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도 식물이고 생두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다른 식물과 유사하다. 하지만 생두에서 중요한 것은 생두의 향보다 로스팅을 했을 때 향기물질로 변하는 전구물질의 양이다. 생두는 로스팅 과정에서 강력하게 가열된다. 표면에 있던 향은 모두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커피의 향은 커피 속에 잠자고 있던 향의 원천이 될 물질이 가열반응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체 향기성분보다는 가열반응으로 향이 만들어질 전구물질이 훨씬 중요한 것이다. 커피는 과육은 버리고 속씨를 이용하기 때문에 속씨에 숨겨진 향기물질의 원천을 추적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림. 커피체리의 모양과 이용부위

 
 
재배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향
고도와 온도가 커피 품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아라비카는 에티오피아 고지대에서 유래됐고, 그 부드럽고 상쾌한 맛은 그와 유사한 재배 조건 하에서 가장 잘 유지된다. 높은 고도의 적도 근처가 아라비카 경작에 유리하다. 높은 온도는 웃자라게 만들고, 적당한 온도가 커피 열매를 천천히 일정하게 자라게 한다. 원료의 균일성은 품질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리고 고도에 의한 밤낮의 일교차는 원두의 맛과 향 물질을 증폭시킨다. 높은 고도에서 성장한 커피 생두에 당과 다른 가용성 고형물이 더 풍부하다.

아라비카 생산에 필요한 연간 최소 강수량은 약 1200㎜이고 최대 강우량은 2000~2400㎜ 정도이다. 우기와 건기에 번갈아 일어나면 더 잘 자라고 수확량도 늘어난다. 꽃이 피는 기간은 비가 적어야 하고 작물 숙성 기간에 과도한 강수량은 불규칙한 체리 숙성을 일으킨다. 수확 후 비가 많이 오면 적절한 건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커피 품질을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 건기가 과도하게 길면 잎마름병과 열매의 미성숙 등으로 품질이 떨어진다.

그림. 위도와 고도에 따른 커피 재배 품종

 
자료 : Coffee Growing, Processing, Sustainable Production, Jean Nicolas Wintgens

재배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향
토양의 영양 중에는 질소, 칼륨, 칼슘, 아연, 붕소가 중요하다. 칼륨은 총 당과 산류의 생성에 영향을 주고, 질소는 아미노산과 단백질 축적을 위해 중요하며 카페인 함유량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과다한 질소는 커피 맛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칼슘은 생두의 밀도를 높이고 병원체 공격의 저항력을 향상시키는 세포벽 형성(칼슘-펙틴산염)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아연은 단백질과 당질대사에 영향을 주고 식물 성장호르몬 옥신(식물호르몬) 합성에 영향을 준다. 붕소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등 결과적으로 수확량에 영향을 미친다.

해충과 질병의 효과적인 제어가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벌레는 구멍이 있는 생두를 만들고 세균에 감염된 과실은 부적절한 발효 촉진에 의해 품질을 떨어뜨린다. 이런 결점두가 선별되지 않고 로스팅에 투입되면 한 두개 만으로도 배치전체의 향을 망칠 수 있다.

나무 품종에 따라 달라지는 향
커피는 품종에 따라 생육조건도 달라지고 커피의 성분도 달라진다. 아라비카는 로부스타와 비교했을 때 카페인, 클로로젠산 함량이 더 낮았으나, 지방량은 60% 정도 더 많다. 쓴맛의 카페인과 자극성이 있는 클로로젠산이 적어서 맛에 유리한 것이다. 로스팅 중 만들어지는 많은 휘발성 냄새물질은 오일에 녹는다. 오일이 많을수록 향기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특히 에스프레소라면 이 오일까지 추출되므로 차이가 더 강할 수 있다. 그리고 커피 지방은 리놀렌산이 많은데 이것은 다른 향기성분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커피 품종별 주요 구성성분

성분

농도 (%)

아라비카종

카네포라종

탄수화물/식이섬유

설탕

6.0~9.0

0.9~4.0

환원당

0.1

0.4

다당류

34~44

48~55

리그닌

3.0

3.0

펙틴

2.0

2.0

질소화합물

단백질/펩타이드

10.0~11.0

11.0~15.0

유리 아미노산

0.5

0.8~1.0

카페인

0.9~1.3

1.5~2.5

트리고넬린

0.6~2.0

0.6~0.7

지방

15~17.0

7.0~10.0

다이터펜류

0.5~1.2

0.2~0.8

산류

클로로젠산

4.1~7.9

6.1~11.3

유기산

1.0

1.0

퀸산

0.4

0.4

미네랄

3.0~4.2

4.4~4.5

자료 : 커피학, 中林敏郞 외

지질 : 아라비카 종의 지방성분은 15% 정도로 로부스타가 10%인 것에 비하면 50% 정도 많고 이들이 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지질은 배젖에 존재하며 75% 이상이 중성지방이다. 이 중성지방을 구성하는 지방산은 불포화기 2개를 가진 리놀레산이 많다. 향에는 좋지만 산패를 조심해야 한다.

생두의 지방산 조성

지방산

지방산 조성

로부스타

아라비카

C14:0

미량

미량

C16:0

27.2~32.1

26.6~27.8

C18:0

5.8~7.2

5.6~6.3

C18:1

9.7~14.2

6.7~8.2

C18:2

43.9~49.3

52.2~54.3

C18:3

0.9~1.4

2.2~2.6

C20:0

2.7~4.3

2.6~2.8

C20:1

0.2~0.3

미량~0.3

C22:0

0.3~0.8

0.5~0.6

C24:0

0.3~0.4

0.2~0.4

자료 : Speer et al., 1993

아미노산과 단백질 : 생두의 단백질은 10~15%인데, 유리아미노산은 0.5~1% 정도이다. 유리아미노산이 향의 원료물질이 되기에 소량이지만 중요하다.

탄수화물 : 식물은 탄수화물이 많고 커피도 식물이기에 당연히 탄수화물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다당류이지만 향에 영향을 주는 단당류와 이당류도 꽤 있다. 이들이 메일라드 반응과 캐러멜 반응을 통해 향기물질이 된다.

산미물질 : 커피에 존재하는 산 종류가 30종이 넘고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클로로젠산, 구연산, 사과산 등이다. 클로로젠산은 1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데 5-Caffeoylquinic acid(5-CQA)가 대표적 물질이다. 이것은 페닐프로파노이드 경로를 통해 병원균, 초식동물, 온도, 영양물, 햇빛 등의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질이다. 양에 비해 산도에 미치는 영향은 약하고 여기에서 분해된 물질이 오히려 여러 가지 맛이나 향에 영향을 준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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