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 교수의 농식품 비즈니스 이야기 27.

 
편의점에서 밥이 미끼 상품이 되다니!
외식업체들은 어떻게 반격할 것인가?

1990년대 중반에 불었던 외국계 외식업체의 ‘패밀리 레스토랑 열풍’ 은 외식업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새로운 활력을 끌어냈다. 그 열풍은 2000년대에 들어 정점을 찍었고, V.I.P.S.의 패밀리 레스토랑 카테고리의 천하통일 이후 패밀리 레스토랑 카테고리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지고, 한식 뷔페 뜨고
패밀리 레스토랑의 라이프사이클이 끝나가는 2010년대 중반에 CJ, 이랜드, 신세계가 주도한 ‘한식 뷔페 열풍’은 한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 '한식도 팬시하다'라는 인식을 젊은 소비자들에 안겨 주게 된다. 한식 열풍이 일어나고, 한식에 대한 전반적인 선호도가 올라간다. 지금의 한식뷔페는 연인들이 갈 수 있는 멋진 곳으로 인지되고 있고, 다양한 형태의 한식 레스토랑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런 한식의 열풍과 함께 1인 가구 증가는 한식 간편식의 성장도 유도했다. 혼밥족이 늘면서 예전에는 라면이나 삼각김밥으로 한 끼를 대강 때우던 것을 한식으로 제대로 먹는 경향이 늘어났다. 이는 쿡방이 만들어 낸 집밥 열풍과도 관련이 있다.

‘스몰 럭셔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밥과 반찬을 제대로 갖춘 한식 도시락 시장이 편의점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CU의 도시락 매출은 올해 1분기에 작년 동기간 보다 무려 205.7%의 매출 신장이 있었다. GS25의 경우도 동기간 대비 103.5%, 세븐일레븐은 194.6% 매출 신장을 보였다. 말 그대로 폭발적인 성장이다.

도시락과 외식의 카테고리 간 경쟁
이런 편의점 도시락 시장의 급성장에 가장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은 김밥, 분식 등을 판매하는 동네 영세 외식업체들과 중국집이다. 많은 이들이 요즘 영세 외식업체들이 힘든 이유를 한식 뷔페를 비롯한 대기업의 외식업 진출에서 찾으려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과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보면 편의점 도시락 시장의 급성장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편의점에서 3500원에 팔리는 도시락의 가성비는 매우 높아서 20대 소비자들은 ‘밥집에 가느니 편의점 도시락을 먹겠다’라는 도시락에 대한 강한 선호를 보이고 있다. 지금의 도시락은 예전 도시락에 비해 여러모로 진일보했다. 반찬의 가짓수는 물론 영양적 균형, 맛보다 진일보를 했다. 백종원, 혜리, 김혜자 등 스타들을 활용한 마케팅도 한 몫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편의점 도시락을 선호하니, 편의점들은 도시락의 가성비를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건 ‘카테고리 내 경쟁’이다. 골목 어귀 하나 지나면 경쟁 편의점이 나오는 극심한 경쟁 상황에서 편의점 업체들은 도시락에서 얻는 마진의 폭을 낮추고, 고객들이 도시락을 사면서 같이 사는 다른 PB 상품 등에서 수익을 내고자 한다. 그래서 도시락 가격을 최대한 낮추고 있다.

밥이 미끼 상품이 되다니! 이런 격렬한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언제나 좋다. 편의점 도시락 가격의 하락과 이에 따른 가성비의 상승은 주변의 분식점, 외식업체들을 위협한다. 이건 ‘카테고리 간 경쟁’이다. 현재까지 이 카테고리 간 경쟁의 전황은 외식업체들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외식업체들은 앞으로 어떻게 반격할 것인가?

