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에 대한 기호는 개인마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뚜렷한 경향을 보이는 것이 서양인과 한국인, 일본인 등의 산미에 대한 평가 기준일 것이다. 미국/유럽인에게 적당한 산미가 우리에게는 너무 시게 느껴지기 쉬운 것이다. 서양인이 산미에 대해 우리보다 10배 정도 둔하기 느끼기 때문이다.

커피 로스팅을 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은 결국 ‘어떻게 하면 가장 쉽게 최적의 로스팅 프로파일을 얻을 수 있느냐‘ 또는 ‘과연 최고의 로스팅의 객관적인 기준이 뭐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어디 쉽겠는가? 원두의 품종 상태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로스팅은 종점에 이를수록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기 때문에 감각과 집중력 그리고 순간적인 판단력이 필요한 것이다.

로스팅 종료의 판단 지표가 무엇일까? 우선은 향일 것이다. 하지만 맛은 단순히 향뿐 아니라 단맛, 신맛, 심지어 쓴맛까지 합해져야 온건히 그 가치를 발휘한다. 커피 맛의 핵심은 로스팅향이 가지고 있지만 단순히 향만 좋다고 맛있는 커피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적절한 맛의 바디가 있어야 한다.

과일에 단맛이 없으면 향이 확 약해진다. 레몬에 산미가 없으면 아무리 향이 진해도 레몬이라 느끼기 힘들다. 커피도 아무리 향이 좋아도 적절한 신맛과 쓴맛이 없으면 공허해진다. 맛의 바디가 동일하면 향만으로 제품의 완성도를 평가할 수 있지만 바디가 다를 때는 직접 시음하면서 평가해야 한다. 신맛이 딱히 좋은 맛도 아니고 쓴맛은 없어야 좋은 것인데 왜 그런 맛도 필요할까 하겠지만 맛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소금은 짜다. 그래서 소금 자체를 맛있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간이 부족한 음식에 소금을 조금 넣으면 모든 맛과 향이 살아난다. MSG도 그러하다. 자체는 닝닝하고 맛이 없지만 깊은 맛이 부족한 음식에 조금 넣으면 놀랍게도 전체적인 맛과 향이 살아난다.

맛은 짠맛, 신맛, 감칠맛, 쓴맛이 단독으로 선호도를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맛이나 향과 조화될 때 폭발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산미나 쓴맛도 커피의 향에 중요한 것이다.

커피에 대한 기호는 개인마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뚜렷한 경향을 보이는 것이 서양인과 한국인, 일본인 등의 산미에 대한 평가 기준일 것이다. 미국/유럽인에게 적당한 산미가 우리에게는 너무 시게 느껴지기 쉬운 것이다. 서양인이 산미에 대해 우리보다 10배 정도 둔하기 느끼기 때문이다.

더구나 동일한 원두를 써도 대륙은 대체로 물이 지하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서 많은 미네랄이 녹아 경도가 높고, 한국과 일본은 산이 많아 물이 지하에 고여 있는 시간이 짧고 따라서 경도가 낮다. 경도가 낮으면 용해도가 높아 쓴맛 성분 등이 많이 녹아 나온다. 그들에게 좋은 커피가 우리에게 좋은 커피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티백의 홍차를 녹여낼 때도 서양의 기준보다 짧은 시간 동안 우려내야지 그들의 물의 조건에 맞추어진 대로 길게 우려내면 쓰고 떫어진다.

감미의 수용체와 쓴맛의 수용체는 같은 구조의 수용체(GPCR)다. 감미가 먼저 수용체를 차지하면 상대적으로 쓴맛은 덜 느끼게 된다. 이처럼 맛 성분과 맛 성분의 상호작용, 맛 성분과 향 성분의 상호작용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맛은 아직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로스팅의 최적 조건의 설정에 원료의 품종과 산지 그리고 상태에 대한 고려뿐 아니라 이처럼 맛에 대한 다양한 변수도 고려해야 하니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만큼 가치가 높은 것이 아니겠느냐고 위로해줄 수 있을 뿐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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