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농업연구사
박종철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농업연구사

맥주보리는 1910년 경 처음으로 국내에 맥주 제조용으로 도입하여 재배했기 때문에 맥주보리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 같다. 맥주보리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겉보리의 한 종류이다. 단지, 이삭에 종실이 달린 형태가 다른 점이 특징이다. 종실이 이삭에 달린 형태가 두 줄인 경우 맥주보리, 여섯 줄인 경우 겉보리라고 명명하여 왔다. 세계적으로도 이조형태의 겉보리가 맥주용 원료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다.

맥주는 국내에서 가장 소비가 많으며 선호하는 주류이다. 국내 주류 시장은 약 7조원 대이며, 이 중 맥주가 54%(3조8000억 원)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맥주시장은 두 개의 대형 업체에 의존해 오면서 가격 등의 이유로 국산품종의 사용은 현재 10% 이하로 급감한 상황이다. 국내 맥주보리 품종은 2015년 현재 27품종이 개발되어 있다.

국내 맥주보리 품종의 활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선진국형 소규모 지역 특화맥주 산업의 활성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 지역별로 적응성이 우수하고 차별화된 품질과 안정적인 재배 특성을 가진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 하겠다. 이에 따라 맥주보리에서는 처음으로 흑색 종실인 유색이며 항산화 성분 함량이 증가한‘흑호’보리를 2014년에 개발하게 되었다.

‘흑호’보리는 종실 안쪽까지도 검은색이 분포하는 유색보리이며, 항산화 물질인 총폴리페놀과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다. 현재 가장 많이 재배되는 ‘호품’ 보리와 비교하였을 때 총페놀 함량은 원맥과 맥아에서 각각 19%, 12% 높았다. DPPH(항산화 소거능)는 2~9% 높았으며 총 안토시아닌 함량도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흑호’는 유색이면서 일반적인 유색보리의 재배적 단점인 도복과 낮은 수량성이 개선된 품종이다. 익산, 나주, 진주 등 답리작 조건에서 3년간 생육과 수량성을 조사한 결과, 간장은 약 90㎝로 키가 큰 품종이었으나 도복정도는 호품과 비슷하였다. 수량성은 약 3.8톤/ha으로‘호품’과도 비슷한 수량성을 보이는 다수성 품종이다.

맥주용으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원맥과 맥아의 품질도 중요한 특성이다. ‘흑호’보리의 원맥과 맥아의 품질 특성을 조사한 결과, 맥주용으로도 우수한 품질 특성을 보였다. 일반적인 맥주용 원맥은 천립중이 40g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흑호’는 천립중이 약 48g으로 종실이 크고, 1ℓ의 무게는 약 695g으로 ‘호품’의 679g에 비해 우수한 특성을 보였다. 정립률은 기준인 85% 이상이었으며, 92%로‘호품’의 89%에 비해서도 높았다. 발아세와 발아율도 90% 이상으로 우수한 원맥 특성을 보였다.

맥아의 품질을 분석한 결과, 맥아수율은 85% 이상으로 기준인 80%에 비해 높았고, 단백질 함량은 낮았으며, 효소역가도 기준에 비해 좋은 맥주용으로 우수한 특성을 보였다. ‘흑호’를 이용하여 맥주를 만들었을 때 맥주의 색이 진하고 맛이 청량한 특징이 있다.

앞으로 ‘흑호’보리는 이처럼 다양한 지역 특화맥주 원료로 이용되어 차별화된 제품으로 소비자의 만족도를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2013년에 제주지역 재배 ‘백호’ 보리를 이용한 제주맥주가 개발된 이후 최근 국산 보리를 활용한 지역 특화맥주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6차산업화가 추진되고 있다. 또한 국산 보리 맥아 산업화도 추진되고 있어 앞으로 지역 특화맥주 산업화가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다양하고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재배 안정성이 우수하고 품질이 증진된 다양한 국내 육성 맥주보리 품종은 겨울철 농가 소득 증대는 물론 좋은 원료를 제공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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