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거의 향을 만들지 않는다. 작은 벌레가 페르몬으로 제짝을 찾기도 하고, 큰 동물은 소변이나 배설물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기도 하고, 스컹크는 냄새로 적을 쫒기도 하지만 식물에 비하면 동물은 거의 향을 만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동물에서 유래한 것에서 향의 원료로 사용된 것은 기껏 해봐야 용연향, 사향, 영묘향, 해리향만 있을 뿐이다. 이들은 비싼 향수에만 일부 쓰이며, 가격도 비싸고 원료를 구하기도 힘들어 현재는 대부분 합성으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다. 고기향을 좋아한다지만 그것은 고기를 구웠을 때 나는 냄새이지 생고기의 향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고기는 거의 획일화되어 우리가 주로 먹는 것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정도에 불과하다. 향도 강한 것을 싫어하며 익숙하지 않은 향이 나면 싫어한다. 그래서 스테이크든 햄버거든 요리에 관계없이 고기 냄새는 일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기의 향도 사료 등의 영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 냄새가 달라지면 소비자는 대부분 이취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고기에 대해서는 아주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아이와 유아는 역겨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 서너 살 무렵부터 혐오감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주변의 사람들이 어떤 고기를 먹는지 관찰하고 아무도 먹지 않는 고기를 역겹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과일이나 채소 등 다양한 음식들은 기꺼이 모험을 한다. 아마도 채소나 과일은 쉽게 상하지 않아 안전하지만 고기는 쉽게 상하여 조심하는 것이 생존에 훨씬 유리했기 때문일 것이라 추정한다. 그나마 생선 정도가 냄새가 좀 달라도 받아들여지는 정도이다. 따라서 동물의 향은 특별히 관심을 가질 것이 없고 미생물의 향이 관심의 대상이다.

▲ 발효균에 따른 생산 제품의 종류
미생물을 이용한 맛과 향기물질의 생산
동물이 만드는 향은 별로 없지만 미생물이 만드는 향은 정말 많다. 바로 발효식품들이다. 모든 발효음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미생물에 존재하는 효소의 작용으로 큰 분자가 작은 분자로 분해되면서 맛과 향 물질이 많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먹다보면 약간 중독성이 있다. 술, 발효유, 김치, 간장, 된장, 식초, 주류 등이다. 발효식품의 역사도 길어서 포도주, 식초는 기원전 1만년으로 추정하고, 맥주와 치즈는 기원전 5000년 전, 이집트 발효 빵은 기원전 4000년 정도로 추정하기도 한다.

우리가 세균의 존재를 안 것은 현미경이 발견된 최근의 일이니 처음에는 미생물의 존재도 모르고 자연 상태의 균을 활용했다. 그리고 미생물의 실체가 밝혀진 이후 급격한 개선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수많은 미생물 중에서 어떤 균이 가장 적합한지를 골라내고, 발효의 조건을 그 균에 맞추어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종래의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것도 많지만 그 효율성은 많이 떨어진다.

균류(fungus)의 일종인 효모는 현재까지 1500여종이 알려져 있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효모는 그 가운데 발효를 통해 에탄올을 만드는 능력이 있는 사카로미세스속(Saccharomyces)의 미생물을 뜻한다. 미생물이 포도당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거품이 일면서 부글부글 끓는다. 효모의 영어 yeast는 ‘끓는다’는 뜻의 덴마크어에서 왔다. 단세포 진핵생물인 효모는 당연히 인간의 맨눈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현미경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그 존재조차 몰랐다. 그럼에도 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효모를 이용해 술을 빚고 빵을 구웠다.

술의 기원은 아마 꿀이나 포도 같은 과일이었을 것이다. 자연상태에서 존재하는 효모가 상처가 나거나 오래 방치된 과일에서 발효를 일으키고, 그것을 발견한 인류는 이를 더 많이 만들려고 궁리하다가 양조를 발명했을 것이다. 그 효모를 처음 본 사람은 17세기 현미경을 발명한 네덜란드의 안톤 판 레이우엔훅이다. 그리고 1837년 독일의 생리학자 테오도어 슈반은 미생물이 발효를 일으키는 주역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학계에서 이 주장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년이 지나 프랑스의 파스퇴르가 발효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나서야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파스퇴르는 1866년 ‘와인연구’라는 책을 출간했다. 효모가 발효를 일으킨다는 이론이 거의 정설이 된 1882년 덴마크 칼스버그 맥주의 미생물학자 에밀 크리스티안 한센은 자사 맥주의 잡냄새 원인을 밝히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는 당시 막 페트리접시에 미생물 콜로니를 배양하는 방법을 개발한 독일의 로베르트 코흐를 방문해 배양법을 익힌 뒤 이듬해 맥주 시료에서 효모 네 종을 분리해냈다. 그리고 각 효모로 맥주를 만들어 그 가운데 하나가 칼스버그 맥주의 진짜 맛을 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칼스버그는 이 균주만 사용했다. 자연의 균 중에서 특정한 환경에 서식하는 균의 집단을 선발하여 사용한 시기는 오래되었지만, 특성이 좋은 한 가지 균만을 분리해서 사용한 시기는 이제 150년 정도 된 나름 최신의 기술인 셈이다.

