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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육가공품ㆍ붉은 고기 발암물질 분류 이후...소비자 감정변화ㆍ구매행동 분석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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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15  13: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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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훈 교수의 농식품 비즈니스 이야기 26.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2015년 10월 23일 육가공품과 붉은 고기를 각각 1군,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해 발표했다. 이 발표는 육류 섭취와 암의 상관관계에 대해 10개국 22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800여 건의 연구조사 결과를 취합한 것으로 가공육류와 붉은 고기 섭취가 직장암이나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발표 이후 축산업계는 물론 식품업계와 외식업계도 패닉 상태에 빠졌다. 식품학자들도 앞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은 WHO 발표 한 달 후인 11월 하순 425가구의 주부를 대상으로 관련 설문조사를 했고, 다음소프트의 기술적 지원 하에 SNS에서 오피니언 마이닝을 해 그 영향을 추정하고자 했다.

WHO 발표 이후 주부들의 육가공품 구매 반응
전국의 주부 대상의 조사에서 WHO의 발표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주부가 81%,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주부가 19%로 나타났다. 인지하고 있는 주부의 약 30%가 이 발표 후 붉은 고기의 소비를 줄이고자 했고, 52%가 육가공품의 소비를 줄이고자 했다고 응답했다. 약 22% 포인트의 차이가 나는 결과였다. 실제 소비를 줄였는지 여부를 물어 보니, 인지하고 있는 주부 중 22.5%가 붉은 고기의 소비를 줄였다고 답했고, 43%가 육가공품의 소비를 줄였다고 답을 했다. 약 20%의 차이가 나는 결과였다.

이번엔 WHO의 발표를 인지한 주부와 인지하고 있지 않은 주부 간의 붉은고기나 육가공품 구매 시 느끼는 죄책감의 정도를 체크해 보았더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육가공품 구매에서 WHO의 발표를 인지한 주부의 구매 죄책감(2.8점)이 인지하지 못한 주부(2.4점)보다 높게 나왔는데, 붉은 고기의 경우는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 WHO의 발표를 인지한 주부나 인지하지 못한 주부의 죄책감 정도가 2.1점으로 동일하게 나왔다. 발암물질의 발표를 인지하고 있는 주부들이 육가공품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응을 하는데, 붉은 고기에 대해서는 태도를 별로 바꾸지 않고 있다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SNS상에 나타난 육가공품에 대한 소비자 감정 변화
그래서 이번엔 SNS를 조사하였다. 다음소프트의 오피니언 마이닝 도구인 ‘소셜 메트릭스’는 한국어로 된 각종 SNS에서 나타난 특정 단어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를 찾아내는 도구이다. 우리는 소셜 메트릭스로 2015년 9월 26일부터 10월 22일까지 소비자들의 ‘햄’ ‘소시지’ ‘돼지고기’ ‘가공육’ 이 네 단어에 대한 견해를 수집하고, WHO의 발표가 있었던 10월 23일부터 또 약 한달 간의 동일한 네 단어에 대한 견해를 수집한 다음 그 차이를 분석해 보았다. 네 단어에 대한 상위 10위까지 연관 감정어 분석 결과는 <그림1>, <그림2>와 같다.

그림1. WHO의 육류 발암물질 발표 이전의 SNS 오피니언 마이닝(15.9.26~15.10.22)
   
 
WHO의 발표가 있은 후 가장 큰 변화는 전반적으로 버즈량이 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경향은 햄?소시지?가공육이라는 단어에 대해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돼지고기에 대한 버즈량은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두 번째 변화는 각 단어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의 변화인데, 역시 햄, 소시지, 가공육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으로 바뀌었음을 <그림 1>, <그림 2>에서 관찰할 수 있다. 반면 돼지고기의 경우는 ‘발암물질’이라는 단어가 순위에 올라온 것 이외에 부정적인 감정의 단어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참고로 ‘폭행’이라는 단어는 ‘심장 폭행’이라는 긍정적인 의미의 유행어이다).

그림2. WHO의 육류 발암물질 발표 이후의 SNS 오피니언 마이닝(15.10.23~15.11.22)
   
 
가공육 덜 먹는 대신 신선육 소비 늘어
우리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소비자들은 고기를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육류 관련한 WHO의 발암물질 발표에 대한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한다는 압박은 존재한다. 그래서 그 ‘건강 위협’의 혐의를 ‘가공육’에만 전가함으로써 죄책감을 덜어낼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육류시장이 위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2~3개월 내로 신선육 소비를 재개하고, 가공육을 덜 먹는 대신 신선육의 소비를 더욱 늘릴 것이다.”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은 작년 말에 이런 결론을 내외부 세미나에 발표 한 후 시장의 변화를 살펴봤다. 실제로 며칠 전 G마켓의 발표에 의하면 올 해 1/4분기 국산 신선 돈육의 판매가 작년 동기간 대비 무려 세 배 정도 증가했다고 한다.

우리 주변의 발암 물질
WHO 산하 IARC에서는 발암물질을 1군, 2A군, 2B군, 3군, 4군으로 분류하고 이 리스트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1군 발암물질은 사람에게 충분한 발암의 증거가 있거나, 동물실험에서 충분한 발암의 증거가 있고 사람에게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될 때 리스트에 올라가게 된다. 2A군 발암물질은 동물 실험에서는 충분한 발암의 증거가 있고, 사람에 대해서는 발암의 증거가 제한적일 때 리스트에 올라가게 된다. 일부의 경우는 사람에 대한 발암 증거가 충분하다면, 동물 실험에서 근거가 없어도 등재될 수 있다. 2B군 발암물질은 사람에게 발암의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되는 경우에 등재된다. 사람에게 발암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동물 실험에서 충분한 발암의 증거가 있는 경우에도 등재 가능하다. 3군은 사람에게 발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없는 경우이며, 4군의 경우는 사람에게 발암을 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이다. 그러면 어떤 물질들이 1군, 2A군, 2B군 발암 물질로 등록되어 있을까? 다음 <표 1>에 우리 근처에서 쉽게 발견되는 물질들을 정리했다.

