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 교수의 농식품 비즈니스 이야기 28.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2005년에 32.1㎏이었던 것이 2014년에는 42.7㎏으로 크게 증가했다. 즉 곡물, 특히 쌀 소비를 20여㎏ 줄인 대신에 고기 소비를 10㎏ 늘였다. 전반적으로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인 셈이다. 물론 채소류의 소비도 다소 감소했다.

곡물 소비 줄고, 고기 소비 늘고
대한민국 국민 1인당 연간 곡물 소비량이 2005년에는 135.6㎏이었으나, 2014년에는 117㎏으로 줄어 연 평균 1.6%의 감소했다. 밀은 연 평균 30㎏으로 큰 변화가 없으나, 쌀은 80㎏대에서 60㎏대로 떨어졌다. 국내 곡물 소비량의 감소가 거의 쌀의 소비 감소에 기인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의 선입견과는 달리 밀과 쌀은 즉, 빵과 밥은 대체재의 관계에 놓여있지 않다. 한국인은 여전히 빵을 간식으로 먹고 있기 때문에 빵은 과자, 커피 등과 같은 간식류와 대체재의 관계에 있고, 쌀은 오히려 육류와 대체재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2005년에 32.1㎏이었던 것이 2014년에는 42.7㎏으로 크게 증가했다. 즉, 곡물, 특히 쌀 소비를 20여㎏ 줄인 대신에 고기 소비를 10㎏ 늘였다. 전반적으로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인 셈이다. 물론 채소류의 소비도 다소 감소했다.

농촌진흥청이 수도권 거주 700여 가구의 주부들로부터 수집하고 있는 영수증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2014년 기준 각 가구당 주부의 연간 식료품 구매액은 대략 506만원 정도이다. 이 중 곡물은 6% 수준으로 32만원 정도인데, 구매 횟수로 보면 일년에 대략 21회 정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구매 횟수로 보면 전체 구매 횟수의 2%정도로 나타나 다른 제품군에 비해 덜 자주 구매하고, 한 번 구매 시 대량 구매하는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월별 구매 금액을 보면 3월과 4월의 구매 금액이 2만원 대로 가장 적고, 10월과 11월이 가장 많은 3만7천원, 4만원으로 나타났다. 10월 11월에는 주요 쌀, 잡곡, 서리태, 고구마 등을 포함한 곡류의 수확철이라 제철 농산물을 저렴하게 사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 그림1. 농촌진흥청 수도권 주부 소비자 패널 곡류 구매 자료

곡물, 인터넷 구매 선호
농촌진흥청의 주부 소비자 패널의 영수증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대형마트에서 구입하는 것이 전체의 2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뒤를 이어 기업형 슈퍼마켓과 소형 슈퍼마켓에서 구매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채나 청과류의 경우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에서 구매한 비율이 각 23%, 17%인 것에 비해 곡물의 경우 8%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반면에 곡물의 인터넷 구매는 다른 품목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인 4%였으며, 이는 곡물의 무거운 무게 때문에 주부들이 온라인 구매를 상대적으로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그림2. 농촌진흥청 수도권 주부 소비자 패널 곡류 구매 자료

또 하나 재밌는 결과는 소비자의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전체 식료품 구매액에서 곡물 구매액의 비중이 낮아 지고, 자녀 수가 늘어나도 전체 식료품 구매액 대비 곡물 구매액의 비중이 낮아 진다. 반면에 유제품과 가공식품의 구매액의 비중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소득의 차이와 주부의 취업 여부는 전체 식료품 구매액 대비 곡물 구매액의 비중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곡 구매 금액은 늘어나
농촌진흥청의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 주부들의 가구당 연간 쌀 구매 금액은 큰 변화가 없는데, 가구당 연간 잡곡 구매 금액은 상승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웰빙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면서 쌀이 아닌 다양한 곡물로부터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2014년 들면서 잡곡 구매액이 급격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추가적인 분석에 의하면 고소득 계층일수록, 고령층일수록, 전업주부일수록 백미보다는 현미나 잡곡을 더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림4. 가구당 잡곡 구매금액

슈퍼곡물 시장 증가는 다양한 가공제품 덕
최근 국내 곡물 소매 시장의 가장 핫한 트렌드는 슈퍼곡물의 성장이다. 여전히 전체 곡물 구매 금액 대비 수퍼곡물 구매 비중은 아직 낮으나 곡물류 중에서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슈퍼 곡물은 렌틸콩, 퀴노아, 귀리, 아마란스, 치아씨, 병아리콩 등 대부분 수입된 곡물로 영양적으로 우수하며, 동시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일컬어지는 곡물들에 대한 통칭이다. 특히 유명인들의 다이어트 식단으로 미디어에 소개되며 대중들의 관심을 크게 끌고 있다.

▲ 쌀 소비를 늘리려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쌀가공식품 개발이 필요하다. 5월 10일부터 13일까지 서울국제식품대전에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마련한 쌀가공식품관

2011년만 하더라도 가구당 구매 금액이 0원에 가까웠으나, 2015년에는 가구당 5천원씩을 수퍼곡물에 지출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전체 곡물 매출에서 슈퍼곡물이 차지하는 비중에 10%를 넘어 섰다고 발표했고, 2016년 설 기간 동안 판매된 슈퍼 곡물세트 매출이 전년 대비 무려 2478.3% 증가했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이런 슈퍼곡물을 직접 구매해 집에서 조리를 해먹기도 하지만, 식품업체에서는 이를 다양하게 가공해 소비자에게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슈퍼곡물이 들어간 즉석밥, 슈퍼곡물로 만든 음료 및 간식류 등이 판매되고 있다.

▲ 최근 국내 곡물시장에서 슈퍼곡물 판매가 급격히 늘었다. 사진은 5월 10일부터 13일까지 서울국제식품대전에 콜롬비아관에 전시된 퀴노아 파우더. 우유나 주스, 죽 등에 넣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현재 대한민국 곡물 시장의 현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쌀시장의 정체와 잡곡의 성장, 특히 슈퍼잡곡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쌀의 소비의 정체는 1인 가구의 증가로 집에서 밥을 해먹지 않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 또 쌀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편의점 도시락의 급격한 성장을 볼 때, 적절한 가격의 우수한 제품이 나오면 소비자들은 언제든지 쌀을 기꺼이 소비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밀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가공기술로 다양한 제품이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쌀은 밀에 비해 가공에 있어 다소 불리한 면이 있으므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적절한 가공 방법과 그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적절한 마케팅 방법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쌀 소비가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20대 남성의 20%가 한달 동안 전혀 쌀밥을 먹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리도 늦기 전에 젊은이들을 유혹할 수 있는 좋은 쌀 관련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Food Business Lab 교수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식품 마케팅ㆍ식품 및 바이오산업 전략 등을 가르치며, 농식품 분야 혁신 경영 연구를 위한 Food Business Lab.을 운영하고 있다. Food Business Lab.은 농업, 식품가공, 외식 및 급식, 유통을 포함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비즈니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