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저널 인터넷식품신문 food news는 <최낙언의 과학으로 풀어본 커피향의 비밀> 연재를 시작합니다. 필자는 “커피에 대해 풀리지 않는 질문이 있다면 향의 과학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취지에서 이 글을 쓴다”며, “향의 원리를 알고 커피를 공부하면 남보다 명확한 방향이 생겨서 시행착오를 덜 하고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최낙언의 과학으로 풀어본 커피향의 비밀>은 매주 2회(월ㆍ목)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편집자주>

▲ 완벽한 한 잔의 커피를 계속 얻기 위해서는 원료에서 로스팅과 추출까지 모든 변수를 알아야 하고 그것이 어떻게 커피의 맛과 향에 연결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커피는 향의 과학이다. 커피를 마시면 여러 가지 효능이 있다고 하지만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것은 쾌락이고, 그것은 향에서 오는 것이다. 커피에서 혀로 느끼는 맛은 쓴맛과 신맛 정도이고,대부분의 풍미는 커피를 마실 때 목 뒤쪽으로 휘발하여 코로 느끼는 아주 사소한 양의 향기 성분에서 오는 것이다. 그런데 커피의 향은 고온에서 로스팅하여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것이라 제대로 만들기도 힘들고, 한 번 원하는 맛의 커피를 만들었다고 다음 번에 만들 때 저절로 똑같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항상 들쑥날쑥 변덕을 부리기 쉽다.

하지만 그런 사정이야 생산자 사정이고 소비자는 항상 똑같은 최고의 품질 즉, 맛과 향을 원한다. 이 품질의 재현성을 높이고 완벽한 한 잔의 커피를 계속 얻기 위해서는 원료에서 로스팅과 추출까지 모든 변수를 알아야 하고, 그것이 어떻게 커피의 맛과 향에 연결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일단 재현성을 확보해야 한다. 품질의 우수성은 재현성이 확보된 이후에나 따질 수 있는 것이다. 커피가 만들 때마다 맛이 다르면 동일한 비용을 지불한 손님에게 예의가 아닐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결정적인 문제가 된다. 어떠한 품질 향상도 기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재현성이 있어야 개선방향도 잡을 수 있는데 만들 때마다 품질이 달라지면 어떻게 개선방향을 잡고 개선을 할 것인가.

그래서 어떤 분야이던 재현성을 위해 일정기간 계속 단순 반복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옛날의 도재교육이 나름 정답인 셈이다. 사실 프로의 세계는 대부분 단순 반복의 세계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단순 반복이 깊이를 만든다. 이미 잘 알고 있는 것도 단순 반복을 거듭해야 요령이 생기고, 미묘한 차이에도 민감해지고 눈높이도 높아지면서 기술이 향상된다. 그래서 가장 창의적인 예술가도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기본기를 숙달한다.

처음 일을 배우는 사람에게 가장 강조되어야 할 것이 재현성이다. 같은 재료, 같은 도구, 같은 레시피로도 재현성은 쉽지 않다. 조건이 완전히 동일할 수 없고, 재료도 항상 차이가 있다. 원리와 방향을 아는 전문가는 그 차이를 간단히 해소할 수 있지만 초보자는 오히려 차이를 확대시키기 쉽다. 그래서 전문가의 품질은 일정하고 초보자의 품질을 들쑥날쑥 하기 쉬운 것이다. 높은 품질의 식품을 만들기 위해 예전의 도재식 교육방식에 추가되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과학적 지식일 것이다. 커피 같으면 향의 원리(Flavor chemistry)의 이해가 마스터하는 시간을 단축하는 지름길인 셈이다.

분자요리는 요리에서 정밀한 품질과 재현성을 추구한 사례이다. 분자요리가 단지 특이한 것을 찾는 요리였다면 그것은 일종의 쇼였을 것이고 제대로 대접받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자요리는 식품 성분의 과학적 이해와 분자적 접근으로 지금까지의 요리와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하였다. 그래서 당당히 요리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이런 분자요리가 아주 새로운 것 같지만 사실 기본 원리는 주변에 너무나 흔한 가공식품과 동일한 것이다. 사용재료와 방법 그리고 서빙조건이 다를 뿐 기술 자체는 정확히 가공식품과 같은 것이다. 분자요리를 하는 사람은 물론 식품회사 연구원도 이 말을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둘 다 재료의 특징을 극한까지 이해하고 다루는 기술이자 정밀한 품질관리 기술이다.

가공식품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재현성이다. 수십억 개 생산되는 제품도 모두 품질이 똑같다. 기계로 찍어내니 당연한 것 아니냐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제품의 설계단계부터 철저히 재현성을 바탕으로 설계되고, 생산과정도 계속 모니터링 되면서 일정한 품질이 나오도록 조정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커피를 하는 사람도 재현성의 기술만큼은 배워야 한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