표1. 생활에서 흔히 발견되는 발암 물질/활동
1군 벤조피렌(탄 음식), 나프틸아민(담배 연기), 아세트알데히드(음주 후 숙취 유발 물질), 아플라톡신(곡물에 생긴 곰팡이가 내는 독소), 담배, 술, 에탄올, 비소 (농약), 젓갈류, 육가공품, 동물 가죽에서 나는 먼지, 나무 조각에서 나오는 먼지, 매연, 그을음, 햇볕, 자외선

2A군 우레탄, 이종환식 아민(고기, 감자, 커피, 빵 등을 고온에서 굽거나 튀길 때 발생), 질산염(다수의 엽채류, 특히 배추, 상추, 시금치에 다량 함유), 아질산염(육가공품 발색, 보존제), 에틸 카바메이트(와인, 맥주, 간장, 요거트 등 발효음식에서 흔히 발견), 튀김류, 마테차, 붉은고기, 유리세공, 이발직, 교대 근무

2B군 고사리, 카페익산(커피, 상황버섯, 계피, 레드 와인, 해바라기 씨, 살구, 자두 등에 함유), 퓨란(공장이나 가정에서의 다양한 음식 조리 과정에서 발생), 이소프렌(참나무, 포플러 등을 포함한 다수의 나무가 숲에서 뿜어내는 물질), 사프롤(후추, 계피, 바질 등에 함유) 히드라진(대부분의 버섯류), 이소티오시안산 알릴(겨자, 양배추, 브로콜리 등에 다량 함유) 자기장, 나프탈렌, 역청(아스팔트), 카라기난(해초류에 추출한 젤리화제), 커피, 야채 절임(김치, 단무지, 오이지 등), 휘발유, 목공일, 소방직, 인쇄직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을 다 지킨다면 먹을 것이 없다. 담배와 술은 제외하더라도 대부분의 고기, 채소, 젓갈, 버섯, 발효식품, 튀김, 향신료, 김치, 커피까지 전부 발암 물질로 규정되어 있다. 햇볕도 쬐어서는 안된다. 역시 1급 발암물질이다. 아스팔트를 피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다. 이 물질들을 정말 잘 피해서 음식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아마 암에 걸리기 전에 영양 불균형으로 건강을 해치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채식ㆍ육식과 발암 물질
이번 WHO의 육류 관련 발암 물질 발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채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고기를 피하고 채식을 하게 되면 암에 걸릴 확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표 1>에서 나타난 것처럼 채식을 한다고 해서 암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채식주의자Vegan의 건강과 영양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포털인 VeganHealth.org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채식과 암 발병률에 대한 주요 연구들의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표2. 채식주의자와 비채식주의자 간의 암 발병률
● 직장암, 폐암, 난소암, 자궁암, 식도암, 흑색종, 자궁내막암, 신장암, 췌장암 두 그룹간 차이가 없음
● 유방암, 뇌종양 두 그룹간의 차이가 없음. 채식주의자가 더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는 연구도 존재
● 위암 두 그룹간의 차이가 없음. 채식주의자가 더 낮은 발병률을 보였다는 연구도 존재
● 자궁경부암 채식주의자가 더 높은 발병률을 보임
● 구강암, 방광암, 림프종 채식주의자가 더 낮은 발병률을 보임

<표2>에 의하면 구강암, 방광암, 림프종에서는 채식주의자가 암 발병률이 낮았고, 다른 종류의 암에서는 채식주의자가 더 유리하다는 증거가 나타나지 않았다. 자궁경부암에서는 채식주의자가 암 발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채식이 암을 예방하는데 더 낫다는 증거는 없다.

우리는 고기를 먹어도 되는가?
국내외에서 발간된 자료를 보면 한국인 1인당 연간 고기섭취량은 45㎏ 내외이다. 이는 서구 국가의 1/2 수준이다. 반면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1인당 채소 섭취량은 한국인 세계 1위이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채소를 생산하는 국가 중의 하나인 스페인인보다 한국인이 채소를 두 배 이상을 먹는다. 과일도 OECD 평균 이상 섭취하고 있다. 실은 질문이 잘못되었다. 고기를 먹어도 되는가를 묻는 것은 잘못된 질문이다. 고기를 얼마나 먹어도 되는지를 물어야 한다. 정답은 없지만, 그럴 듯한 답은 ‘지금 먹는 정도는 먹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일 것이다. 모범답안은 ‘그 무엇이든 조금 적은 듯, 골고루, 천천히 즐겁게 먹어라’이다. 본질적으로 좋은 식품, 나쁜 식품은 없다. 좋은 식단과 나쁜 식단이 존재할 뿐.

 
문정훈 서울대 교수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Food Business Lab 교수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식품 마케팅ㆍ식품 및 바이오산업 전략 등을 가르치며, 농식품 분야 혁신 경영 연구를 위한 Food Business Lab.을 운영하고 있다. Food Business Lab.은 농업, 식품가공, 외식 및 급식, 유통을 포함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비즈니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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