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료에서 빛에 의해 가장 열화되기 쉬운 것이 향이다. 레몬 향의 특징적인 향기성분인 시트랄(Citral)을 하루 동안 일광조사하면 미조사한 것과 비교해 약 85% 변화 소실된다.
맛의 핵심은 향이고 향은 비교적 안정된 물질이다. 하지만 워낙 미량이라 조금만 변해도 제품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고 성분에 따라 안정성이 달라 그 특성을 알고 조심해야 한다. 천연에 존재하는 향도 있고 향료회사에서 제조하는 조합향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향료회사에서 품질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도 100% 안정(stable)적인 제품을 만들기는 힘들다. 대표적으로 향의 강도가 천천히 약해진다. 제품 적용 시 향의 강도나 향조가 바뀌고 유통기간 중에도 변화된다.

향료란 기본적으로 서로 반응하지 않는 원료들의 혼합물이다. 그러나 시간에 따라 상호작용하는 물질도 있고, 품질의 변화가 일어난다. 조합향료에서 일어나는 향기물질 변화의 이해가 천연물에 존재하는 향기물질의 변화에 도움이 되기에 여기에서 소개한다.

향료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자
- 열 : 휘발성 물질의 손실 또는 향의 생성
- 산화(테르펜, 지방)
- 효소반응(향기물질의 생성 또는 분해)
- low pH(산 촉매 반응)
- 성분에 의한 향기 포집 : 지방 또는 지용성 물질, 단백질

식품 제조공정에서 향의 변화
열은 향을 변성시키고 휘발시키는 최대의 적이다. 가공공정 중에 열처리가 있으면 열처리 이후에 가향을 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가열을 하거나 살균 등 가열을 한 후에 바로 포장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가급적 온도를 낮춘 상태에서 투입한다. 따라서 로스팅해 완성하는 제품에는 가향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비스킷 같이 구운 제품은 내부에서 만들어진 향이 바깥 부분으로 나와서 휘발되는데, 그러고도 향이 나는 것은 안쪽에 만들어진 것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아 있는 것이다.

보관(숙성) 과정에서 향의 변화
숙성은 대부분 온도가 낮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므로 가공과정에서보다 향의 변화가 적다. 향의 변화는 보통 나빠지는 쪽으로 일어난다. 그런 것을 통상의 경시 변화라고 하고, 좋아지면 숙성이라고 한다. 향수나 향료는 향 물질의 농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향의 일부가 손실되더라도 향조가 원하는 쪽으로 변하면 품질이 좋아질 수 있다. 향수를 조합한 후 1~2년 냉암소에서 저장하면 향이 더 좋아지는 경우처럼 말이다.

향료는 각종 산류, 알코올, 에스테르, 알데하이드, 아세탈, 케톤, 에테르, 페놀, 아민 등의 물질로 구성돼 있고 초기에는 다소 거친 느낌이 있을 수 있다. 이런 향을 장기간 저장했을 때 여러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데, 에탄올과 알데하이드 등이 반응해 자극 취가 감소하고 향료성분이 좀 더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좋은 향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숙성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향의 보관 중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 아세탈의 생성, 에스테르화, 산화이다.

- 아세탈, 헤미아세탈의 생성
알데하이드와 케톤은 매우 반응적인 물질이므로 향료 자체의 안정성에 영향을 준다. 알코올과 알데하이드가 반응하면 아세탈이 된다. 그 중간과정에 헤미아세탈이 만들어질 것으로 추측되나 매우 불안정해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힘들다. 이 반응은 가역적이라 물이 있으면 아세탈은 다시 알코올과 알데하이드로 분해된다. 아세탈은 다양한 향취가 있다. 향료에 많이 쓰이지는 않지만 저장 중에 생성이 되는 경우가 있다. 저장 중 생성된 아세탈은 의도하지 않았던 향취의 변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향수의 숙성은 헤미아세탈의 형성에 달려 있으며 얼마간의 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향수 제조 시에는 일반적으로 몇 주 간의 냉각기간과 여과가 필요하다. 그리고 산성 용액에서 많은 양의 글리콜(glycol)로 글리콜아세탈(glycol acetal)이 형성된다. 이러한 물질들은 원래의 알데하이드와 비교하면 종종 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원래의 향취에 큰 손실을 가져온다. 지방족 알데하이드가 알코올과 반응하면 아세탈화가 될 수 있고 알코올의 자극 취는 많이 약화된다. 식품향료는 향수에 비해 농도가 약해 이런 반응이 적다.

- 알돌(aldol) 반응
중요한 반응은 알돌(aldol) 반응으로 같은 2개의 알데하이드와 케톤이 서로 반응해 큰 화합물을 이루거나 알코올과 반응해 아세탈(acetal)을 형성할 수 있다. 시간에 따라 반응이 계속돼 결과적으로 알데하이드는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어떤 물질은 알돌 반응의 결과로 강한 색상을 갖게 돼 제품 변색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비슷한 반응이 락톤에서도 일어난다.

에틸아세토아세테이트(ethyl acetoacetate)는 종종 알데하이드의 불쾌취 및 다른 커버하고 싶은 물질과 결합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용 소취제와 마스킹제로 사용된다. 알데하이드와 함께 에틸아세토아세테이트가 높은 농도로 존재하면 반응을 일으켜 제품의 유효기간(shelf life)이 짧아진다.

- 에스테르화
알코올이 공기와 접촉하면 산화돼 알데하이드가 되며 반응이 더욱 진행되면 에스테르가 돼 본래의 향을 변하게 한다. 예를 들어 분자량이 큰 벤질살리실레이트가 에스테르화되거나 메틸에스테르(methyl ester) 등과 반응해 메틸살리실레이트(Methyl salicylate)가 되면 향조가 완전히 변한다.

- 산화(Oxidation)
산화는 당연히 향료물질에도 일어난다. 식물에서 추출한 에센셜오일의 경우 산화에 의한 품질저하가 문제되기도 한다. 특히 시트러스, 침엽수류(coniferous) 등의 오일은 불포화 모노테르펜의 함량이 많아 산화에 의한 품질 변화가 심하니 주의해야 한다. 직접적인 공기 접촉을 줄이고 적절한 항산화제를 사용해야 한다.

음료에서 빛에 의해 가장 열화되기 쉬운 것이 향이다. 레몬 향의 특징적인 향기성분인 시트랄(Citral)을 하루 동안 일광조사하면 미조사한 것과 비교해 약 85% 변화 소실된다. 즉, 시트랄은 빛에 의해 레몬과는 전혀 다른 풍미의 물질이 돼버린다. 다른 향기성분도 산화되는데 리모넨은 50%, γ-Terpinene이 90%, Geranyl Acetate가 25% 변화 소실된다. 이처럼 산화는 품질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 촉진 요인 : 열, 빛, 금속이온
향의 변화는 피하기 힘들지만 열, 빛, 공기 및 금속과의 접촉이 그것을 촉진하니 가급적 피해야 한다. 철과 같은 금속은 특히 물의 존재 하에 화학반응의 촉매로 사용될 수 있다. 에센셜오일에 철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벤질 살리실레이트를 첨가해 색상 변화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철은 구연산, 주석산 또는 옥살산 등을 이용해 제거할 수 있다. 빛도 반응을 촉진한다. 많은 종류의 향료물질은 자외선으로 인해 변색된다. 결국 지방의 산패와 동일한 양상으로, 산화는 산소가 있으면 금속염과 빛에 의해 촉진된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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