발효제품의 주인공은 미생물이다. 정확히 말하면 미생물 균체 속에 있는 수많은 효소이다. 효소로 전분을 분해하여 당분을 만들고 당분으로부터 알코올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미생물을 활용하는 것은 개별적인 효소를 만드는 것보다 미생물을 키워 미생물 속의 효소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물론 미생물을 다루는 것이 매우 까다롭지만 말이다

수많은 발효제품이 있지만 실제로 발효제품에서 만들어지는 주된 물질은 간단하다. 단지 재료의 향과 미생물이 만드는 아주 작은 양의 향기물질이 달라서 제품마다 어마어마하게 다른 물질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 발효의 유형
미생물의 크기는 아주 작고, 분자의 크기는 더욱 작다
머리카락 굵기 이하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모두 ‘작다’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 그래서 생기는 오해와 편견이 많다. 물 분자 크기가 0.2nm, 설탕 분자 크기가 1nm, 세균의 크기가 500~ 2000nm , 효모의 크기가 5000~2만nm 정도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길이가 10배로 커지면 크기는 10배가 아니라 1000배라는 것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산의 높이가 836m이고 에베레스트 산이 8848m이면, 에베레스트 산은 북한산보다 10개 큰 것이 아니라 1000개 큰 것인데 너무 쉽게 10배로 착각한다. 그래서 높이가 100m인 산은 산으로 취급하지 않을 만큼 많고, 1000m인 산은 가끔 있으며 높이가 1만m인 산은 없는 것이다.

분자의 크기가 1nm이고 효모의 크기가 1만nm 이면 크기의 차이가 1만 배가 아니라 1만×1만×1만배 즉, 분자 1000조개가 모여야 효모 1개 크기가 됨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향은 그렇게 적은 양에도 많은 분자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향료 1㎖ 안에는 1nm 크기의 향기분자가 1000만×1000만×1000만개 들어있다.

▲ 마이크로 세계의 크기 비교
세균은 2㎛ 이하로 크기가 정말 작다. 그래서 빨리 자랄 수 있지만 가질 수 있는 유전자는 극히 제한적이다. 생존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유전자 이외에 다른 유전자를 가지기에는 크기가 너무 작다. 그래서 대장균은 단순한 물질은 잘 만들지만 다소 복잡한 물질을 만드는 마이크로정밀화학공장이 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대부분 화학물질은 식물이 만드는데, 이 물질을 미생물을 이용하여 대량 생산하려면 세균보다 효모가 유리하다. 효모가 식물과 마찬가지로 진핵생물이기 때문에 복잡한 기능을 부여할 수 있고, 대사기작도 유사성이 많은 것이다. 효모는 계통분류학의 관점에서 대장균보다 사람이나 식물에 더 가깝다. 사람은 효모와 같은 세포가 60조개가 모여 있다고 할 수도 있다

▲ 효모ㆍ세균ㆍ바이러스의 크기 비교
미생물은 매우 빨리 자란다
대장균은 20분이면 2배가 되고, 1시간이면 8배, 6시간이면 26만배, 12시간이면 700억배까지 증식한다. 어마어마한 속도이다. 하지만 1개의 무게가 워낙 적기 때문에 1마리가 700억배로 자라도 1g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미리 종균을 키워서 투입하는 것이다.

미생물 성장에 중요한 것은 온도ㆍ영양분ㆍpH
미생물 생육의 범위는 넓지만 그래도 보통의 균은 사람이 살기 좋은 온도에서 잘 산다. 온도가 낮으면 성장이 느려지고 너무 높으면 사멸한다. 필요한 영양분이 있어야 한다. 우리도 아파서 병원에 가면 포도당 주사를 맞지만 효모도 주 영양분은 포도당이다. 과일을 가지고 술을 만들 수 있지만 설탕만 있어도 술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단지 설탕에는 미네랄이 부족하므로 그런 성분을 보충해야 된다.

과즙 중에는 포도가 당도가 높아서 높은 알코올 함량의 술이 만들어진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유해한 세균은 알코올 함량이 5~6%만 되어도 죽게 되지만 식초균이나 유산균 중에는 그 정도의 알코올 함량은 잘 견뎌서 술을 변질시킨다. 포도보다 당도가 낮은 과일로 술을 만들 때에는 설탕을 추가하여 충분한 함량의 알코올이 생성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발효는 미생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억제하는 것이다
효모엑기스의 생산과 같이 효모를 많이 키우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발효는 효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고 효모를 이용하여 알코올이나 젖산을 만드는 것이다. 발효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초기에는 균이 잘 성장하도록 해야 하지만 일정 수준의 균수에 도달하면 균의 성장보다는 균이 일을 잘하는 조건을 맞춰주어야 한다. 즉 균의 성장은 억제하고 일만 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산소가 많으면 미생물이 산소를 이용해 호흡을 한다. 호흡은 포도당을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분해하여 어마어마한 ATP(34ATP)를 생산하므로 굳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리고 인간에게 남는 것은 없다. 따라서 산소가 없어야 효모는 알코올이나 젖산의 생산을 왕성히 한다. 포도당을 피루브산(Pyruvic Acid)으로 분해해 봐야 고작 2ATP가 나오는데 이것은 호흡에 비해 워낙 적은 양이라 계속 포도당을 피루브산으로 분해하고 피루브산은 아세트알데하이드를 거쳐 에탄올이나 젖산의 형태로 배출하여야 한다.

발효건 호흡이건 모두 포도당이 피루브산으로 분해하는 해당 작용은 똑같이 일어난다. 호흡은 산소의 도움으로 포도당을 이산화탄소와 물로 완전히 분해하면서 많은 ATP를 얻는 현상이고, 발효는 산소가 없어서 호흡의 1/15 이하의 ATP를 얻으면서 절반의 유기물을 남기는 현상이다. 결국 발효의 주 생산물은 알코올이나 산류이고 향기물질은 정말 미량만 만들어진다. 하지만 알코올에 비해 향기물질의 냄새 강도가 최소한 1만 배 이상 강하기에 많은 향기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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