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백수오 사건 소비자 불신 심화…정부 건강기능식품법 개정 추진

▲ 국무총리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는 지난 21일 서울 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건강기능식품 인정제도 개혁 방향’을 주제로 제2회 국가식품안전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총리실 식품안전정책위, 건강기능식품 인정제도 개혁 방향 전문가 토론회

우리나라에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난해 일어난 가짜 백수오 사건으로 건강기능식품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자 정부는 건강기능식품 제도 개혁에 나서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무총리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는 지난 21일 서울 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건강기능식품 인정제도 개혁 방향을 놓고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띤 토론을 벌였다.

▲ 인사말을 하고 있는 정덕화 국무총리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 민간위원협의회장

 
“기능성 통합보다는 1, 2등급으로 구분
등급별 광고범위는 기존처럼 존치해야”
정기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건강기능식품의 글로벌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정책제언을 통해 식약처가 건강기능식품 등급체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기능성 통합보다는 1, 2등급으로 구분하고 등급별 광고범위 등은 기존처럼 존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 위원은 또, 고시형으로 전환체계 재검토 및 개선에 대해 산업 육성 차원에서 신제품 개발, 홍보, 판매 등의 과정을 고려해 최저 7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인정하고, 제조업체의 영업신고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산단계 안전성 조사 강화
한약재 안전성 확보 노력

박정훈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장은 “생산단계 안전성 조사를 강화해 한약재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농산물 안전성조사 계획에 따른 생산단계 조사 물량 확대와 함께 약용작물 특화재배지역은 추가로 특별안전성조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또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작물별 안전재배법, 성분함량 증진 등과 표준재배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건조 및 저장 방법에 따른 품질변이 규명 등 수확 후 관리기술을 개발 보급하는 등 안전생산기술 개발 보급을 통해 안전한 약용작물이 생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체적용시험 다수제출 의무화하면 대기업에 유리
인체적용시험 수보다 질적 평가에 초점 둬야

강재헌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교수는 “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등급체계 개편안에서 제출된 인체적용시험 자료의 질적 수준에 대한 적절한 평가 이외에 제기되고 있는 또 하나의 논점은 바로 제출하는 인체적용시험의 수”라며, “인체적용시험의 수가 많을수록 기능성 입증이 더 용이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앞서 인체적용시험의 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시행된 인체적용시험의 질적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즉, 여러 개의 인체적용시험이 실시되었다 하더라도 인체적용시험의 질적 수준이 낮을 경우 적절한 기능성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건강기능식품 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취지 중 하나가 국내 기능성 원료 개발 기반 마련과 국내 식품산업의 발전이다.

그런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인체적용시험을 다수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할 경우 국내에서 개발 또는 생산되는 기능성 원료는 기능성 등급을 거의 받지 못하고, 거대 다국적 기업의 제품만 기능성 등급을 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기능성 평가체계를 만들면서도 국내 산업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인체적용시험의 수에 따른 평가보다는 질적 평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을 처음 만들 때에는 영세한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기능성 소재를 개발해 생리활성기능 3등급을 받을 경우 이를 바탕으로 외부 투자를 받아 인체적용시험을 실시함으로써 등급 상향의 길을 열어준다는 취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 3등급 제품이 인체적용시험 추가 실시 없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일이 생길 수 있어 문제가 되어왔다. 사실 동물실험에서 의미 있는 기능성이 밝혀진 소재라 할지라도 인체적용시험 결과 효능이 없을 확률은 매우 높다. 따라서 이번에 생리활성기능 3등급을 이미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2~3년의 유예기간 동안 인체적용시험 자료를 제출받아 재심사를 통해 기능성 인정 취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결정은 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소비자 부작용 모니터링 시스템 활성화하고
국가가 어디까지 관리할 수 있는지 짚어봐야”
정진호 서울대 교수
는 “선진국 사례와 같이 소비자 인체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판 후 소비자 부작용 모니터링 시스템(Post-market survey)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국내 소비자 부작용 모니터링 결과, 유의적 부작용이 관찰되거나 또는 새로운 외국기관의 정보 및 중요한 학술논문이 발표될 경우 과학적 연구를 통해 그 원인 규명과 더불어 리콜ㆍ허가 취소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국에서 처음 시작한 건강기능식품 인정제도가 벌써 10년이 넘어 이제는 국가가 최소한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정책을 추진하되, 어디까지 관리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짚어봐야 한다”며, “소비자도 국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보다는 건강기능식품의 이익과 위험을 동시에 인지함으로써 자신의 건강을 확보해 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국가 정책은 신뢰성 있는 과학적 자료가 기반이 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등급 단일화는 소비자에 도움 안 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되도록 인정제도 개선을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은 “현재의 기능성 등급은 생리활성화 2등급 제품이 대부분이고, 기능성 등급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부족하다”며, “소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반드시 건강증진에 도움을 주는 생리활성 1등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부회장은 “이번 개편안의 기능성 등급 단일화는 2등급 제품으로 기능이 하향 통합되는 셈인데, 이것은 건강기능식품산업 발전에도 국가경쟁력에서도 큰 손해이고, 1등급으로 있던 7개 품목까지 통합되면 소비자는 더 질 좋은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황 부회장은 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 도움을 줄 수 있거나 안 줄 수도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소비자는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먹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황 부회장은 “현재의 생리활성 1등급 수준으로 건강기능식품의 품질을 높여서 인증을 부여하고, 2ㆍ3등급에 대해서는 1등급 기준에 적합하도록 유예기간을 두어 소비자가 원하는 진정한 건강기능식품이 생산되도록 인정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백수오 사건은 건강식품업계 악영향
행정편의성 규제, 합리적으로 개선해 달라

권석형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장은 “작년 백수오 사건은 한 기업의 원료관리 미흡으로 발생한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기능식품 업계 전체의 잘못으로 호도되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성실하게 법을 지키는 기업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권 회장은 “건강기능식품 업계는 백수오 사건을 기점으로 안전한 건강기능식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 하고 있다”며, “정부가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 안전성에 관련된 규제는 강화하되, 산업 육성 및 활성화에 악영향을 주는 행정편의성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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