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선과 유제품은 미생물에 의해 이취가 발생하기 쉽다. 신선한 생선은 냄새가 별로 없다. 그런데 생선을 상온에 보관하면 금방 비린내가 나기 시작해 부패하기 쉽다. 생선은 해수의 삼투압에 견디기 위해 저분자의 수용성 분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생선이 죽으면 미생물 성장의 이상적 배지가 돼 급격히 자라고 부패하기 쉽다.

품종과 사료의 영향에 의한 이취
- 품종의 차이
커피도 품종마다 향이 다르고 과일도 품종마다 향이 다르다. 식물에서 향이 다른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기는 좀 다르다. 원래대로라면 품종마다 냄새가 좀 다른 것이 정상일 텐데, 고기는 이런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으면 무조건 이취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축산물의 육종은 생산성을 늘리는 방향과 맛을 좋게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사실 향을 없애는 쪽으로 육종을 한 것이다.

동물의 고기는 고유의 냄새일지라도 냄새가 심한 경우엔 선호되지 않아서 냄새 자체를 육종한 것이다. 동물의 오줌내, 땀내, 동물취, 거름취 모두 이취인 것이다. 심지어 수컷은 냄새를 줄이기 위해 거세를 하기도 했다. 이취에는 특히 여성이 민감하다. 남자의 46% 정도만 이취를 느끼는 경우에도 여성은 92%가 느낄 정도이다.

- 사료의 차이
사료는 확실히 향에 영향을 준다. 요즘 우유에 향이 부족한 것은 젖소가 풀을 먹지 못하고 사료만 먹기 때문이다. 무미인 것은 참지만 이취는 바로 클레임의 대상이다. 닭고기의 경우 사육 시 TCA에 노출되면 이취가 난다. 따라서 청결한 환경과 오염되지 않은 사료가 중요하다. 그리고 불포화지방이 2% 이상인 사료를 먹어도 이취가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불포화지방이 많으면 산패하기 쉽기 때문이다.

생선에서 흙냄새가 난다면 그것은 먹이의 조류 때문이다. 복어의 독도 사실은 복어가 만든 것이 아니고 그들이 먹은 조류에서 유래한 것처럼 먹이(조류)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식품성분의 화학적 변화에 의한 이취
식품 저장 중 발생하는 이취의 주요 원인은 지방산화, 비효소적 갈변, 효소적 변화, 광촉매 반응 등으로 만들어진 냄새 물질이다.

- 지방 산화
지방 산화가 식품보존 중에 발생하는 이취의 가장 많은 역할을 한다. 지방의 산패로 콩 비린내, 풋내, 금속취, 비누취, 기름취, 생선취, 버터취, 소기름취, 산패취 등이 난다. 보통 신선하지 못한 느낌 즉, 오래된 느낌은 주로 지방의 산화에 의한 것이다.

이런 지방 산화 요인은 다양하지만 일단 산소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산소는 원래 독이었다. 강력한 산화작용으로 지방의 불포화 결합을 공격한다. 이것을 촉진하는 요인이 다양하다. 진공포장 등도 산소를 제거하거나 차단하는 포장은 보존성에 큰 도움이 된다.

일단 산화 반응이 시작되면 자동 산화과정에 들어가 반응이 점점 빨라진다. 온도가 높을수록 반응이 빨라지는데, 30~45℃에서 속도가 낮아지는 것은 효소가 변성되기 때문이다. 자외선과 같이 파장이 짧고 강한 에너지가 가해지면 산화도 빨라진다.

산화를 억제하는 것이 항산화제이다. 많은 채소의 경우 토코페롤과 플라보노이드라는 항산화제를 가지고 있다. 항산화제가 많을수록 산화에 의한 이취 발생이 적다. 산화는 금속염이 촉매가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봉쇄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향신료에 포함된 항산화제, 질산염, 마이야르 반응물이 도움이 된다.

지방의 함량은 많을수록 산화도 많이 일어나지만 지방이 적다고 산화취가 적은 것은 아니다. 지방이 많으면 산화된 지방이 지방에 감싸인 상태가 되고, 휘발하는 양이 적어 양에 비해서는 산화취가 적고, 지방이 적으면 만들어진 산화물이 그대로 휘발해 냄새를 발산하므로 양에 비해서는 냄새가 심하게 된다.

불포화지방이 많을수록 산화는 잘 일어나고 건조할수록 수분의 보호막이 없어 산화가 잘 일어난다. 생선은 특히 불포화지방이 많아 산패취가 발생하기 쉽고 고기는 불포화지방이 적어 산패취 발생이 적다.

