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오월은 신록의 계절이다. 연둣빛 잎사귀가 짙게 물들어가고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의 향기는 꽃보다 향기롭다. 도시에선 때 아닌 폭염이 찾아왔지만 1,000m 이상의 산길에선 그렇게 무덥지 않고 초봄처럼 싱그러운 날씨를 보였다. 정선의 두위봉을 찾아 떠난다.

오늘 산행은 정선의 망세리 지역에서 시작하였다. 이곳은 고도가 1,000m 이상의 지역으로 봄이 늦게 찾아온다. 계절의 순환은 도시보다 한 달 정도 늦어서 이제 완연한 봄이라고 보면 된다. 이른 아침 도착하여 숲길로 들어섰다. 도시지역은 무더위로 펄펄 끓었지만 이곳의 숲길은 봄 날씨로 싱그럽게 다가온다. 연둣빛 잎새가 아름답고 무성한 풀 섶과 계곡의 맑은 물을 가슴 가득 받아 드리며 시인 이채님의 「5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를 보내드리고 싶다.

당신이 빨간 장미라면
 나는 하얀 안개꽃이 되고 싶어요
 나 혼자만으로는 아름다운 수 없고
 나 혼자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고
 당신 없이는 온전한 풍경이 될 수 없는 꽃

 당신의 향긋한 꽃내음에 취해
 하얗게 나를 비워도 좋을 꽃
 그 잔잔한 꽃잎마다
 방울방울 맺힌 그리움으로
 당신만의 고요한 배경이 되고 싶어요

--- 시인 이채, 5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하얀 안개꽃은 다른 꽃과 어울려야 생동감이 살아나는 꽃이다. 혼자만으로 아름다울 수도 행복할 수도 없는 그래서 온전한 풍경이 될 수 없는 꽃이다. 오늘 두위봉(1,465.8m)으로 오르는 산길엔 연둣빛 잎새가 싱그럽고 잎새에 머물다 온 바람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혼자서는 고독해 보이는 숲속에서 괴테의 「오월의 노래」는 생동감을 불러 일으켰다.

 오오 눈부시다.
 자연의 빛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
 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
 떨기 속에서는
 새의 지저귐
 
 넘쳐 터지는
 이 가슴의 기쁨
 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
 사랑이여 사랑이여!

--- 시인 괴테, 오월의 노래 ---
 
두위봉 정상에서 오월의 노래를 불러보고 주목군락지를 거쳐 도사곡 계곡으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계곡에 흘러가는 맑은 물과 물소리가 들려온다. 계곡 비탈에 서 있는 숲은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고 산길의 풀 섶은 무성하였다. 봄꽃이 물러가고 여름 꽃이 찾아오는 두위봉의 아름다운 것들이 가슴으로 밀려온다. 

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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