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은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데다가 물질의 종류는 너무 많고, 이름은 대부분 너무나 낯설다. 아마 어려운 이름 때문에 미리 포기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향은 너무나 사소한 양으로 작동하고 역치가 100만 배까지 차이가 나서 그 적은 양의 향기성분 중에서 어떤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분자구조에 좋은 향과 나쁜 향의 구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동일한 향기물질도 상황에 따라 좋고 나쁨이 바뀐다. 그런데 종류는 수백 가지로 너무 많다. 따라서 향은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정말 힘든 것이다.

식품 현상 중에 맛, 색, 물성 등 나머지 현상이면 비교적 관여하는 물질의 종류도 적고, 그 현상도 분자구조로 어느 정도 간결하게 설명가능한데 향은 간결하게 설명하기 힘든 것이 아쉽다. 하지만 맛에서는 향이 너무나 중요하다. 따라서 향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남보다 쉽게 앞서갈 수 있는 결정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향이 어렵게 느껴지면 그만큼 매력 있는 것이라고 여기면 좋을 것 같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다면 그게 무슨 매력이겠는가?

좋은 향과 나쁜 향의 구분과 같은 향의 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향료물질 자체는 이미 과학적으로 설명가능하다. 향료물질의 종류가 많고 현상이 나름 복잡하기에 남들보다 조금 더 과학적으로 이해하면 남들보다 효과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중요한 현상과 아닌 것이 쉽게 구분되고, 맛과 향에 문제가 있을 때 무엇을 먼저 체크해 볼지, 향으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이 뭔지를 명확히 알기에 불필요한 생각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글의 내용이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은 아래와 같은 몇 가지 현상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는 것이기도 하다. 과연 아래 몇 가지 이야기로 맛과 향 대부분의 현상이 설명되는지 관점에서 읽으면 그나마 글이 덜 어렵게 느껴질 것 같다.

생명 현상에서는 양이 많은 것은 1차 대사산물이고 그만큼 다양한 목적으로 쓰인다.
- 향과 색소 등 2차 대사산물 또는 부산물이라 매우 소량만 만들어지고 소량으로도 충분하다.
- 2차 대사산물은 스트레스의 산물, 부산물인 경우도 많다.
- 전체 냄새물질은 약 40만종이고 이중에서 식품에는 발견된 것이 1만종이다.
- 한 식품에도 보통 수백 가지 향기물질이 있지만 실제 역할을 하는 것은 30종 이하이다.

냄새의 강약, 좋고 나쁨은 분자 자체의 특성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 코에 수용체의 유무와 결합력에 따라 냄새의 유무와 강도가 달라지고
- 좋은 냄새 나쁜 냄새는 오히려 문화적 배경과 관련돼 있다.

맛이나 향기 물질은 식품에 소량 존재하는 작은 크기의 분자이다
- 향기물질은 분자량 300 이하의 아주 작은 휘발성 분자이다.
- 작은 분자 중에서 물에 잘 녹으면 맛 물질, 기름에 잘 녹으면 향기성분일 가능성이 높다. (향기물질의 분자구조를 친수성으로 바꾸면 향이 완전히 약해진다)
- 쓴맛 수용체가 25종이라 기본적으로는 쓴맛이고 아주 특정한 형태의 분자만 단맛(1종의 수용체), 신맛(1종 수용체), 감칠맛(2종 수용체)이다

모든 분자는 진동한다. 온도가 높으면 크기가 작으면 더 많이 진동한다.
- 고온일수록 생성과 분해, 산화 등 모든 변화가 빨라진다.
- 고온일수록 향의 생성과 파괴 및 휘발이 빨리 일어난다.
- 시간이 지나 향이 좋아지는 것은 조건이 맞을 때만 일어나는 예외적인 현상이다.

분자마다 크기, 형태, 극성이 달라 운동 정도도 달라진다
- 유유상종 : 극성은 극성끼리 비극성은 비극성 분자끼리 친하다
- 분자마다 온도와 용매에 따라 운동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적합한 추출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 (맛 물질은 저온에서 빨리, 향은 중간, 고분자의 쓴맛은 고온에서 천천히)

이처럼 향은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데다가 물질의 종류는 너무 많고, 이름은 대부분 너무나 낯설다. 아마 어려운 이름 때문에 미리 포기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식품을 전공하고 식품회사에서 오래 근무한 필자도 화학명이 어려운데, 식품이나 화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 식품화학에서 말하는 용어와 이름은 정말 넘기 힘든 벽일 것이다. 하지만 자주 접하여 익숙해지는 것 말고는 별 방법이 없다.

세상에 화합물질의 종류는 3000만종이 넘는다. 이름을 붙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고 이명이 너무나 많다. 처음 발견한 물질에 따라 붙인 관용명, 상품명, 그리고 나중에 체계적으로 붙인 IUPAC명(International Union for Physics and Chemistry) 등이 있다. 물론 이중 표준은 IUPAC명이다. 가장 긴 사슬을 기준으로 포함된 어떤 서브체인이 어디에 붙어있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이름을 붙인다. 학술적으로 쓰이며 가장 체계적이고 합리적이다. 하지만 익숙해지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처음부터 이 체계였으면 모르겠지만 이미 익숙한 간결한 상용명이 있는데 복잡한 IUPAC 이름으로 통일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문제는 또 있다. 영문명을 한글로 바꾸는 과정에서의 혼란이다. 예전에는 독일식(일본식) 발음을 한글화한 것이 많았고 지금은 미국식 발음에 따라 한글화하여 같은 물질에 여러 한글명이 있는 것이다. 대한화학회에서 표준을 정해 통일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필자도 옛날식이 작명에 익숙하다. 모노, 다이, 트라이보다는 모노, 디, 트리가 익숙한 것이다. 심지어 법규인 식품첨가물 공전에서도 옛날식 표현이 많다. 커피의 chlorogenic acid를 사전에서 찾으면 클로로겐산으로 나오지만 대한화학회 표준에 따르면 클로로젠산이라고 해야 한다. 어렵고 혼란스럽다. 구체적인 명명법은 대한화학회 정보(http://new.kcsnet.or.kr/iupacname)를 참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