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인 미국과 서유럽 각국도 식탁의 안전을 확신하지 못하는 실정이며 이는 각국 정부가 소비자보다 농업계와 식품제조업계의 이익을 우선시한 결과라고 프랑스 파리에서 발행되는 영어신문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IHT)이 1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유럽연합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 그동안의 과학 발달로 이제는 사람들이 곰팡이가 핀 빵을 먹고 미치거나 비소에 오염된 맥주를 마시고 죽는 일 따위는 없지만 대신 살모넬라.O-157.캄피로박터 등 이름도 어려운 수많은 신종 세균들이 식품을 오염시켜 병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태
 
최근 영국에서 식당과 카페에서 사용하는 마른 행주를 조사한 결과 열개 가운데 아홉개가 인체에 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각종 세균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몇년 전 미국 워싱턴에서 수퍼마켓 정육코너의 쇠고기.닭고기.돼지고기를 조사한 결과 20%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 달걀 노른자위를 익히지 않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간 고기로 만든 햄버거도 전체가 고루 익지 않은 채 식탁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한해에 5천명이 식품과 관련한 질병으로 죽고, 7천6백만명이 식중독을 겪는다. 이중 32만여명이 입원치료를 요한다고 한다. 유럽지역의 경우 아직 통계가 없어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4년 전 로마노 프로디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됐을 때 식품안전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을 정도로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겉도는 식품안전정책
  EU 집행위원회는 식품 안전을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안이라고 선언하고 다양한 안전정책을 마련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식품에 원산지와 원료를 표기하도록 의무화했지만 공장에서 바로 나온 식품에 자연산이나 집에서 만들었음이란 라벨이 버젓이 붙은 경우가 적지 않다. 닭가슴살이라고 표기된 상품에 물과 돼지고기가 40%나 섞여 있는 경우도 발견됐다.

  마흔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을 넣은 딸기 밀크 셰이크, 버섯으로 만든 고기, 위통을 유발하는 가짜 기름 등이 등장하고 있지만 EU의 식품안전정책은 빠르게 발전하는 불량식품 제조기술의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EU 회원국들의 상당수는 소비자들보다 자국의 농업과 식품제조업체의 이해를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문제다. 몇년 전 영국은 광우병을 은폐한 채 그 병이 걸렸을 가능성이 있는 소를 원료로 만든 가축 사료를 수출했다. 독일과 덴마크는 검사도 하지 않고 자기네 나라엔 광우병이 없다고 우겼다. 벨기에 정부는 동물 사료에 엔진 오일이 들어간 사건을 몇개월 동안 방치했다.

  EU는 몇년 전 광우병 사태를 겪은 후 "식품 안전 문제는 사후 수습보다 사전예방이 더욱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식품안전국을 설치키로 했다. 하지만 식품안전국은 사무실을 자국에 유치하려는 핀란드와 이탈리아의 줄다리기로 아직 장소도 결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대책
  EU 식품안전국의 포저 국장은 "식품으로 인한 질병의 대부분은 우리 선조들이 알려준 기본적인 위생 습관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며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철저한 위생습관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식품안전 대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손을 씻지 않고, 음식물을 적정한 온도에서 보관하지 않으며 구운 고기 위에 생고기 육즙을 뚝뚝 떨어뜨리는 무신경을 보이면서 기계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오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항생제 등에 오염된 고기를 덜 먹는 것도 대책의 하나로 꼽힌다. 영국의 한 자선단체는 영국의 농지 중 8%만이 사람이 먹을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 쓰이며 나머지는 가축을 기르는 데 이용한다며 가축용 목초지를 활용하면 2억4천만명의 채식주의자들에게 안전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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