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연은 달콤하고 향기롭고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완전한 착각이다. 대부분 무미이거나 쓴맛이고 향기롭지 않은 것이 더 많다. 그래서 이취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보통 향기에만 관심이 있지 이취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이취가 없는 것이 좋은 향의 기본이므로 이번 기회에 이취를 다루고자 한다.
좋은 냄새를 만드는 것보다 나쁜 냄새를 없애는 것이 중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악취는 매우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악취에 관해 밝혀진 모든 내용을 다루기는 힘들고, 어떤 경우는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것도 있다. 분석장비가 정말 많이 발전했지만 냄새 중에서 특정 악취물질을 밝혀내는 것은 덤불에서 바늘 찾기와도 비슷하다. 보통 냄새에는 수십~수백 가지의 물질이 들어있고 악취물질은 역치가 매우 낮아 분석피크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향에 매우 민감하다. 나쁜 향이 난다면 실제 그 향이 차지하는 양이 아무리 적은 양이어도 치명적인 문제가 된다. 이런 이취는 주로 공기, 물, 포장 등에서 오염되는 경우가 많아 사전에 알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식품 지방의 산화, 비효소적 갈변반응, 효소작용 등으로 성분 자체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원래 향에서 일부 성분이 변하거나 소실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향기성분이 모두 일정한 비율로 소실되거나 변하면 향조는 변하지 않고 향이 약해지는 것에서 끝날텐데, 향은 수 십 가지 성분으로 되어있고 휘발 정도나 안정성이 성분별로 다르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가공이나 저장 중에 이들 성분의 변화로 냄새가 나쁜 쪽으로 달라질 수 있다.
어려운 이유 : 좋은 냄새와 나쁜 냄새의 구분은 모호하다
지오스민은 그리스어 ‘earth odour’에서 유래한 말로 테르펜의 일종이며 냄새 역치가 매우 낮다. 물에서 불과 0.0082~0.018ppb 정도로 감지된다. 이 냄새는 사실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것이다.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질 때 시골 마당에서 나는 냄새가 바로 이 지오스민의 흙냄새다. 바짝 마른 밭을 갈아엎거나 잡초를 뽑을 때도 흙냄새가 난다. 하지만 흙 자체에는 냄새가 없다.
흙에서 나는 냄새는 대부분 지오스민 냄새로 스트렙토미세스 등의 세균이 만든 것이다. 인간은 진화과정을 거치며 지오스민에 매우 민감한 후각을 갖고 있다. 공기 중 지오스민 농도가 물보다 적은 0.005ppb만 넘어도 바로 알아차린다. 이 양은 정밀분석기로도 측정이 어려울 정도로 옅은 농도다. 인간의 코가 어떤 물질은 고가의 분석장비보다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셈이다.
지오스민은 인체에 해롭지 않다. 하지만 수돗물에서 나는 흙냄새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어떨 때는 이 냄새를 좋아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이들은 흙냄새를 맡으며 지난날을 그리워하고 위안을 받는 것이다. 휴양림의 흙에서 나는 지오스민 냄새는 정서 안정과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실제 지오스민 흡입 전후 뇌파를 분석하면 델타파와 알파파가 증가해 심신이 안정되고 집중도가 높아졌고 스트레스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피톤치드에 이어 지오스민이 휴양림의 자연치유 효능을 설명하는 물질인 셈이다. 동일한 물질인데 마시는 물에 있으면 나쁜 냄새가 되고, 휴양림에 있으면 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냄새가 되는 것이다.
어려운 이유 : 적은 양으로 작동한다
다른 향기물질도 그렇지만 이취도 적은 양으로 작동한다. 사람은 손해 또는 나쁜 것에 민감해서인지 좋은 냄새보다 이취에 훨씬 민감하다. 좋은 향인지 나쁜 향인지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양마저 초미량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원인을 찾기도 힘들고 관리하기도 힘들다.
어려운 이유 : 사람마다 반응이 달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매우 힘들다
이취는 정확히 꼬집어 말하기가 힘들고 기계적으로 분석하기도 힘들며 개인적인 차이도 크다. 고객도 제품의 향에 불만이 있어도 그것을 정확히 꼬집어 말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제품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은 확실히 알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인지 말하기는 힘든 것이다.
일반인뿐 아니라 어느 정도 훈련된 패널원도 각자 표현도 다르고 느끼는 강도도 다르게 표현한다. 이런 차이는 단지 훈련의 차이에서 오는 것만이 아니고 타고난 민감도의 차이에 의한 것도 많다. 부정의 효과는 강하다. 95%가 맡지 못해도 5%가 맡는다면 그 5%는 제품에 굉장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이취에 대한 정확한, 일관된 묘사가 힘들지만, 이에 대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는 그래야 이취의 원인을 찾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원인을 찾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만약 산패 취를 정확히 안다면 산패 취가 나면 바로 제품 중에 산화요인과 항산화 대책이 가능한 것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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