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로 명상에 깊이 들어갈수록 점차 자신의 세계에 치우쳐 외부의 현실세계와의 소통이 점차 끊어지면서 현실의 삶이 왜곡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 결국 환각 속에서 자신의 소중한 삶을 낭비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는 법열을 대단한 깨달음과 동일한 것으로 여기고 그에 대한 추구도 많았다. 그런데 깨달음의 본질이 우주와 삶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이자 그것을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힘이라면, 만약에 이런 통찰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열에 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단지 마약의 경험과 유사한 쾌감일 뿐이지 않을까?

사실 법열이 아니라 일상적인 몰입만 하여도 문제가 풀리고 이럴 때면 벅찬 쾌감을 느낀다.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의미 있는 질문에 몰입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이때 이룬 성취에 대하여 대단히 즐거운 느낌을 가지는 것은 매우 의미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 해결의 쾌감 말고 그저 감각적 법열의 쾌감만 추구하면 그게 무슨 의미겠는가?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 마약의 중독이나 크게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알코올 중독 환자는 고행의 수행자보다 그런 상태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그리고 쾌감이 크기에 자꾸만 거기에만 빠져들려 하고 그러고도 마치 무슨 득도라도 한 것인양 착각한다고 한다.

많은 공부를 하고 그 실타래가 풀리지 않을 때, 깊이 몰입하여 탈 억압의 상태에 도달하고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것들이 의미로 연결되어 일관된 체계의 거대한 지식망을 형성한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연결할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탈 억압은 의미는 없는 쾌락일 뿐이다.

더구나 아무리 심오한 느낌의 체험을 하였다고 하여도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야 실천력을 발휘해야 한다. 대체로 명상에 깊이 들어갈수록 점차 자신의 세계에 치우쳐 외부의 현실세계와의 소통이 점차 끊어지면서 현실의 삶이 왜곡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 결국 환각 속에서 자신의 소중한 삶을 낭비하는 것이 아닐까?

사실 초월의 상태는 명상과 같이 힘든 작업뿐 아니라 측두엽 간질 같은 질병으로도 일어난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측두엽 간질로 잔 다르크 스타일의 강렬한 종교적 환영과 환청이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여러 해 동안 신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다가 측두엽 간질이 일어나서 신을 느끼기 시작한 수녀의 이야기도 있다.

영혼의 세계를 믿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종교의식이나 예배 등에 참여해 감동받을 수 있다. 북을 치고 춤을 추며 주문을 외우는 모든 행위는 신체의 움직임을 포함해 하나의 진한 감각적 자극 원천에 정신을 집중시킨다. 이런 의식은 또 강력한 감정 반응을 부를 수도 있다. 다른 감각적 자극이 배제된 데다 감정이 고조되면 극도의 공포감을 느낄 때처럼 뇌의 흥분체계가 정점에 이른다. 그렇게 되면 평형감각을 유지하는 뇌의 구조 가운데 하나가 작동을 멈추고 위치ㆍ방향 영역에도 감각 공급이 중단되어 어디까지가 자신이고 어디서부터가 외부 세계인지 분간하는 감각을 잃게 된다.

종교의식과 예배가 자아의 경계를 허물고 동질감과 영적 일체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느린 찬송가, 구슬픈 멜로디, 속삭이는 듯한 기도도 모두 같은 방식으로 마술을 부릴 수 있다.

앞으로는 용맹정진 수행을 통해 일생에 한 번 도달 가능하다는 법열과 유사한 상태를 앞으로는 누구나 쉽게 체험 가능해질 지도 모른다. 머지않아 외부에서 뇌의 특정 영역에 전기적인 자극을 주어서 어떤 부분은 활성화시키고 어떤 부분은 비 활성화시키면 그런 상태가 가능한지 알아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캐나다 로렌시언대학의 마이클 퍼신저는 지원자의 머리에 전자석이 장착된 헬멧을 씌웠다. 헬멧은 컴퓨터 모니터와 비슷한 정도의 약한 자기장을 발생시켰다. 자기장이 측두엽에서 집중적 전기 활동을 자극하자 지원자들은 초자연적 혹은 영적 체험, 즉 유체 이탈 현상이나 영기(靈氣)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제 뇌 과학이 좀 더 발전하고 비용만 지불할 용의가 있으면 우주적 삼매경, 절대무의 경지도 인스턴트 식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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