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을 수치화하거나 객관화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 그래서 향을 기술하는 가장 전문적인 기술 중 하나가 그 분야 전문가들이 만든 플레이버 휠(Flavor wheel)이다.

여러 플레이버 휠이 개발됐는데 그중에서 포도주에 대한 것을 보면 그 복잡한 향의 묘사에 놀라게 된다. 보통 사람은 포도주를 마시며 맛이 있다/없다 정도도 표현하는데 그렇게 많은 향기를 느낄 수 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포도주의 유일한 원료는 포도이다. 그런데 넣지도 않은 꽃 향, 너트 향 등은 무엇일까? 향기를 느끼는 것은 숨은그림찾기와 비슷하다. 그냥 보이는 것이 있고 자세히 찾아봐야 비로소 보이는 것도 있다. 또 그냥 그림을 봐서는 모르고 정보를 주어야 찾아지는 것도 있다.

 
향을 느끼는 것도 이와 상당히 비슷하다. 콜라의 독특한 향은 레몬, 라임, 오렌지 같은 시트러스 오일(향)에 계피, 생강, 육두구, 정향, 고수 같은 향신료의 조합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의 소다 향은 혼합과일 향에 바닐라 향이 결합된 향이다. 콜라나 소다 향이 여러 과일의 향이 혼합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 다시 맛을 음미하면 예전과 다른 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한 가지 과일향이라도 느낌은 항상 달라진다.

이것은 우리가 음악을 듣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모든 음악(소리)은 파동이다. 독창도 있고 합창도 있으며 무반주도 있고 4중주도 있고 대규모 관현악단도 있다. 그래봐야 단 한 줄의 이어진 파장이다. 파장의 패턴이 조금 복잡해질 뿐이다. 우리 눈으로 그 파형을 본다고 하더라도 사람 목소리인지 악기 소리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몇 명이 부른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런데 스피커로 재생한 소리를 들으면 금방 구분이 가능하다. 지휘자는 수많은 연주자의 사소한 실수마저 금방 알아챈다.

향을 느끼는 것도 이것과 비슷하다. 딸기 향 성분이 따로 있고 사과 향 성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만, 모든 파장이 섞인 음악에서 전체적 소리를 듣고 각각 악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전체적 향도 느끼고 딸기 향과 사과 향을 따로 구분해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시각처럼 미러뉴런 시스템을 통해 기억에든 파형을 감각된 파형의 비교를 통해 기억 속의 향을 찾아내는 것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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