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이 많을수록 향의 방출속도가 감소하므로 그만큼 향의 사용량을 높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향의 사용량을 높이면 많은 양이 오래 스며나오기 때문에 부드럽고 풍부한 느낌을 준다.

추출을 하는 것은 식품 속의 맛과 향기 성분을 꺼내는 것이고 Flavor release 제어는 식품을 가공하거나 섭취할 때 식품 성분에서 향의 방출 패턴을 제어하는 것이다. 두 가지 현상이 같은 원리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고 풍미의 기술에서 중요한 것이니 소개하고자 한다.
 
향기 성분은 사용하는 식품 성분과 다양한 상호작용을 한다. 따라서 향은 최종적으로 제품에 적절히 적용된 상태에서 평가돼야 한다. 향료 자체를 평가하는 것과 제품에 적용된 상태로 평가하는 것은 식품 성분과의 상호작용, 씹는 정도, 시간, 침 등의 영향에 따라 향의 방출속도가 달라지므로 차이가 있다.
 
a. 지방의 영향
향이 스며 나오는 속도는 용매가 물이냐 지방이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통상 식품에는 어느 정도 지방이 있다. 대부분의 향기물질은 지용성이면서 어느 정도 수용성과 휘발성을 가지고 있는 물질들이다. 따라서 지방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지방이 있으면 향이 지방 속에 녹아들어가 향 방출속도가 느려진다. 따라서 향의 첫맛에서 강한 펀치감은 줄고 오랫동안 나오기에 여운은 길어진다. 지방이 많을수록 향의 방출속도가 감소하므로 그만큼 향의 사용량을 높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향의 사용량을 높이면 많은 양이 오래 스며나오기 때문에 부드럽고 풍부한 느낌을 준다.

이것과 정반대가 순수한 물에 향을 적용한 경우로 향은 초반에 산뜻하고 강하게 나오지만 여운은 짧다. 물과 지방에 어울리는 향이 서로 전혀 다른 셈이다. 따라서 지방이 존재해야 어울리는 향을 무지방 제품에 그대로 적용하기 힘들다. 무지방 제품은 지방 함량에 따른 맛의 차이뿐 아니라 향의 발현 형태마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일에 대한 향 방출속도는 향료성분마다 약간 차이가 있다. 그래서 느낌이 살짝 달라진다.

b. 탄수화물과 작용
- 단순당 : 단당류, 이당류는 향료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향료물질의 방출속도에 대한 영향보다 감미가 향의 인지작용에 미치는 영향과 관계가 있다. 대체로 감미의 상승은 향의 인식에 도움을 준다. 달지 않으면 과일이 맛이 없는 이유다.
- 고감미 감미제와 작용 : 고감미 감미제도 방출속도에 별 영향은 없다. 오히려 감미료 자체의 안정성도 중요하다. 아스파탐은 2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돼 분해되기 쉽다. 더구나 알데하이드류를 만나면 이것과 반응해 감미가 크게 떨어진다. 감미가 변하면 단순히 단맛의 정도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향도 확연히 약하게 느껴진다.

- 전분과의 작용 : 전분은 제품의 물성(점도, 겔화)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향의 방출속도에 영향을 준다. 점도가 높아지면 향료가 제품에서 휘발해 후각수용체에 도달하는 시간이 지연된다. 전분은 포도당 상태보다 친수성이 적어진 상태로 향이 포집될 여지가 커진 상태다. 특히 전분의 나선(helix) 구조 내부에 향이 포집될 여지는 충분하다. 사이클로덱스트린이 대표적이며 이보다는 적지만 일반 전분도 충분히 향을 포집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변성전분은 치환된 작용기에 따라 이런 기능이 높아진 것도 있다(분말향료 코팅제).

- 겔화제(겔강도) : 겔화제는 제품의 조직을 단단하게 해 물질 이동속도를 낮춘다. 향조의 변화보다 강도의 차이이므로 향의 사용량을 늘려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겔화제 중에 젤란검과 CMC는 방해 작용이 적다.

c. 단백질과 작용
소비자 트렌드가 탄수화물과 지방에 부정적이고 단백질에 우호적이라 식물성 단백질(콩단백)을 강화한 식품도 많은데 풍미 부여가 쉽지 않다. 단백질은 포도당 한 가지로 된 탄수화물과 달리 다양한 아미노산으로 돼 있어 친수성, 소수성, 극성결합이 모두 가능하다. 또한 단백질은 입체적 구조가 다양하고 pH, 염 농도, 가열조건에 따라 물리적 상태가 변하므로 향과의 상호작용을 예측하기 힘들다.

향이 -OH, -NH2, -SH 작용기와 결합하면 단단한 결합을 형성하므로 결정적으로 방출속도가 변하게 된다. 단백질 종류로 보면 콩단백>젤라틴>계란단백>우유단백 순으로 강한 결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콩단백 제품에 풍미 부여가 가장 난해한 것이다.
 
탄수화물(증점제) 못지 않게 단백질도 제품의 물성에 크게 영향을 주는데 물성의 변화는 미각과 향을 느끼는 데 영향을 준다. 단백질 분해물은 분자량이 적어서 물성에는 영향이 적지만 아미노산의 아미노기와 카보닐기가 많이 노출돼 이들과 향 물질의 결합은 상당량 일어난다.

d. 기타 작용
커피의 멜라노이딘 : 커피는 갓 추출한 상태와 시간이 지난 상태의 향 차이가 심한데 이것은 미량의 황 함유 향기 성분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furfuryl mercaptan은 멜라노이딘이 존재하면 보관한지 20분만 지나도 50%가 손실된다.
 
pH 영향 : 산성에서 대부분 식품 성분은 용해도가 낮아진다. 특히 단백질은 등전점에서 용해도가 가장 낮아진다. 향기물질도 용해도가 낮아서 휘발성이 증가하는 것이 많다. 그러나 아민이나 피라진 같이 질소를 함유하는 염기성 물질은 용해도가 높아지고 휘발성이 감소한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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