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출의 기본 변수 : 입도(분쇄의 정도), 온도, 시간
커피의 맛 부분 중에 가장 많은 것은 산미 성분이다. 클로로젠산은 건조 커피의 무려 7%에 이를 정도로 많기도 하다. 추출에 기본적인 영향요소를 산미 성분의 추출 정도로 알아보자. 첫 번째 입도이다. 입도가 굵으면 중심까지 침투해 꺼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따라서 가늘수록 추출량이 증가한다.

두 번째는 온도이다. 온도가 높을수록 분자의 운동이 활발하므로 추출률이 높아진다. 시간은 당연히 길수록 많아진다. 따라서 곱게 갈아서 높은 온도에 오랜 시간 추출하면 추출량은 최대가 된다. 문제는 추출량이 최대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맛이 최고가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자료는 아래 <표 1~3>와 같다

표1. 입도에 따른 유기산 추출 정도 (자료 : ICO Sensory)

산물질

굵은 입도

보통 입도

가는 입도

젖산

109.67

194.50

308.33

초산

242.67

225.67

209.00

구연산

325.00

461.00

440.00

사과산

119.33

137.00

163.67

퀸산

435.33

495.00

510.00

클로로젠산 

700.00

1,064.67

1,177.00

팔미트산

5.03

5.90

3.63

표2. 온도에 따른 유기산 추출 정도 (입도 fine grind, 시간 5분)

산 종류

70℃

94℃

100℃

젖산

121.00

194.50

187.33

초산

151.33

225.67

187.00

구연산

388.33

461.00

332.00

사과산

131.00

137.00

122.00

퀸산

348.33

495.00

383.33

클로로젠산

872.67

1,064.67

1,067.67

팔미트산

3.26

5.90

6.53

표3. 시간에 따른 커피의 유기산 추출 정도 (입도 fine grind, 94℃)

산 종류

1분

5분

14분

젖산

56.67

194.50

125.67

초산

261.00

225.67

242.00

구연산

343.33

461.00

355.33

사과산

109.33

137.00

100.33

퀸산

525.00

495.00

556.67

클로로젠산

955.00

1,064.67

988.33

팔미트산

4.97

5.90

5.87

단순히 추출물을 많게 할 것이라면 입도는 가늘고 온도는 높고 시간은 길게 하면 되지만 맛과 향을 고려하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원하는 맛과 향은 최대한 뽑고 쓴맛 같이 원하지 않는 맛의 추출을 줄이고 향의 손실도 줄이려면 아주 정교한 조건의 설정이 필요하다. 먼저 분쇄부터 차례로 알아보자.

커피의 분쇄
어떤 방법으로 추출하든 커피 추출의 첫 단계는 분쇄이다. 추출 표면적을 늘리고 침투 거리를 줄여서 고형분과 향이 잘 녹아 나오게 하는 것이다. 입자가 미세할수록 노출된 추출면적이 많아지고, 침투 거리는 짧아지고 접촉 시간은 길어진다.

분쇄기로 분쇄 후 분쇄된 정도를 간단히 알아보는 방법으로는 손가락 끝 사이에 가루를 비비면서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숙련이 필요하고 객관적이지 못하다. 체망을 이용하는 방법과 입도 분석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입도 분석기는 아래와 같은 그래프 형태로 결과를 보여준다.

그런데 입도가 10인 것과 100인 것은 직경은 10배의 차이이고 크기는 1000배(10X10X10) 차이다. 표면적 100배 개수는 1000배 차이이다.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진다. 입도는 직경을 나타내고 실제 크기는 직경 비율의 3승배에 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림1. 분쇄 속도에 따른 입도의 분포도 (자료 : http://bwissue.com/grinder/25753)

 

표4. 커피 분쇄도의 특성 (자료 : 커피학, 中林敏郞 외)

입자의 종류

크기(㎜)

1g당 입자 수

g당 증가 입자 수

증가율

전체면적(㎠/g)

