 돕고 항산화 활성을 가진 플라보노이드와 폴리페놀, 카로티노이드와 같은 영양소의 소화이용률을 높이는데 기여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까지 보고된 다수의 연구결과를 볼 때 데침이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적정한 시간의 조리과정을 거칠 때만 이러한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이러한 사항을 주의 깊게 잘 지키면서 열처리를 활용한다면, 열처리가 영양소를 파괴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선입견에서 벗어나 더 건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식품조리방식으로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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