식품 중에 카로티노이드도 상당한 이취의 원인이 된다. 카로티노이드는 불포화 결합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색소이기도 하고 항산화제이기도 한데, 항산화제로 작용한다는 것 자체가 산화된다는 뜻이며 분해 시 이취 물질이 생긴다.

카로틴 함량이 높은 야채는 특히 건조품일 경우 산화에 의한 이취 발생의 가능성이 높으니 주의해야 한다. 냉동 피자의 유통기간을 결정하는 주 요인 중 하나가 이 카로티노이드의 산화이다.

- 비효소적 갈변
비효소적 갈변(아스코브산 갈변과 마이야르 반응) 또한 많은 이취의 원인이 된다. 마이야르 반응은 좋은 냄새를 만들기도 하고 이취를 만들기도 하지만 아스코브산 갈변은 장점은 없고 단점만 있다. 통조림 식품은 신선한 느낌을 유지하고 싶어도 가열 도중에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고 원하지 않던 가열취가 만들어진다. 통조림에서 신선감이 떨어지는 것은 이 마이야르 반응이 주범이다. 사실 대부분의 식품은 가열(살균)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요리 중에 일어나는 마이야르 반응은 좋은 향을 만들지만 저장 중에 일어나는 반응은 이취를 만든다. 마이야르 반응은 비가역적이어서 돌이킬 수 없고 과정과 변수도 복잡해 통제하기 힘들다. 저장 중의 마이야르 반응은 흔히 묵은내가 나는데 묵은내처럼 모호한 표현도 별로 없다. 단지 신선한 냄새가 적어졌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이 발생한 것인지 판단하기 힘들다.

흔히 Benzothiazole과 O-aminoacetophenone이 보관 중 발생하는 묵은내의 원인으로 꼽히지만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다. 상온에 보관한 제품보다 냉장유통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가 이 신선감인데 구체적 실체는 모호한 것이다.

- 빛에 의한 이취 발생
빛은 색을 탈색시킬 뿐 아니라 분자를 분해해 이취를 만들기도 한다. 예전에 투명 유리병에 든 우유를 문 앞에 배달해 놓았을 때는 빛에 의한 이취의 발생도 꽤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빛 차단성 포장을 쓰기에 이런 문제는 거의 없다.

빛에 의한 이취는 지방 산화와 단백질(아미노산) 분해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지방 산화의 문제는 이미 다루었고, 아미노산 중에서 메치오닌 같은 황 함유 아미노산은 역치가 워낙 낮기 때문에 미량만 분해돼도 이취가 발생할 수 있다.
dimethyldisulfide가 이취의 주범으로 꼽힌다. 샴페인과 맥주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또한 리보플라빈을 촉매로 메싸이오닌(아미노산)이 분해돼 일어난다. 맥주에는 홉의 isohumulones 분해에 의한 이취가 발생할 수도 있다.

- 효소에 의한 이미ㆍ이취 발생
우리가 먹는 식품의 주성분은 천연물이고 모든 천연물은 한때 생명체였고 그 안에 효소가 있다. 이 효소들 덕분에 대부분의 생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생존이 가능했던 것이다. 효소는 가열 등에 의해 불활성화 되지만, 조건(예 : 낮은 수분 활성도, 온도, pH)에 따라 완전히 불활성화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효소에 의한 이취 발생이 일어날 수 있다. 이취를 만드는 대표적인 효소가 리폭시게네이스, 라이페이스와 여러 가지 단백분해효소이다.

리폭시게네이스는 리놀레산과 리놀렌산 등의 시스(cis) 구조의 이중 결합에 작용하는 효소이다. 그래서 자유 래디컬을 만들어 자동 산화가 일어나게 한다. 이들 리폭시게네이스는 식물 조직에 아주 흔하다. 대두 같은 콩과 식물에 특히 많아서 콩 비린내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이 효소는 냉동상태에서도 작동을 하기에 냉동 채소의 변질에도 큰 역할을 한다. 따라서 채소는 냉동보관을 하려고 해도 사전에 데치기를 통해 효소를 불활성화 시켜야 한다.

라이페이스 역시 일정부분 이취에 역할을 한다. 지방이 글리세롤과 지방산으로 분해되면 지방산이 비누취를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산의 탄소수가 12개 이상이면 휘발성이 약해서 냄새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생각보다 많은 지방이 분해되지만 보통의 유지는 지방산이 12개(야자유, 팜핵유) 이상이고 대부분은 18개 이상이다. 우유의 지방과 야자유 등은 어느 정도 탄소수 12개 이하의 지방산이 있으므로 라이페이스에 의한 이취 발생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야자에는 라이페이스 양이 적어 실제 이취 발생 건은 많지 않다.