온전한 콩

6.0

6

-

-

8

분쇄 콩

3.0

48

42

1

16

인스턴트커피

1.5

384

336

8

32

레귤러용

1.0

1296

912

22

48

드립용

0.75

3072

1776

42

64

미분

0.38

24572

21500

512

128

1mm로 원두를 분쇄했어도 그 안에는 50㎛(0.05mm) 크기의 세포는 남아있다. 1mm 크기로 분쇄된 원두에 8,000(20X20X20)개의 세포가 있고 그 안에 로스팅 과정 중 생성된 물질과 가스들을 간직하고 있어서 추출 시 맛과 향이 녹아나오는 것이다. 물론 가공, 로스팅, 분쇄 시 충격에 의한 미세한 균열과 자연적으로 생긴 세포벽의 구멍을 통해 저장되는 동안 천천히 빠져나오지만 이런 구멍이 추출 시 향과 맛 성분을 효과적으로 뽑아내는 바탕이 된다.

입도가 적으면 통과시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아래 <그림2>과 같다. 그리고 입도가 균일해야 하는 이유는 <그림3>과 같다. 같은 온도에서 동일한 시간을 추출해도 입도가 다르면 크기가 작은 (a)는 원하는 맛과 향의 추출은 좋지만 쓴맛 성분까지 빠져나오고, 중간의 (b)는 맛 성분이 빠져나왔지만 아직 쓴맛은 빠져나오지 않아서 양호한 상태가 된다. (c)처럼 입도가 큰 경우에는 쓴맛이 빠져나오지 않은 것은 좋은데 원하는 성분까지 아직 빠져나오지 않아서 맛이 약해지는 문제가 있다. 입도가 균일한 것이 추출품질의 기본인 것이다.
 
그림2. 입도와 통과시간

 

그림3. 입도와 추출물의 관계

 

- 커피 분쇄기
커피 분쇄는 건식 분쇄만이 가능하고 공장용 대형 분쇄기는 4단 롤러를 통해 차례로 분쇄해 미분의 발생이 매우 적고, 또한 분쇄 시 열 발생이 적어 향에 손상이 적다. 또한 입도의 조절이 쉽고 실버스킨의 처리도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업소용은 이런 분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점이 있는 분쇄기를 쓸 수밖에 없다.

미분의 발생이 적고, 분쇄된 크기가 가능한 균일하고, 입도 조절이 용이하고, 열 발생이 적고, 분쇄 중 공기(산소) 노출이 적고, 설치, 유지 보수가 용이해야 한다. 커피 추출을 잘하기 위해서는 목적에 맞는 크기로 분쇄가 잘 돼야 한다. 크기가 작은데 온도가 높거나 추출시간이 길면 쓴맛 물질이 많이 추출되고, 온도와 시간에 비해 입도가 크면 추출되는 효율이 떨어지고 맛이 약해진다. 그리고 원료의 조건에 따라 동일한 기계 조건에서도 분쇄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커피 원두 : 품종, 건조법, 가공법 등에 따라 가공된 콩들은 경도의 차이를 보인다. 특히 경도는 일교차에 민감한데, 산지마다 다르다.
로스팅 정도 : 로스팅 시 커피콩이 팽창하고 크랙이 발생한다. 세포벽은 견고함을 잃고 점점 부서지기 쉽게 된다. 로스팅 후 냉각도 커피 분쇄에 영향을 준다.
커피콩의 수분 함량 : 수분 함량이 높으면 탄성이 생겨서 분쇄가 힘들어진다.

- 분쇄로 화학적 변화
분쇄하면 크기와 물리적 구조가 바뀌지만 마찰열에 의한 약간의 화학적 변화도 있다. 분쇄 시 온도를 측정하면 80℃ 정도로 나타나지만 실제 온도는 100℃를 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 시간은 로스팅 시 노출되는 시간보다 짧지만 공기에 직접 노출이 돼 산화반응 등으로 커피의 맛에 이롭지 못한 결과를 주기에 충분하니 조심해야 한다.

커피의 분쇄 시 세포벽에 갇혀있던 가스와 향이 방출된다. 커피의 세포에는 로스팅 과정에서 형성된수 백 가지의 휘발성 화학 물질과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가 있는데 비록 적은 농도지만 휘발성 물질은 특정 커피의 향기를 내는 데 필수적이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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