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과정에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생성된다
발효는 결국 180g의 포도당으로부터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92g의 알코올을 얻는 과정이다. 물론 순수하게 이 반응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글리세롤과 젖산, 초산 등의 부산물을 만드는데 5% 정도가 쓰이고 2.5% 정도는 생존에 쓰이는 등 포도당의 92% 정도만 알코올로 변환된다. 수율이 47% 정도인 것이다. 절반 가까이가 이산화탄소로 손실되니 정말 낭비인 것처럼 보이나 포도당은 1g당 4㎈의 열량을 내고 알코올은 7㎈의 열량을 내니 그렇게 큰 손실은 아닌 것이다.

물 1000g에 포도당 180g(18%)을 넣고 발효가 되면 알코올 84.6g(8.46%, 비중을 감안한 부피비율로는 10.8% v/v)의 알코올이 생성된다. 그런데 이때 발생하는 88g의 이산화탄소가 액체가 아니고 기체라는 것이 문제이다. 기체일 때 비중이 0.002 정도니까 이산화탄소 1g은 500㎖의 볼륨을 가지고 88g의 이산화탄소는 4400㎖의 부피를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밀패된 용기는 높은 압력이 된다.

이산화탄소는 기체 중에는 비교적 용해도가 높은데, 물에 녹은 탄산은 상쾌한 느낌을 주고 기분을 좋게 한다. 김치의 상큼함의 상당부분이 이 탄산 덕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탄산음료는 일부러 고압으로 이산화탄소를 녹여 넣은 음료이다. 생막걸리에는 일정량 녹아있고 가열하면 사라진다. 스파클링 와인은 후발효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병 안에 많은 양이 남아있게 한 와인이다.

발효는 결국 아래의 그림처럼 당분이 소비되면서 발효균은 증가했다 감소하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 그리고 향과 같은 발효산물도 증가하는 패턴을 가진다.

그림1. 전형적인 포도주의 발효곡선 모식도

 
발효과정에 향은 정말 미미한 양만 만들어진다
2014년 학술지 ‘셀 리포츠’에 효모가 향기성분을 만드는 건 초파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과일껍질을 한참 두면 초파리가 꼬이는데, 과일 표면에 사는 효모가 당분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향기성분을 만들면 초파리가 그 냄새를 더 잘 맡고 많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면 효모의 번식이 쉬워진다.

효모는 곰팡이의 일종이지만 포자를 만들어 이동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즉 누군가가 옮겨주지 않으면 새로운 서식처를 찾기 힘들다는 뜻이다. 꽃이 향과 화밀을 만들어 꿀벌을 유인해 수분을 하듯이 효모도 향기성분을 만들어 초파리를 유인해 새로운 서식처를 찾아가는 것이다.

원래 목적이 무엇이었든 효모는 알코올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향기물질을 만든다. 그리고 술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이 이 향이다. 사실 알코올이 목적이라면 희석식 소주의 원료인 주정을 만드는 방식이 가장 경제적이다. 어떠한 전분이든 가격이 저렴하고 수율이 높은 원료를 구해 알코올 발효를 하고 나머지 성분은 무시하고 알코올만 증류하여 사용하면 그만이다. 원료의 맛과 향은 아무런 상관이 없고 그저 알코올만 많이 생성되면 그만인 것이다

그림2. 효모 발효 시 주된 발효 산물인 알코올과 기타 향기물질의 생성 경로

 
자료 : Swiegers, Bartowsky, Henschke & Pretorius, 2005

발효로 좋은 향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탄수화물은 특별한 이취를 만들지 않지만 단백질과 지방은 이취 물질을 만들기 쉽다. 그래서 청주를 만들 때 도정률을 높이기도 한다. 특히 불포화지방은 피하는 것이 좋다. 풍미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좋은 술을 만들려면 원료의 성분이 발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표1. 와인에서 좋은 향을 만드는 전구물질과 나쁜 향을 만드는 전구물질

작용단계

주로 긍정적 효과

양쪽

주로 부정적 효과

발효 전

Carotenoid

 

Unsaturated lipids

발효

Cysteine conjugates

S-methylmethionine

Phenolic acid

발효 후

Glycoconjugates

S-methylmethionine

 

자료 : Wine Chemistry and Biochemistry, M.Victoria Moreno-Arribas

효모의 특성이 술의 특성
하지만 원료의 다양성에도 한계가 있고, 동일한 원료라고 해도 사용하는 효모의 특성에 따라, 또 효모의 배양조건에 따라 풍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원료, 배양조건 등 나머지 기술을 어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나면 마주칠 문제는 종균의 문제이다. 결국 얼마나 좋은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종균을 가지고 있느냐가 경쟁력의 원천이고 역사인 것이다.

와인의 경우 다양한 상용의 제품이 있어서 원하는 제품에 따라 그 선택의 폭이 넓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종균의 개발이 별로 활발하지 못하고 산업화되어 있지도 못하다. 나는 이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인 것 같다.

표2. 와인 종균의 선택 시트 예

 

 

종균A

종균B

종균C

종균D

종균E

종균F

WINE TYPE

Red

 

Blush

 

 

 

 

 

White

 

 

Sparkling

 

 

 

 

관능특성

Fruity Esters

 

 

 

 

 

Aldehyde

 

 

 

 

 

Full Body

 

 

 

 

Neutral

 

 

 

 

발효특성

Ethanol

 

 

Low foaming

 

 

 

 

Low urea

 

 

 

 

 

Low fusel oil

 

 

 

 

 

알코올은 향의 release를 바꾼다
알코올은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여 탐닉에 빠지게 하는 중독의 물질이기도 하고, 긴장을 완화시키고 활력을 부여하는 삶의 윤활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양면성은 분자의 세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알코올 분자는 친수성 부분과 친유성 부분이 반반씩 차지하고 있어서 이상적인 유화제이자 용매로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25도 소주에 과일과 온갖 약용식물을 넣고 유효성분을 뽑아낸 술들이 많았다.

술 자체는 저분자 물질치고는 맛과 향이 가장 약한 편이다. 단지 술에 너무 많은 양이 있어서 쓴맛과 특유의 냄새가 느껴질 뿐이다. 다른 저분자 물질처럼 0.1% 이하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느낄 수 없다. 이런 술도 분자의 배열 패턴에 따라 동일한 알코올 함량이라고 해도 맛이 달라질 수 있다. 대체로 소수성 부위는 쓴맛을 내고 친수성 부위는 단맛을 내기 때문에 오랫동안 적절히 흔들어주거나 초음파로 적당한 진동을 부여하면 소수성 부위는 안쪽에 모이고 친수성 부위가 바깥쪽으로 배열된 구조가 될 수 있다. 이런 구조일 때는 입에서 맛이 훨씬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사실 술의 주인공은 알코올이고 향기성분의 감각에 가장 영향을 주는 것도 알코올이다. 향기성분별로 알코올과 결합하는 정도가 달라서 향을 그냥 맹물에 넣은 것과 알코올에 넣은 것과는 그 느낌이 다를 가능성이 높다. 또한 향을 붙잡는 성질이 강하고 고유의 맛과 향이 있어서 충분한 양을 넣기 전에는 기대했던 효과를 보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음료나 우유에 적용하는 것보다 향의 종류에 따라 잘 표현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의 차이가 클 수 있는 것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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