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 교수의 농식품 비즈니스 이야기 23.

 
공공자원으로서 농업과 비즈니스로서 농업
대한민국의 산업 중에서 포화상태에 달하지 않은 것이 없다. 예외가 있다면 농업이 아닐까 한다. 농업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비효율적인 면이 많기 때문에 약간의 자본과 경영기법이 적용되면 혁신을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동안 보호의 대상이었던 우리 농업에 최근 조금씩 비즈니스 마인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농식품부의 젊은 사무관들의 마인드도 비즈니스 친화적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KBS1에 방송되어서 주말 예능 순위 8위까지 올라가는 이변을 만들어 낸 ‘아이디어 대한민국 : 나는 농부다’도 실은 농식품부의 농업분야 스타트업 붐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PR활동이었고,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최근 뜨기 시작한 우리 전통주 관련 트렌드도 농식품부의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의 결과물이다.

한편 귀농인의 증가 역시 농업의 비즈니스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예전의 농업 생산물이 농부의 신성한 노동과 땀의 결과물이었다면, 최근 농업 생산은 아이디어와 자동화 기술의 결과물로 변모하고 있다.

도시농업은 어렵다!
필자는 그동안 연구 대상이나 강의, 기고문에서도 도시농업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도시농업은 비즈니스로서 창출할 수 있는 가치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말농장에 관한 시도들이 많았지만 전적으로 실패했고 비즈니스적인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 게다가 필자 역시 한 때 수경재배기로 상추와 바질을 재배해 보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 달을 버텨내지 못하고 상추와 바질은 죽어 버렸다. 수경재배기는 신통치 못했다.

이렇게 어려워서는 주부들이 키울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그 판단은 지금도 옳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도시농업은 당분간은 비즈니스적으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인데,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어렵기 때문에 비즈니스적인 수요가 있다는 것을 얼마 전 깨달았다.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 주민과 한국의 도시 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의 가장 큰 차이는 주거 형태의 차이에서 온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한국 도시 주민은 아파트를 선호하는데, 아직까지 홈 가드닝 시장이 빈약하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잔디를 깎는다는 것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으며, 마당이 없어 베란다에서 화분을 놓고 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니 난과 선인장류를 선호한다. 한국은 홈 가드닝 시장의 불모지에 가깝다. 도시인들에게 농업은 아직은 너무나 먼 산업이다.

정부에서는 2011년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는 등 도시 농업을 활성하고 이를 통해 지자체는 각자 친환경 도시로 발전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아직 더디게 나가고 있는 것 같다. 도시텃밭을 분양하고 상자텃밭을 보급하지만 텃밭 일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흰 피부를 선호하는 한국의 미적 기준 때문에 주부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수경재배기가 등장했는데, 이것 역시 만만치 않다. 좋은 품질의 모종을 꾸준히 공급받아야 하는데 그것부터가 어렵다. 시판 중인 수경재배기의 디자인은 절망적일 정도로 홈 인테리어를 망치고 있고, 상추 모종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기르는 것은 상상 외로 어렵다. 수경재배기에 물때라도 끼기 시작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암담해진다.

어려우니 기회가 있다
수요는 분명히 있다. 농산물의 안전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수요가 있고, 아이들 교육과 연계하고자 하는 수요도 있다. 이 수요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수경재배기 사업은 제조업 관점에서 접근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수경재배기 비즈니스는 서비스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가정용 정수기 렌탈 비즈니스, 가정용 비데 렌탈 비즈니스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수경재배기 비즈니스, 혹은 수경재배기 렌탈 비즈니스는 황금알을 낳는 대박 상품이 된다.

핵심은 서비스다. 현재 수경재배기는 영세 제조업체들이 제조 판매하고 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있어서 한계가 보인다. 디자인의 혁신이 필요하다. 가정용 정수기가 이젠 주방 인테리어의 일부가 된 것처럼, 수경재배기는 거실 인테리어, 베란다 인테리어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세련된 디자인이 우선이다. 역량있는 업체가 디자인하고, 생산은 기존의 업체가 하여 납품받으면 된다.

자, 이제 가장 중요한 포인트, 관리사의 등장이 필요하다. 요즘 정수기, 비데, 연수기 등도 관리사가 정기적으로 방문 관리를 해주는 것처럼, 수경재배기도 관리사의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관리사는 설치뿐만 아니라 한 달에 두어 번 방문해 수경재배기를 관리해 줘야 한다. 청소해 줘야 하고, 적절한 액비를 투입해야하고, 주부와 상담해 가정에 적합한 수경재배기용 모종을 공급한다. 정확히는 모종을 판매한다. 지속적인 수입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상추를 기르다 보면 바질을 길러보고 싶기도 하고, 청경채를 길러보고 싶어지게 된다. 그때 그 때 모종을 공급하고, 관리사의 인건비는 모종에 포함시키면 된다. 3층짜리 수경재배기 하나에 60여 개의 모종이 필요하다. 수경재배에 적합한 모종은 농업기업이 길러 납품하면 된다. 핵심은 이것이다.

주부와 아이들에게는 수경재배기에서 자라는 상추를 뜯어 먹는 재미만 제공해야 한다. 바질 잎을 뜯어서 바질 페스토를 만들어 먹는 재미만 제공해야 한다. 대신 기르는 어려움은 관리사가 담당해야만 수경재배기 사업은 성공할 수 있다. 서비스 기업, 제조기업, 농업기업, 이 삼자가 파트너십을 가지고 접근하면 수경재배기 사업은 농업분야의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성장할 것이다.

블루오션으로 가자
도시농업만이 기회는 아니다. 위에서 제시한 수경재배기의 사례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농업은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블루오션이다. 워렌 버핏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금융업계 세계적 거물 짐 로져스도 ‘MBA 학위는 이제 그만, 이제는 농업 학위의 시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 농업 분야 창업을 이야기를 하면, 학생들은 머릿속에서 ‘논밭이나 축사에서 땀 흘리는 농부’의 이미지를 그린다. 그러면 필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얘들아. 제조기업의 사장이 공장에서 직접 기계 돌리니? 그건 공장장이 직원들과 함께해야 할 역할이야. 농기업도 마찬가지야. 농사는 농장장이 직원들과 함께 책임져야 하는 거야. 농기업의 사장이 해야 할 역할은 따로 있는 거지. 그걸 우리는 ‘현대적 기업 경영’이라고 부른다.”

아무튼 수경재배기 제조 및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 역량 있는 기업이 어서 등장하면 좋겠다. 당장 투자라도 하고 싶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Food Business Lab 교수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식품 마케팅ㆍ식품 및 바이오산업 전략 등을 가르치며, 농식품 분야 혁신 경영 연구를 위한 Food Business Lab.을 운영하고 있다. Food Business Lab.은 농업, 식품가공, 외식 및 급식, 유통을 포함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비즈니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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