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는 기억-예측 모델로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것은 쉽게 눈치 채게 된다. 우리는 작은 차이를 정말 잘 인식한다. 특히 ‘정상’인 차이는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비정상’인 차이는 정말 민감하게 인식한다.

뇌의 놀라운 계산속도의 비결에 대해 <생각하는 뇌, 생각하는 기계>의 저자 제프 호킨스는 속도의 핵심은 “뇌는 계산하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컴퓨터로 지능(intelligence)을 모방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컴퓨터의 성능이 좋아지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컴퓨터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요즘 오히려 과거의 기대가 희미해졌다. 이것은 뇌의 작동방식이 컴퓨터의 작동방식과 비슷하게 파악한 오류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한다. 컴퓨터가 작동하는 방식과 뇌가 작동하는 방식은 전혀 달라서 컴퓨터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현재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는 뇌를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뇌는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니고 패턴을 받아들이고 계층구조를 가지며 기억을 하고 기억으로부터 예측한다고 한다. 그가 꼽은 뇌의 작동 원리 이해의 핵심은 신피질이다. 신피질은 여러 개의 계층구조를 가진다. 신피질 자체가 단순한 신경세포의 모임이 아니라 각각 신경세포가 조직화된 작은 뇌 회로인 것이다. 각 계층에서 일어나는 일은 근본적으로 모두 같다. 즉, 입력된 정보를 패턴으로 받아 상위 계층에 전달하고 상위 계층의 예측을 피드백으로 받기도 한다. 이러한 계층은 여러 개의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부분은 6층의 얇은 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6층으로 이루어진 구조가 어떻게 기억을 형성하고 예측을 하며 패턴을 받아들이고 이름 붙이는가에 대하여 설득력 있는 이론을 전개한다.

뇌는 기억-예측 모델로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것은 쉽게 눈치 채게 된다. 우리는 작은 차이를 정말 잘 인식한다. 특히 ‘정상’인 차이는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비정상’인 차이는 정말 민감하게 인식한다. 길을 가다가 누군가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면 말로 설명하기 힘든 아주 작은 차이일지라도 곁눈질만으로도 안다. 나이가 들수록 상세한 것을 기억하기 어려워지는데 기억-예측 모델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어린아이는 ‘기억’이 별로 없으므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서 들어오는 정보를 상세히 다 받아들이고 기억한다. 하지만, 성인은 이미 수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으므로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도 대부분 ‘예측’ 가능한 정보이기 때문에 작은 차이는 무시하고 기억(학습)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아는 것이 많아서 기억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인간의 뇌에서 ‘기억한다’는 말은 ‘예측한다’와 거의 같은 말이다. 예측이라는 것은 뉴런들이 실제로 감각 압력을 받기에 앞서 미리 활성을 띤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다음 곡조를 예상하거나 노래가 어떤 음으로 끝날지 대충 아는 것도 예측의 일환이다. 지능은 바로 언어, 수학, 대상의 물리적 특성 등 세계의 패턴을 이해, 기억하고 예측하는 능력으로 측정된다(전적으로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인간의 뇌의 가장 큰 역할이 기억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사실 기억이 변화된 출력 즉, 예측이 가미된 출력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제프 호킨스의 추론은 해마를 변연계 또는 기억의 시작으로 보지 않고 최상위 기관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피질의 가장 하위 영역부터 새로 들어온 감각을 처리한다. 예측이 되면 상위로 안 보내고 예측 실패 시 상위로 전송한다. 모든 예측이 실패하면 마지막에 해마로 보내진다. 해마에서 단기기억이 이루어지고 반복이 되면 새로운 피질기둥이 생성된다. 이런 것을 바탕으로 한 말이다.

보통은 신피질을 최상위로 보는데 제프 호킨스는 이런 현상을 보고 해마를 기억의 최상위 기관으로 판단한 것이다. 컴퓨터에 비교하자면 컴퓨터의 램(RAM)에 해당하는 작업기억이 있고 저장할 가치가 있는 정보는 외장하드에 해당하는 신피질영역에 기억을 옮기고 그 파일의 위치 정보를 기억하는 파일할당표(FAT)를 만들어 보관하는 기능을 해마가 하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파일할당표마저 여러 곳에 분산되어 여러 경로로 인출하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아돌프 리나스는 <꿈꾸는 기계의 진화>에서 뇌란 변화하는 환경에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라고 말한다. 사람의 뇌는 과거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 100%를 다 기억하여 저장하지 않는다. 특징적인 것들이나 개념적으로 이해하면서도 다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기억을 꺼낼 때 조합해서 내어 준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의 조합 과정에서는 과거에 실제 벌어진 일만 가지고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현상에 영향 받은 일종의 조작된 과거를 꺼내어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억의 조작은 그렇게 쉬운 것이며 검증하기 힘든 것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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