식품 성분에 라이페이스가 있다고 무조건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온도 변동, 기계적 교반, 거품, 우유의 파이프 이송, 균질기 통과 등을 통해 라이페이스가 활성화돼야 작동한다. 또 균질은 특히 지방구의 불완전 코팅이 일어나 산화되기 쉬운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라이페이스가 상당히 내열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다른 효소는 충분히 불활성화될 조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피나콜라다 음료는 코코넛과 파인애플 주스로 만드는데 파일애플에는 내열성이 강한 라이페이스가 있다. 만약에 식품에서 비누취가 나면 라이페이스를 내놓을 만한 원료를 찾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미생물에 의해 발생하는 이취
살균하지 않은 제품은 언제든지 미생물에 의한 이취가 발생할 수 있다. 조건이 통제된 발효에서도 이취가 발생할 수 있는데 자연적인 조건에서 미생물에 의한 이취 발생이 없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발효 초기에 젖산과 같은 잡균의 성장 억제 물질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발효가 천천히 이루어지며 이취 발생이 적다. 급속한 미생물 증식은 악취가 심한 부패로 끝난다. 느린 발효가 이루어져도 이취 발생이 많은 잡균에 오염되면 망친다.

미생물이 자라면서 생산하는 2차 대사산물이 이취가 될 가능성도 있다. 미생물마다 만드는 향기물질이나 이취물질은 그 종류와 양이 다르다. 미생물마다 영양원과 대사기작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 미생물 중에 이취를 발생하는 종류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예를 들어 생선 내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10% 정도만 이취 발생에 관여한다고 한다. 따라서 총 균수보다는 균의 종류, 즉 이취 발생 미생물의 유무가 중요하다.

생선과 유제품은 미생물에 의해 이취가 발생하기 쉽다. 신선한 생선은 냄새가 별로 없다. 그런데 생선을 상온에 보관하면 금방 비린내가 나기 시작해 부패하기 쉽다. 생선은 해수의 삼투압에 견디기 위해 저분자의 수용성 분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생선이 죽으면 미생물 성장의 이상적 배지가 돼 급격히 자라고 부패하기 쉽다.

냄새 중에서 가장 공통적으로 싫어하는 냄새가 바로 신선하지 못한 생선에서 나는 비린내일 것이다. 이 냄새의 근본원인은 트릴메틸아민옥사이드(TMAO)라는 화학물질로 체내 염도를 조절하는데 사용한다. 하지만 TMAO는 무취이다. 문제는 물고기가 죽으면서 시작된다. 물고기가 죽으면 체내 박테리아와 효소가 이를 트릴메틸아민(TMA)으로 변환시킨다. 이 TMA가 생선 비린내의 주범이다.

또 TMA는 효소와 반응해 디메틸아민(DMA)으로 바뀌는데, 이는 암모니아 냄새의 원인이 된다. 이후 부패는 여러 가지 질소(N)나 황(S) 함유 화합물을 만들면서 마무리된다. 레몬즙이나, 식초 등 산 물질과 TMA, DMA가 만나면 휘발성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하고, 양전하를 띄게 해 생선 바깥으로 빠져나오지 않도록 한다. 그래서 비린내가 약해지는 것이다.

예전에 우유가 살균되거나 냉장보관이 미흡할 때는 부패 세균(Streptococcus lactis)이 이취의 주역이었는데 지금은 7℃ 이하에서도 자랄 수 있는 저온 세균이 이취의 주역이다. 만약에 살균으로 미생물은 사멸됐어도 그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열과 지방 분해효소와 단백질 분해효소가 남아 있다면 보관 중에 이취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와인에 보존료 소르베이트를 첨가하면 효모의 증식은 억제하지만 세균의 증식은 억제하지 못한다. 심지어 어떤 세균은 소르베이트를 2-ethoxyhexa-3,5-diene으로 바꾸어 제라니움 취가 발생하게도 한다. 와인의 코르크취에도 세균이 관여한다.
미생물은 많은 종류가 있고 그만큼 다양한 대사를 하며 또 그만큼 다양한 향취와 이취를 만든다. 의도하지 않은 냄새는 대부분 이취이다.

커피에서 대표적인 이취 물질은 TCA, 지오스민, 2-methylisoborneol이다. 이취 물질은 역치가 낮다. 단 한 개의 결점두가 한 배치 전체의 향을 망가뜨리기에 충분할 수 있다. 그리고 30가지 미만의 커피향의 핵심 향기물질 중에서도 beta damascenone이 가장 기여도가 크다. 그런데 이 물질은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베타카로틴의 열분해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베타카로틴의 분해물은 대부분 이취로 작용하는데 커피에서는 좋은 냄새로 작용하는 것이다. 역시 이취는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라 참 어렵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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