편의점 도시락과 배달 외식 카테고리 간 경쟁
배달 외식 카테고리에서는 전통의 중국집 일색의 배달에서 출발해 피자, 치킨 등이 함께 경쟁하기 시작했는데, 최근 몇 년 동안은 치킨 배달이 피자 배달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치킨 배달 시장이 전문성도 없고 맛의 차별화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성장세에 있던 치킨 카테고리에 사모펀드 등의 자본력이 집중되었고, ‘총알’이 많아진 치킨 프랜차이즈 쪽 마켓 리더들이 광고를 기반으로 강력한 마케팅을 펼치게 된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타 배달 외식 업체들, 즉 중국음식점, 피자점, 족발집 등의 고객을 치킨 쪽으로 끌고 왔다. 전체적인 파이가 크게 성장한 것이다. BHC의 모델 전지현의 역할은 대단했던 것이다.

이제 도시락 카테고리의 급성장으로 도시락 카테고리와 치킨 배달 카테고리 간의 전쟁이 막 벌어지게 되었다. 도시락은 점심때도 먹을 수 있고 저녁때도 먹을 수 있는 아이템인데 반해 치킨 시장은 주로 저녁 및 야간에 먹을 수 있는 시장으로 이 둘은 부분 경쟁을 하고 있는 형상이다. 도시락 카테고리에 대한 소비자 선호의 가장 큰 핵심은 ‘밥을 먹는다’라는 점이다. 치킨 카테고리가 가지기 힘든 강점이다.

또한 이 두 카테고리가 확연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는데 도시락 카테고리의 양날의 칼은 ‘혼자 먹는 것에 유리하나 함께 먹기엔 재미없다’, 반대로 치킨은 ‘함께 먹기에는 유리하나 혼자 먹기엔 재미없다’라는 상반된 인식이다. 도시락은 혼밥족이 선호하는 점심 아이템이고, 치킨은 밤에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 둘러 앉아서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도시락 카테고리가 앞으로 더 성장하려면, 즉 치킨 카테고리의 고객을 도시락 쪽으로 끌고 오려면 바로 이 두 포인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야간 시간대에 어떻게 소비자의 관심을 끌 것인가?’그리고 ‘함께 먹는 즐거움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반면에 치킨쪽이 떠오르는 도전자 도시락으로부터 자신의 시장을 방어를 하기 위해서는 반대의 고민이 필요하다. 밥을 원하는 소비자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낮에 어떻게 치킨을 먹일 것인가?’ ‘혼자 치킨을 먹는 즐거움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시장 경쟁 심화가 소비자에 주는 혜택
이러한 카테고리 내 경쟁, 또 카테고리 간 경쟁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소비자들의 후생은 더 좋아진다. 가성비가 더 좋아지고, 재밌는 신제품이 나오게 된다. 도시락 카테고리의 성장과 동시에 치킨 카테고리를 공략하기 위해 함께 먹는 재미를 '다양한 도시락'을 제공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할 것이다. ‘너는 봄 한정 벚꽃 엔딩 도시락, 나는 삼원가든 불고기 도시락. 함께 나눠 먹자!’의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혜리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나도 혜리도시락, 너도 혜리도시락’은 즐겁지 않다.

계절성, 지역성, 유명 식당과의 콜라보레이션이 강조된 도시락들이 속속 등장하게 될 것이다. 밤에 잘 팔릴 수 있는 ‘안주 도시락’은 어떨까? 자, 치킨 프렌차이즈 업체들은 어떻게 밥을 안고 들어 와서 도시락 카테고리의 고객들을 빼앗아 가려고 할까? 생각만 해도 즐겁다. 시장에서 경쟁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소비자들에겐 언제나 더 많은 혜택이 돌아온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Food Business Lab 교수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식품 마케팅ㆍ식품 및 바이오산업 전략 등을 가르치며, 농식품 분야 혁신 경영 연구를 위한 Food Business Lab.을 운영하고 있다. Food Business Lab.은 농업, 식품가공, 외식 및 급식, 유통을 포함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비즈니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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