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하늘의 별자리는 완전히 엉터리이다. 서로 가까이 보이는 별이 실제로는 까마득히 떨어진 전혀 무관한 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의 눈이 우주적 스케일을 느낄 필요가 없어서 0.01광년 밖의 별이나 100억 광년 밖의 별이나 그저 하늘의 평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우리 눈이 만든 착각이었던 것이다.

“물질은 중력장에 구속돼 있고, 동물은 감각에, 인간은 의미장에 구속돼 있다.” _ 박문호 박사

물리학자인 미치오 카쿠가 펴낸 <미래의 물리학>에 따르면 뇌 전체의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슈퍼컴퓨터는 10억W의 전력을 소모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핵발전소 한 개의 전체 발전량과 맞먹는 규모다. 뇌의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슈퍼컴퓨터 한 대가 도시 하나가 사용할 전력을 소모하고 이 컴퓨터의 냉각에 강 한 개의 물이 몽땅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우린 모두 이런 뇌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소비전력은 20W에 불과하고 열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놀라운 슈퍼컴퓨터인 뇌를 이용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뉴로 매칭 시스템을 통해 세상을 보고, 맛보고, 꿈 꿀 수 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 사실 하늘의 별자리는 완전히 엉터리이다. 서로 가까이 보이는 별이 실제로는 까마득히 떨어진 전혀 무관한 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의 눈이 우주적 스케일을 느낄 필요가 없어서 0.01광년 밖의 별이나 100억 광년 밖의 별이나 그저 하늘의 평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우리 눈이 만든 착각이었던 것이다. 그런 감각의 착각을 현미경, 망원경, 입자 검출기, 분광기 등 새로운 측정기(감각기관)의 개발을 통해 극복해왔다. 이런 새로운 감각기관을 가지고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것을 과학이라고 부른다. 생물학적인 감각의 억압을 많이 극복한 것이다.

그리고 최근 과학은 감각과 경험의 세계를 많이 탈피했다. 최근 대부분의 과학적 결과들은 우리 감각의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얻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감각을 초월하는 수학적 추론이나 관측기기들을 통해 얻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왜 상대성 이론, 입자물리학 그리고 11차원의 끈 이론이 보통 사람들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지를 설명한다. 물리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설명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최근 과학이 발견한 자연의 법칙 자체가 우리의 직관이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학을 이해하려면 자연의 법칙을 ‘인간적인’ 사고의 틀에 맞출 것이 아니라, 사고의 틀을 자연이 법칙에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감각에 억압된 의식을 많이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탈 억제가 창의성의 분출이기도 하다.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삶과 창의성은 분출한다. 하지만 기본은 습득(암기)된 지식이다. 구텐베르크는 축제에서 포도주 압착기의 작동을 보고 인쇄기의 아이디어를 얻었고, 뤼미에르는 어머니가 재봉틀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활동사진(영화)을 발명했다고 한다. DNA 모형을 찾은 왓슨과 크릭은 자신들보다 1년 앞서서 DNA가 나선이라고 믿고 있었던 프랭클린의 통찰력에서, 그리고 윌킨스가 살짝 보여준 X선 사진에서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다. 이처럼 머릿속에 뭐가 있어야 재결합과 창조가 이루어진다. 창의성의 기본은 암기된 지식과 집중력인 셈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탈 억제 즉, 여유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뇌는 기본 모드가 억압모드이다. 빈틈을 노려야지 심각한 상태에서는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암기된 지식이 있고 적절한 유머(여유)도 있어야 하는 셈이다. 유머는 통상의 패턴을 비틀 때 나타난다. 사실 패턴을 발견하는 능력은 위험을 감지해서 목숨을 구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원시시대에는 모두 달라 보이는 나무를 비슷한 패턴으로 보는 능력이 있어야 좀 다른 패턴인 맹수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듯 패턴을 찾는 것도 능력이고, 여유를 가지고 살짝 비틀어보는 것도 능력자만이 가질 수 있는 역량이다. 유머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결국 능력자를 좋아하는 것의 또 다른 표현인 셈이다.

일처리 자체에 허덕이는 사람은 여유를 갖고 유머를 구사할 수가 없다. 머리 회전이 빠르지 않은 사람은 반어를 생각해내거나, 정확한 타이밍을 찾아 적절한 항목을 이야기할 수도 없다. 과장이나 대조 등 다양한 수사법을 동원해서 상황을 다르게 묘사할 창의성도 가질 수 없다. 여러모로 유머는 우수함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하지만 여유는 반드시 긴 시간을 말하지는 않는다. 뇌는 생각보다 대단히 빠르다. 가장 자극적인 제한은 시간이다. 높은 데서 떨어지면 순식간에 일생의 주요 장면이 지나간다고 한다.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다. 마감시간을 정하면 초능력이 생긴다. 시간에 대한 고정관념은 버려야 한다. 몰입은 시간을 얼마든지 늘려준다.

최근 억제 뉴런을 억제하는 ‘탈 억제 뉴런’의 존재가 확인됐다. 뇌의 신경세포에는 80%를 차지하는 흥분을 일으키는 뉴런과 20%의 억제 뉴런의 상호작용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에 억제 뉴런을 억제해 억제를 해제하는 ‘탈 억제 뉴런’이 관찰됐다. 뉴런의 억제를 풀어 흥분을 일으키는 배후조정 뉴런들인 것이다. 뇌의 회로가 얼마나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지 알면 우리의 의식이 얼마나 혼돈스러운 회로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름 일관된 의식을 만드는지에 대해 놀랄 수밖에 없다. 그런 뇌를 사용하면서 우리는 자유로우면서 나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새로운 패턴의 발견이 창조성이므로 고정 관념, 관습 등의 억압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 새로운 눈으로 있는 그대로 볼 필요도 있고 있지도 않은 경계선을 긋거나 지레 짐작해서 함정을 파지 말아야 한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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